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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소식지

녹색 뉴딜, 기후위기를 넘어서(안효상 이사)

작성자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작성시간20.01.17|조회수38 목록 댓글 0

녹색 뉴딜, 기후위기를 넘어서


만약 2019년이 인류가 실질적인 행동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한 원년으로 기록된다면, 그 자리에는 지난 9월에 있었던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비상행동은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보통사람들이 아래로부터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와 함께 기록될 것이 지난 2월 5일 미 의회에서 통과된 "녹색 뉴딜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방 정부의 의무를 인정하는 결의안"이다. 미국 민주당 내에서 진보적인 부문을 대표하는 알렉사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 결의안은 정치권과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해 긴급할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뉴딜이라는 역사적 노력에 녹색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만든 녹색 뉴딜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 번째는 탈탄소 경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결의안에 따르면 인간의 행위가 기후 변화의 지배적인 원인이여, 이에 대처하기 위해 기온을 산업화 이전 기준 1.5도 상승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순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로 연방 정부 차원의 일자리 보장과 대규모 공공 투자이다. 이는 녹색 뉴딜이 무엇보다 뉴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1933년부터 시작된 뉴딜은 유례없는 대공황에 대처하는 정책이었다. 당시 루스벨트 정부는 정부 개입을 통한 시장 경제의 조정뿐만 아니라 직접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고,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서 보통사람의 소득을 보장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려고 했다. 마찬가지로 녹색 뉴딜 결의안도 녹색 일자리 창출을 통해 보통사람들에게 경제적 안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강건하고 능동적인 공공 부문을 만들어 새로운 경제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로 녹색 뉴딜 결의안은 이러한 전환 과정이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뉴딜의 경우 대표적으로 흑인을 배제하는 인종 차별이 있었다. 이에 대한 반성 속에서 그리고 노동계에서 제기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새로운 뉴딜, 즉 녹색 뉴딜은 무엇보다 사라져야 하는 산업 부문의 노동자를 포함해서 취약한 사회 집단이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미국의 녹색 뉴딜을 둘러싸고 당장 제기되는 쟁점은 세 가지이다. 여기에 드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대중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가, 과연 민주당이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가?


재원 마련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즉 감세나 균형 재정론 등을 깨야 한다. 그 다음으로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이 큰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보조금 폐지는 물론이고, 상당한 과세를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녹색 뉴딜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살펴보면, 분명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일자리 보장과 같은 정부의 노력에 대한 지지가 높고, 그 가운데에서도 단순한 일자리 보장보다 녹색 일자리 보장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여론 조사를 보면 여전히 다수는 녹색 뉴딜 자체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녹색 뉴딜이 제안된 계기는 올해 있을 대선인데, 도전자인 민주당에서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녹색 뉴딜의 실현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지난 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러스트벨트 유권자를 잃었기 때문이라면, 녹색 뉴딜은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위한 새로운 동맹의 초석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를 위해 민주당은 여기에 맞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과거의 뉴딜은 대공황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나온 임기응변 같은 정책이었다. 21세기의 녹색 뉴딜도 사실은 그런 셈이다. 기후위기 속에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이 이런 계획이 나올 수 있게 했다. 이런 점에서 녹색 뉴딜은 진정한 생태 혁명으로 가는 첫 발을 떼는 일일 수 있다.


안효상 (태양과바람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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