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백의 “장간행"이다. 인터넷에서 찾은 번역과 해설이다.
한시는 흔히 어디서 끊어 읽어야 좋을지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고, 해석도 여러 가지로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간결한 해석을 선호하기도 하고 좀 서술적인 해석을
선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2행씩을(댓구를 이루는 경우가
많음) 3행의 시조로 번역하는 것도 보았다. 요즘도 불교 쪽이나
무슨 종친회 간행물 등의 고리타분(?)한 책에 보면 한시를 종종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확실히 그 위치가 사라져가는 경향인 듯하다.
장간행... 장간이란 지명인데, 행은 악부(樂府)의 한 종류를 일컫는다.
따라서 제목은 ‘장간의 노래’ 쯤의 뜻이 된다. 이곳이 리이기에
‘장간리의 노래’라고 해도 좋다. 해설은 아래의 두 번째 글에 잘 나와
있다.
중간의 “五月不可觸”은 남편에게 위험하니 5월의 불어난 물을 건너지
말라는 (일종의 명령) 뜻으로 보기도 하고, 주체를 아내로 보아 물이
불어 건너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보기도 하고, 물과는 상관없이 다만
5월이 되어도(혹은 5개월이 지나도) 당신을 만날 수 없었다, 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후 구절의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진다.
“門前遲行跡” 부분은 문 앞의 당신(남편)이 떠날 때 선뜻 떠나지
못했던 흔적, 문 앞에 사람의 발자취가 뜸해진 것, 문 앞에 당신(남편)의
발길이 끊어진 것 등으로 보곤 하는데, 남편이 없으니 사람들의 발자취도
뜸해졌다는 뜻으로 보면 가장 무난할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은 무엇 하러 떠나간 것일까? 아마도 장사를 나갔을 것이다.
아직도 어릴 아내의 남편 그리움이 추억과 세월 속에 절절히 느껴지는
시이다.
장간행은 이 시처럼 남녀의 정한을 다루는 시들을 말하는데 이백의 이
시가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다른 시인들도 같은 제목으로 많이 지었다.
허난설헌의 5언절구 2수도 있다. 역시 님과 사랑을 나누던 정경과
그 님이 지금은 멀리 있음이 스냅샷으로 그려져 있다.
=====================
1.
長干行 장간행 장간리
- 李白이백 -
妾髮初覆額 첩발초복액 머리카락 앞이마에 드리울 즈음
折花門前劇 절화문전극 꽃 꺾으며 문 앞에서 놀곤 했지요
郎騎竹馬來 낭기죽마래 그대는 죽마를 타고 와서는
요牀弄靑梅 요상농청매 침상 에워 청매실로 장난쳤지요
同居長干里 동거장간리 같은 동네 장간리 안에 살면서
兩小無嫌猜 양소무혐시 어린 둘은 스스럼없이 자랐는데
十四爲君婦 십사위군부 열넷에 그대의 아내 되서는
羞顔未嘗開 수안미상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죠
低頭向暗壁 저두향암벽 어두운 벽을 향해 고개 숙이고
千喚不一回 천환불일회 천 번 불러 한번을 못 돌아보다
十五始展眉 십오시전미 열다섯에 얼굴을 펴게 되면서
願同塵如灰 원동진여회 먼지와 재 되도록 살자 했지요
常存抱柱信 상존포주신 가슴 속 다짐이 한결같으니
豈上望夫臺 기상망부대 망부대에 오를 일은 없지 했는데
十六君遠行 십육군원행 열여섯에 그대는 멀리 떠나가
瞿塘豫淅堆 구당여석퇴 구당의 여석퇴에 이르렀군요
五月不可觸 오월불가촉 오월이 되어도 만날 수 없어
猿聲天上哀 원성천상애 원숭이 울음만 하늘 위에 구슬퍼요
門前遲行跡 문전지행적 문 앞엔 오가는 발자취 뜸해
一一生綠苔 일일생록태 하나하나 푸른 이끼 돋네요
苔深不能掃 태심불능소 이끼가 뒤덮여도 쓸 수 없는데
落葉秋風早 낙엽추풍조 이른 가을 바람에 나뭇잎이 지네요
八月蝴蝶來 팔월호접내 팔월 되니 나비들 날아와서
雙飛西園草 쌍비서원초 서쪽 동산 풀밭에서 짝지어 나네요
感此傷妾心 감차상첩심 그 모습을 보노라니 가슴 아파 와
坐愁紅顔老 좌수홍안노 앉아서 근심에 얼굴만 늙어가요
早晩下三巴 조만하삼파 언제든 삼파를 떠나올 때면
預將書報家 예장서보가 미리 집으로 편지나 해주셔요
相迎不道遠 상영부도원 서로 만날 마중 길 멀다 마다 않고
直至長風沙 직지장풍사 한걸음에 장풍사까지 달려갈게요
(from http://www.siul.pe.kr/dolcha78.htm)
2.
