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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필진⊙시

닥나무의 여정 / 강미숙

작성자강미숙|작성시간26.06.17|조회수45 목록 댓글 0

닥나무의 여정 / 강미숙

 

낡은 책 한 권이 비에 젖어 나뒹군다

바래진 지면 속에는 닥나무로 시작되는

종이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닥나무가 숲으로부터 온 길은 수억만 킬로미터

수차례 도끼질에 허리 잘려도

뿌리째 뽑힌 적은 없었단다

이름을 묻어둔 자리에서는

유치 같은 새움이 돋고 있겠지

 

한 그루 나무는 한 두루마리의 종이

죽어가는 시집에 물을 주면 나무로 태어날까?

쓰다가 지워진 시어들은

기름진 거름이 되어간다

밑줄 쫙 그어지다 실금 든 가지마다

씨알 굵게 글자들이 열린다

 

나팔꽃 줄기가 책벌레처럼 기어오르면

오래도록 종이 내음이 향긋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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