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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

작성자zarafa|작성시간03.12.11|조회수198 목록 댓글 3
삶의 의의를 묻는 사람은 그것을 결코 알 수 없고, 그것을 한번도 묻지 않는 사람은 그 대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이 풍요와 포식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지금 자연 속에는 아무런 그리움도 없는 정지의 상태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아주 피로하고 공허해집니다. 나는 나 자신이 몹시도 무가치하게 느껴집니다. 때때로 나는 아직도 인기척이 없고 모든 것이 회색인 이른 새벽에 잠이 깹니다. 그러면 나는 공포를, 목을 죄는 공포를 느낍니다. 삶에 대한 공포,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그럴 때면 어떤 위대한 것에 대한 상념도, 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나를 도와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이 공포와 완전히 혼자인 것입니다. 공포의 가장 무서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해봅니다. 그러면 나는 여러 개의 대답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내가 이 생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리라는, 아무것도 훌륭한 것을 이룰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입니다. 그리고 내 생명을 그저 아무렇게나 흘려보내고 참으로 살지 않았으리라는 공포입니다. 또는 내가 어떤 과오를 범하고 그 과오가 나의 발전을 좁은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판결 지워 버리리라는 공포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는 참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내 속에서 무슨 훌륭한 게 나오겠어요! 이 무슨 교만일까요. 그런데도 나는 당신에게는 말하겠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속에는 무엇인지 모르는 게 들어 있어서 나에게 말합니다. 너는 그것에 도달하리라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느낍니다. 나는 그것에 도달하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영원히, 그건 끔찍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 공포의 가장자리에 불과합니다. 포착할 수 있는 바깥의 가장자리에 불과합니다. 진짜는 포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장 미친 것은 내가 이 상태를 거의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정열적으로 이 속에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발작의 하나가 참을 수 있는 극단의 최극단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실망을 느낍니다. 나는 이 극단을 원합니다. 나는 그것에 대한 기묘한 결단성을 느낍니다.

- 생의 한가운데 中 -

마땅히 올릴만한 게시판이 없어서 메인 게시판에 올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사람은 한가지로 통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감히 도달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그들의 극단성. 나는 이 극단을 원합니다. 나는 그것에 대한 기묘한 결단성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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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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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더블유 | 작성시간 03.12.11 아주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책중 하나여요. 전혜린의 책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시던 선생님얼굴이 순간 떠오릅니다. 좀전까지 게임의 여왕 생각하다가^^ 동양적인 아시아적 정서에 그나마 린저의 생각이 잘 맞았던 듯 합니다.
  • 작성자아주머니 | 작성시간 03.12.12 읽어보지 못한 책입니다...ㅠㅠ
  • 작성자mark, lim | 작성시간 03.12.20 전혜린이 생각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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