열 넷에 당신 아내가 되어
이 백
제 머리 막 이마를 덮었을 때
꽃 꺾으며 문 앞에서 놀았었지요
당신은 죽마 타고 와서
우물 난간을 돌며 청매로 날 희롱했지요
장간 마을에서 함께 살며
우리 둘은 조금도 싫어하지 않았어요
열 넷에 당신 아내가 되어
수줍어 얼굴 펴 본적이 없고
머리 숙여 어두운 벽을 향해 앉아
천 번 불러도 한 번도 말대꾸도 못했지요
열 다섯에 겨우 눈썹을 펴고
생사를 함께 하길 바랬지요
언제나 미생의 신의를 지녔는데
어찌 망부대에 오를 줄 알았겠어요
열 여섯에 당신은 멀리 가셨으니
구당협의 염여퇴는 물길이 험난한 곳
오월이 되어도 배는 갈 수 없고
원숭이 슬픈 울음소리 하늘 위로 솟는 곳
문 앞에 당신 발길 끊기고
푸른 이끼 여러 번 돋았지요
이끼 짙어 쓸지 못했는데
가을 바람에 나뭇잎 떨어졌어요
팔월인데 나비들이 날아와서
서쪽 동산 풀밭에서 짝지어 나니
이 광경에 제 마음 속상해
시름에 겨워 곱던 얼굴 늙어가요
언제고 삼파로 내려오시면
미리 집에 편지 보내어 알려주세요
맞이하러 가는 길 멀다 않고
곧바로 장풍사로 달려가겠어요
「長 干 行」 李 白
妾髮初覆額 折花門前劇 郎騎竹馬來 牀弄靑梅
同居長干里 兩小無嫌猜 十四爲君婦 羞顔未嘗開
底頭向暗壁 千喚不一回 十五始展眉 願同塵如灰
常存抱柱信 豈上望夫臺 十六君遠行 瞿塘 堆
五月不可觸 猿聲天上哀 門前遲行跡 一一生綠苔
苔深不能掃 落葉秋風早 八月蝴蝶來 雙飛西原草
感此傷妾心 坐愁紅顔老 早晩下三巴 預將書報家
相仰不道遠 直至長風沙
우리네 인간사에는 누구나 생이별과 사별이 있기 마련이다. 둘 다 슬픈 일이지마는 남녀
간에 있어서 생이별은 더욱 못할 일이다. 특히 젊은 여인의 경우 서방님과의 생이별은 가슴
을 쥐어뜯게 하는 가장 큰 괴로움이다. 사랑하는 임이 언제 내 곁으로 컴백할 줄 모른 채
기약 없이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홀로 추야장 긴긴 밤을 지새운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
보다 더 심한 것이다. 차라리 사별은 당장 억장이 무너지고 살길이 아득하지만 세월이 흘러
남편의 3년 상을 치르고 나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수 있으련만, 기약 없는 생이별은 이러
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물로 밤을 하얗게 지새워야 하니 더욱 슬프고 괴로운 것이다.
장간 마을에 사는 장사꾼 아낙이 돈벌러 먼길을 떠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경을
그린 악부시 이백의「장간행」은 2수가 있는데 그 중 제1수이다.
복액(覆額)은 앞머리를 늘어뜨려 이마를 덮다이고, 극(劇)은 즐겁게 노는 것이다. 죽마(竹
馬)는 아이들이 대나무 장대로써 말을 대신하여 타고 노는 것인데 여기서 연유하여 어릴 적
친구를 죽마고우라는 말이 생겼다. 상(牀)은 우물의 난간이고, 장간리는 지금의 강소성 강령
현(江寧縣)에 있는데 당나라 때에는 평민들이 살았다. 혐시(嫌猜)는 미워하고 시기하는 것이
다. 포주신(抱柱信)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로,『장자』「도척편」에 다음과 같은 이
야기가 있다.
