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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탄소 배당(안효상 이사 기고)

작성자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작성시간19.11.26|조회수65 목록 댓글 0


기후위기와 탄소 배당


토머스 페인은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이성과 도덕에만 호소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익도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때 이익은 대단한 게 아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기후비상사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는 시급한 기후행동을 통한 전환이 필요하다. 전환의 끝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일 수 있지만, 전환의 과정은 고통과 부담이 요구될 것이다. 문제는 말 그대로 고통을 어떻게 나누고, 누가 더 부담을 져야 하는가이다.


작년 10월에 시작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 최근에 벌어진 칠레와 이란의 저항 운동은 생태적 전환의 비용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보통사람들에게 전가할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다수 사람들의 삶 자체를 나락으로 몰고 갈 경우 그 어떤 의미 있는 변화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은 부유층이거나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이었다. 따라서 부담도 그에 상응하게 져야 할 것이다.


탄소세와 탄소배당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정책 제안이다. 탄소 배출에 부담금을 물리고, 여기서 나온 수입의 전부 혹은 일부를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순제로(net zero)에 빠른 시간 내에 도달하게 위해서는 탄소세를 상당한 수준으로 부과해야 할 것인데, 이는 가격으로 이전될 것이고,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를 막는 것이 바로 탄소 배당이다. 이를 막을 떄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젊은 경제학자인 앤더스 프렘스타드와 마크 폴이 제안하는 것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톤당 230달러를 부과해야 하며, 이럴 경우 휘발유 가격은 79퍼센트, 전기요금은 51퍼센트가 오른다고 한다. 그러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일인당 866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부과금 수입 모두를 모든 미국인에게 배당하면 연간 일인당 2,237달러가 돌아가며, 가장 가난한 사람의 경우 1,371달러가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볼 때 하위 60퍼센트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제안에 대해 두 가지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반론이 있다. 하나는 왜 모두에게 배당을 주는가이다. 도리어 에너지 빈곤층에게 보조금이나 바우처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담금 수입을 개별적으로 배당하는 것보다는 재생에너지 설비 등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환경의 능력은 모두에게 속한 공유재이며, 이를 사용하기 위해 부담하는 분담금도 모두에게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기본소득의 근거와 마찬가지이다. 모두에게 속하는 것을 모두에게 배당한다는 것이며, 이런 이유로 기본소득을 사회 배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에너지 빈곤층에게만 보조금을 주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런 식의 선별 복지가 낙인 효과와 행정 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는 점만 언급하면 될 것이다. 바우처가 가진 문제점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에너지 바우처의 경우에는 바우처 총량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다 써버릴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없다. 이에 반해 현금으로 지급되는 배당은 수급자가 원하는 곳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을 장려하는 것이 된다. 또한 부담금을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에 쓰는 것은 매우 역진적인 성격이 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부담한 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에 필요한 돈은 조세 수입 등 다른 곳에서 나오는 것이 올바르다.


끝으로 탄소 배당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담을 덜 가지게 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탄소 배당은 우리가 파괴하고 있고, 우리가 다시 살려야 하는 바로 그 자연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감각을 일깨울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전환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체제는 지금과는 다른, 모두의 것을 소수가 마음대로 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누리는 그런 세계일 것이라는 공통의 감각을 심어줄 것이다.



안효상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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