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과 벙어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팔 다리가 멀쩡한 벙어리가 이길 것 같지만 맹인이 이길 수밖에 없다.
왜? 뵈는 게 없으니까?
이 이야기는 물론 썰렁한 농담이지만 사실 세상에 보이는 게 없는 것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지금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고전하는 것을 보라.
미국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무슬림을 이길 수 없다.
목숨을 아까와 하는 놈과 아까워하지 않는 놈과 싸우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졌다 한들 목숨을 아까워하는 놈이 목숨을 버린 놈을 어찌 이길 수가 있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죽는 것이 겁이 안 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보다 무서운
일은 없다.
흔히 옛날에는 임금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충신이 ‘아니되옵니다.’고 하고 나서면 임금도 별수 없었던
때가 많았다.
물론 그럴 경우 충신들은 목숨을 걸고 ‘아니되옵니다.’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판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은 길거리에서, 굴뚝 위에서, 언론으로, 성명서로, 결의문으로....‘아니되옵니다.’하는
소리가 안 들리는 모양이다.
제발 탈선으로부터 돌아오라고 목 놓아 부르는 저 소리들이 바로 그를 구원하기
위해 신에 의해 보내진 자들의 소리인데.
구약 성경 속에서 왕이 예언자들의 소리를 외면할 때 신의 분노가
임했던 것들은 잊은 모양이다.
顚倒 라는 것이 있다.
어떠한 가치 체계가 완전히 변질되어 버림으로써 뒤집어지는 가치이다. 즉 혁명이 반란으로 뒤집어지는 것이다. 4, 19 의거의 민주주의 가치를 박정희의 5, 16 쿠데타로 뒤집은 것과 같은 경우이다. 이런 모습이 이명박 등극 이후의 지금 한국에서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대놓고 무지막지한 일을 저지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무지하고 단순한 집단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논리와는 담을 쌓은 듯 보일지라도 그들에겐 험난한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생존해온 본능이 존재한다.
자기 것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은 무서운 것이다.
그것은 때로 이념에
빠진 이들보다 한 수를 더 보게 만들 수 있다.
자기감정에 사로잡혀 사태를 냉정히 판단하지 못하고 사태를 그르치는 관념적 과격주의자들도 이명박의 환각수준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