미생이란 사람이 사랑하는 아가씨와 데이트를 다리 밑에서 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다. 그
런데 갑자기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자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다리 기둥을 안고(抱
柱) 기다리다가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는 약속을 너무 고지식하게 믿는 것, 융통성
이 없는 것을 뜻한다.
아내가 높은 데로 올라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죽어 화석이 되었다
는 망부대(望夫臺)는 소철(蘇轍)의『악성집』(樂城集)을 보면“충주 남쪽 수십 리에 있다”
고 했다. 여기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한 것을 뜻한다. 구당(瞿
塘)은 사천성 봉절현(奉節縣)에 있는 험준한 협곡으로 장강 삼협의 하나이고, 염여퇴(
堆)는 구당협에 있는 암초인데 겨울에는 강물 밖으로 20장(丈)이나 드러나지만 여름에는 물
에 잠겨 배들이 자주 난파된다. 삼파(三巴)는 사천성 동쪽에 있는 파군 파동 파서를 말하는
데 낭백( 白)의 물이 파(巴)자 모양으로 굽이 흐른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심(苔深)
은 푸른 이끼가 많다는 뜻으로 흔히 시인들은 근심을 비유하는 뜻으로 많이 쓴다. 장풍사
(長風沙)는 안휘 회영현(懷寧縣) 동쪽에 있는 지명인데 지금의 장풍협이다.
이 시는 3단으로 이루어졌다. 첫 단락은 시의 주인공 아낙이 과거를 회상하였다. 장간리는
평민들이 살던 곳이라 엄격한 예교(禮敎)에 구속받지 않고 어릴 적부터 자유분망 하게 자라
왔다. 앞머리가 이마를 덮는 서너 살 적부터 둘이서 봄이면 꽃을 꺾어 소꿉장난을 하였다.
어릴 적에 신랑은 때때로 죽마를 타고 와서 우물 난간을 돌며 청매(靑梅)로 나를 놀리기도
하였다. 둘은 흉허물이 없이 지내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시기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
열 네 살에 죽마고우에게 시집을 왔는데 부끄러워 남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 숙인 채 벽만 보고 있었다. 남편이 천 번 불러야 실낱같은 목소리로 겨우 한번 대답한
수줍은 새댁이었다. 열 다섯 살이 되어서야, 겨우 남편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서 재가 되고
티끌이 될 때까지 백년해로 할 것을 굳게 다짐하였다. 서방님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미생처럼 굳게 지킬 것을 다짐했건만 장사하러 먼길을 떠나버렸기에 망부대에 올라
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할 줄을 예전에 미쳐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사랑하는 임이 계신 구
당협은 암초가 많아 뱃길이 험한 곳인지라 오월에도 풍랑이 사나워 건너기가 쉽지 않고, 또
한 원숭이 울음소리가 하늘 위로 솟는 험준한 곳이라서 늘 걱정이 태산같음을 노래하였다.
2단은 독수공방의 슬픔이다. 임이 오래 전에 떠나버렸기에 안방 문 앞에는 푸른 이끼가
내 수심만큼이나 무성하게 돋아났다. 차마 이끼를 쓸지 않았는데 그 위에 시간이 무거워져
가을 바람에 우수수 낙엽은 지고, 팔월인데도 나비들이 쌍쌍이 서쪽 동산 풀밭에서 노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정경을 보니 더욱 수심이 쌓여 곱디고운 얼굴에 주름살만 늘고 있
다고 한탄하였다.
3단은 하루속히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다. 님께서 언제든지 삼파로
돌아오신다는 소식을 미리 편지로 알려주시면 님을 마중하는 길이 멀다않고 곧바로 장풍사
로 달려가겠다고 하여 미치도록 보고픈 정을 노래하였다.
