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글의 답글입니다]
아래에 몇 종류를 소개하기는 하는데, 그것 자체는 별로 도움이 안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구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접근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곧, 영미시 개론 수준의 책 혹은
인터넷 자료들을 통해서 영시의 기본 틀을 익히는 것입니다. 한글로 된 것도
무방합니다.
이를 통해 foot(feet), meter, rhyme, alliteration 등의 기본 사항과, 한 연의 구성
형식, 소네트나 limerick 같은 특별한 형태의 시 등에 대해 배우면 기초는 충분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모방입니다. 기존 영시들을 많이 읽어보고 비슷한 수법을 동원해서
자신이 묘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써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만 해 보면
영시가 무엇인지 금방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시를 쓰는 기법 자체는 언어와는 별 상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에는 허다한
기법들이 사용될 수 있는데, 이런 것들도 기존의 시들을 상세히 살펴보면
익힐 수 있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자신만의 기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형시는 반드시 시를 어렵거나 딱딱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정형에 맞추다보면
큰 효과를 낼 수도 있고, 상상력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시에는
rhyme이 많이 쓰이는데 (노랫말에도 마찬가지입니다) rhyme에 맞는 단어들을
열심히 찾아서 시구(詩句)를 구성하다보면 묘한 맛이 나는 구절이 얻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는 도무지 큰 관계가 없을 듯한 두 단어를 연관시키는 작업을
통해서도 훌륭한 이미지를 생성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시를 좀
써보려면 rhyme 사전 정도는 갖고 있는 것이 좋은데, 인터넷을 찾아보면
자료를 좀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자사전에도 rhyme 사전이 들어 있거나
검색을 해서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이 볼 만한 작은 rhyme dictionary를 한 권 갖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체류하고 있었을 때 도서관과 서점에서 시(당연히 영시)를
쓰는 법에 관한 책들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론과 같은
복잡한 책이 간혹 보이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 두어 권 보였을 뿐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How to write a poem?", "How to write poetry" 같은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면 영시 쓰는 법에 관한 자료들이 나올 터인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하는 내가 갖고 있는, 영어로 쓰인 관련 책들 리스트입니다.
----
"How to Read and Write Poems", Margaret Ryan (63 pages) [아동 도서]
"Scholastic Guides: How to Write Poetry", P. B. Janeczko (117 pages)
[청소년 대상]
"Poetry Is", Ted Hughes (102 pages) [동물, 날씨, 사람, 생각하는 법, 풍경,
가족, 달 등의 주제들에 대해 쓰는 법을 설명]
The Complete Idiot's Guide to Writing Poetry, Nikki Moustaki (338 pages)
Poetry for Dummies, John Timpane (309 pages)
[다양한 측면을 논하고 있는 좋은 책.]
Creating Poetry, John Drury (212 pages)
Western Wind: An Introduction to Poetry, J. F. Nims (466 pages)
How Does a Poem Mean, John Ciardi (1022 pages)
----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시를 써오라는 숙제가 나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국어책에 해당하는 Reading 책의 한두 단원 정도가
시에 관한 것이고, 그것을 배울 때는 시를 써오라는 숙제가 나옵니다. 그러면
Rhyme을 적당히 정해서 새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풍경이나, 유머스러운 내용이나
뭐, 그런 것들을 써가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면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 코멘트 한 마디. 좋은 영어 시를 쓰려면 영어에 대한 감이 풍부해야
합니다. 카페에 종종 자작시를 올려주시는 '바다아이' 님 같은 분의 작품을
보면 좋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일지라도 영어가 뭔지, 영어가 주는 느낌이
무엇인지, 어색하지 않은, 영어식 표현은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많이 읽고 어휘나 표현력도 많이 길러야 하겠지요.
또 한 마디. 영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깊이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영시를 써도 자칫하면 영어에 대한 감이 충분치 않아서 제대로
뜻이나 감정을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서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읽어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주는 독자를 발견하기도
어렵습니다. 혼자만의 유희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도 잘 모르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라서 주제넘게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아 보았습니다. 더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 주세요.
- 2011. 11. 10. 은밤 류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