1) 용어 정리
- IOPC(Independent Office for Police Conduct, 영국 독립경찰조정청): 영국(정확히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경찰의 위법 행위나 부적절한 공권력 행사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감독기구로, 경찰 내부 조직이 아니라 경찰과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민원·비위 의혹 등을 조사한다.
- ULS(Unduly Lenient Sentence): '지나치게 관대한 형량, 또는 부당하게 가벼운 형벌' 이라는 뜻으로, 영국에서는 검사가 아닌 일반 시민도 "이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 특정 중범죄의 경우 정부의 법률 담당자가 사건을 다시 검토해 항소법원에 회부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칭하는 용어이다.
- Two-tier policing(투 티어 폴리싱): 경찰이 공공질서를 유지할 때 집단의 특성(인종, 종교,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이중 기준' 을 적용한다는 불신에서 나온 용어이다.
2) 내용 요약
2025년 12월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18세 대학생 헨리 노박이 시크교도 비크룸 디그와에게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인 노박이 반복해서 "나 찔렸어요", "숨을 쉴 수 없어요" 라고 호소했음에도 가해자의 주장만 믿고 노박을 폭행 혐의로 체포한 뒤 수갑을 채웠다. 결국 노박은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사망했고, 경찰의 초동 대응에 대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사건 당시 가해자는 자신이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경찰이 이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디캠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 보수·극우 진영은 경찰이 인종차별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백인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며 '투 티어 폴리싱(Two-tier policing)', 즉 집단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 잣대식 치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는 사건을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해자가 범행에 사용한 칼이 시크교 전통 단검인 키르판이 아닌 훨씬 큰 무기였음에도 종교적 예외 조항을 내세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국 내 종교적 무기 소지 면제 제도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커졌다. 이에 따라 경찰 대응 과정과 종교적 예외 규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영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3) 나의 생각
이 기사를 읽고 처음에는 경찰의 대응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현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계속해서 "나 찔렸어요.", "숨을 쉴 수 없어요." 라고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믿지 않고 수갑부터 채웠다는 사실이 경찰이라는 직업을 벗어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충격적이었다.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가장 도움이 절실했던 순간에 피해자가 범죄자로 취급되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기사 속에서 드러나는 사실 만으로는 이 사건의 정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이 사건을 다룬 다른 여러 자료들을 추가로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찰의 명백한 잘못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추가로 다른 자료들을 읽어보면서 사건을 조금 더 복합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헨리 노왁 역시 사건 직전에 디그와를 촬영하며 따라갔고, "나쁜 놈" 이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물론 이 행위가 폭행이나 인종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법원도 디그와가 주장한 인종차별 발언과 정당방위 주장을 모두 거짓으로 판단하였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노왁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격당했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누가 먼저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가 아니라, 그 어떤 말다툼이나 장난도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흉기를 사용해 살인을 저지른 디그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 속에서 나에게 특히 충격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사건 이후에 드러난 디그와의 행동이었는데, 디그와는 경찰에게 자신이 인종차별 피해자라고 주장했고, 그의 형제는 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거짓 신고를 했으며, 그의 어머니는 범행에 사용된 칼을 숨겼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는 자신이 정당방위를 했다는 주장을 계속 이어갔다. 만약 이것이 정말 우발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었다면 최소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이 있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나 사건 이후에도 계속해서 진실을 왜곡하려 했던 디그와의 모습에서 굉장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죄의식이라는 게 없는건가. 양심의 가책이 안느껴지나.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렇게 초연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기사를 읽고 '투 티어 폴리싱' 이라는 용어 또한 처음 접했는데, 이에 대한 논란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경찰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실과 증거를 우선으로 두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실제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조다 인종차별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우선적으로 신뢰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경찰이 의도적으로 특정 인종을 우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된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 같다.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신뢰는 '공정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데, 경찰이 사람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느끼기 시작한다면 시민들의 법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을 백인과 소수민족 사이의 갈등으로 해석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도 인종차별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되었고, 무엇보다 누왁의 유가족 또한 이 사건이 특정 종교나 인종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은 공권력의 판단 실패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만약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정 종교 전체를 비난하게 되어버리면, 그건 또 다른 편견과 차별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사를 읽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점은 '종교적 예외 조항' 에 관련한 것인데, 종교의 자유가 존중받아야 되는 건 당연히 맞지만, 혹여 그 자유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제도적 보완은 꼭 필요할 것 같다. 특히 기사 속 사건처럼 종교적 전통이라는 이유로 휴대가 허용된 무기가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면, 그에 관해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과 관리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찰은 객관적인 사실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피해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회 역시 이를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소비하기보다 왜 이러한 비극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