이 시는 돈벌러 먼길을 떠난 남편이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염원한 엘레지
로 아낙의 속마음을 꾸밈없이 묘사하였다. 그리움에 지친 여인의 심경을 진솔하게 그려내어
독자로 하여금 생이별의 슬픔을 동감케 한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고 푸른 이끼·낙엽·가을 바람·팔월·쌍쌍이 나는 나비 등의 목전의
사물과 계절의 변화를 투영시켜 자신의 쓸쓸한 처지를 형상화하였다. 가을 바람에 나무 잎
은 지고 팔월인데 나비들이 짝을 지어 날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내 곁에 임이 없음을 속상해
하다 보니“시름에 겨워 곱던 얼굴 늙어가요"(坐愁紅顔老)라고 한탄한 것이다.
이 아낙은 적극적인 여인이라서 속절없이 탄식만 하지 않았다. 하루 속히 님이 내 곁으로
돌아오기를 빌면서 오신다는 소식만 주신다면 불원천리하고 마중 가겠다고 하였다.
춘원 이광수가 시조「님」에서
산 넘어 또 산 넘어 임을 꼭 뵈옵과저
넘은 산이 백이언만 넘을 산이 천인가 만인가
두어라 억이요 조라도 넘어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한 것처럼, 당신이 오신다면 억 만개의 산을 넘어 마중 가겠다는 것이다.
「장간행」제2수에서“어찌하여 장사꾼 아낙이 되어 / 물 걱정 바람 걱정을 해야하는가”
(那作商人婦 愁水復愁風)라고 하여 임에 대한 염려와 생이별의 슬픔을 절묘하게 형상화하였
다.
남녀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사랑하는 임을 생이별하고 추야장 긴긴 밤을
독수공방하며 애태우는 정은 실로 눈물겹다. 그러나 사랑 이야기와 그리워하는 정을 시로
노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는 젊은 장사군의 아낙이 남편을 생이별하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애간장 태우면서 기
다리며 염려하는 정을 구구절절 그려내어 우리들로 하여금 생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
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 출처 미상)
한시는 흔히 어디서 끊어 읽어야 좋을지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고, 해석도 여러 가지로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간결한 해석을 선호하기도 하고 좀 서술적인 해석을
선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2행씩을(댓구를 이루는 경우가
많음) 3행의 시조로 번역하는 것도 보았다. 요즘도 불교 쪽이나
무슨 종친회 간행물 등의 고리타분(?)한 책에 보면 한시를 종종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확실히 그 위치가 사라져가는 경향인 듯하다.
장간행... 장간이란 지명인데, 행은 악부(樂府)의 한 종류를 일컫는다.
따라서 제목은 ‘장간의 노래’ 쯤의 뜻이 된다. 이곳이 리이기에
‘장간리의 노래’라고 해도 좋다. 해설은 아래의 두 번째 글에 잘 나와
있다.
중간의 “五月不可觸”은 남편에게 위험하니 5월의 불어난 물을 건너지
말라는 (일종의 명령) 뜻으로 보기도 하고, 주체를 아내로 보아 물이
불어 건너지 못했다는 고백으로 보기도 하고, 물과는 상관없이 다만
5월이 되어도(혹은 5개월이 지나도) 당신을 만날 수 없었다, 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후 구절의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진다.
“門前遲行跡” 부분은 문 앞의 당신(남편)이 떠날 때 선뜻 떠나지
못했던 흔적, 문 앞에 사람의 발자취가 뜸해진 것, 문 앞에 당신(남편)의
발길이 끊어진 것 등으로 보곤 하는데, 남편이 없으니 사람들의 발자취도
뜸해졌다는 뜻으로 보면 가장 무난할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은 무엇 하러 떠나간 것일까? 아마도 장사를 나갔을 것이다.
아직도 어릴 아내의 남편 그리움이 추억과 세월 속에 절절히 느껴지는
시이다.
장간행은 이 시처럼 남녀의 정한을 다루는 시들을 말하는데 이백의 이
시가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다른 시인들도 같은 제목으로 많이 지었다.
허난설헌의 5언절구 2수도 있다. 역시 님과 사랑을 나누던 정경과
그 님이 지금은 멀리 있음이 스냅샷으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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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長干行 장간행 장간리
- 李白이백 -
妾髮初覆額 첩발초복액 머리카락 앞이마에 드리울 즈음
折花門前劇 절화문전극 꽃 꺾으며 문 앞에서 놀곤 했지요
郎騎竹馬來 낭기죽마래 그대는 죽마를 타고 와서는
요牀弄靑梅 요상농청매 침상 에워 청매실로 장난쳤지요
同居長干里 동거장간리 같은 동네 장간리 안에 살면서
兩小無嫌猜 양소무혐시 어린 둘은 스스럼없이 자랐는데
十四爲君婦 십사위군부 열넷에 그대의 아내 되서는
羞顔未嘗開 수안미상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죠
低頭向暗壁 저두향암벽 어두운 벽을 향해 고개 숙이고
千喚不一回 천환불일회 천 번 불러 한번을 못 돌아보다
十五始展眉 십오시전미 열다섯에 얼굴을 펴게 되면서
願同塵如灰 원동진여회 먼지와 재 되도록 살자 했지요
常存抱柱信 상존포주신 가슴 속 다짐이 한결같으니
豈上望夫臺 기상망부대 망부대에 오를 일은 없지 했는데
十六君遠行 십육군원행 열여섯에 그대는 멀리 떠나가
瞿塘豫淅堆 구당여석퇴 구당의 여석퇴에 이르렀군요
五月不可觸 오월불가촉 오월이 되어도 만날 수 없어
猿聲天上哀 원성천상애 원숭이 울음만 하늘 위에 구슬퍼요
門前遲行跡 문전지행적 문 앞엔 오가는 발자취 뜸해
一一生綠苔 일일생록태 하나하나 푸른 이끼 돋네요
苔深不能掃 태심불능소 이끼가 뒤덮여도 쓸 수 없는데
落葉秋風早 낙엽추풍조 이른 가을 바람에 나뭇잎이 지네요
八月蝴蝶來 팔월호접내 팔월 되니 나비들 날아와서
雙飛西園草 쌍비서원초 서쪽 동산 풀밭에서 짝지어 나네요
感此傷妾心 감차상첩심 그 모습을 보노라니 가슴 아파 와
坐愁紅顔老 좌수홍안노 앉아서 근심에 얼굴만 늙어가요
早晩下三巴 조만하삼파 언제든 삼파를 떠나올 때면
預將書報家 예장서보가 미리 집으로 편지나 해주셔요
相迎不道遠 상영부도원 서로 만날 마중 길 멀다 마다 않고
直至長風沙 직지장풍사 한걸음에 장풍사까지 달려갈게요
(from http://www.siul.pe.kr/dolcha78.htm)
2.
열 넷에 당신 아내가 되어
이 백
제 머리 막 이마를 덮었을 때
꽃 꺾으며 문 앞에서 놀았었지요
당신은 죽마 타고 와서
우물 난간을 돌며 청매로 날 희롱했지요
장간 마을에서 함께 살며
우리 둘은 조금도 싫어하지 않았어요
열 넷에 당신 아내가 되어
수줍어 얼굴 펴 본적이 없고
머리 숙여 어두운 벽을 향해 앉아
천 번 불러도 한 번도 말대꾸도 못했지요
열 다섯에 겨우 눈썹을 펴고
생사를 함께 하길 바랬지요
언제나 미생의 신의를 지녔는데
어찌 망부대에 오를 줄 알았겠어요
열 여섯에 당신은 멀리 가셨으니
구당협의 염여퇴는 물길이 험난한 곳
오월이 되어도 배는 갈 수 없고
원숭이 슬픈 울음소리 하늘 위로 솟는 곳
문 앞에 당신 발길 끊기고
푸른 이끼 여러 번 돋았지요
이끼 짙어 쓸지 못했는데
가을 바람에 나뭇잎 떨어졌어요
팔월인데 나비들이 날아와서
서쪽 동산 풀밭에서 짝지어 나니
이 광경에 제 마음 속상해
시름에 겨워 곱던 얼굴 늙어가요
언제고 삼파로 내려오시면
미리 집에 편지 보내어 알려주세요
맞이하러 가는 길 멀다 않고
곧바로 장풍사로 달려가겠어요
「長 干 行」 李 白
妾髮初覆額 折花門前劇 郎騎竹馬來 牀弄靑梅
同居長干里 兩小無嫌猜 十四爲君婦 羞顔未嘗開
底頭向暗壁 千喚不一回 十五始展眉 願同塵如灰
常存抱柱信 豈上望夫臺 十六君遠行 瞿塘 堆
五月不可觸 猿聲天上哀 門前遲行跡 一一生綠苔
苔深不能掃 落葉秋風早 八月蝴蝶來 雙飛西原草
感此傷妾心 坐愁紅顔老 早晩下三巴 預將書報家
相仰不道遠 直至長風沙
우리네 인간사에는 누구나 생이별과 사별이 있기 마련이다. 둘 다 슬픈 일이지마는 남녀
간에 있어서 생이별은 더욱 못할 일이다. 특히 젊은 여인의 경우 서방님과의 생이별은 가슴
을 쥐어뜯게 하는 가장 큰 괴로움이다. 사랑하는 임이 언제 내 곁으로 컴백할 줄 모른 채
기약 없이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홀로 추야장 긴긴 밤을 지새운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
보다 더 심한 것이다. 차라리 사별은 당장 억장이 무너지고 살길이 아득하지만 세월이 흘러
남편의 3년 상을 치르고 나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수 있으련만, 기약 없는 생이별은 이러
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물로 밤을 하얗게 지새워야 하니 더욱 슬프고 괴로운 것이다.
장간 마을에 사는 장사꾼 아낙이 돈벌러 먼길을 떠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경을
그린 악부시 이백의「장간행」은 2수가 있는데 그 중 제1수이다.
복액(覆額)은 앞머리를 늘어뜨려 이마를 덮다이고, 극(劇)은 즐겁게 노는 것이다. 죽마(竹
馬)는 아이들이 대나무 장대로써 말을 대신하여 타고 노는 것인데 여기서 연유하여 어릴 적
친구를 죽마고우라는 말이 생겼다. 상(牀)은 우물의 난간이고, 장간리는 지금의 강소성 강령
현(江寧縣)에 있는데 당나라 때에는 평민들이 살았다. 혐시(嫌猜)는 미워하고 시기하는 것이
다. 포주신(抱柱信)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로,『장자』「도척편」에 다음과 같은 이
야기가 있다.
미생이란 사람이 사랑하는 아가씨와 데이트를 다리 밑에서 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다. 그
런데 갑자기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자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다리 기둥을 안고(抱
柱) 기다리다가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는 약속을 너무 고지식하게 믿는 것, 융통성
이 없는 것을 뜻한다.
아내가 높은 데로 올라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죽어 화석이 되었다
는 망부대(望夫臺)는 소철(蘇轍)의『악성집』(樂城集)을 보면“충주 남쪽 수십 리에 있다”
고 했다. 여기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한 것을 뜻한다. 구당(瞿
塘)은 사천성 봉절현(奉節縣)에 있는 험준한 협곡으로 장강 삼협의 하나이고, 염여퇴(
堆)는 구당협에 있는 암초인데 겨울에는 강물 밖으로 20장(丈)이나 드러나지만 여름에는 물
에 잠겨 배들이 자주 난파된다. 삼파(三巴)는 사천성 동쪽에 있는 파군 파동 파서를 말하는
데 낭백( 白)의 물이 파(巴)자 모양으로 굽이 흐른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심(苔深)
은 푸른 이끼가 많다는 뜻으로 흔히 시인들은 근심을 비유하는 뜻으로 많이 쓴다. 장풍사
(長風沙)는 안휘 회영현(懷寧縣) 동쪽에 있는 지명인데 지금의 장풍협이다.
이 시는 3단으로 이루어졌다. 첫 단락은 시의 주인공 아낙이 과거를 회상하였다. 장간리는
평민들이 살던 곳이라 엄격한 예교(禮敎)에 구속받지 않고 어릴 적부터 자유분망 하게 자라
왔다. 앞머리가 이마를 덮는 서너 살 적부터 둘이서 봄이면 꽃을 꺾어 소꿉장난을 하였다.
어릴 적에 신랑은 때때로 죽마를 타고 와서 우물 난간을 돌며 청매(靑梅)로 나를 놀리기도
하였다. 둘은 흉허물이 없이 지내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시기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
열 네 살에 죽마고우에게 시집을 왔는데 부끄러워 남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 숙인 채 벽만 보고 있었다. 남편이 천 번 불러야 실낱같은 목소리로 겨우 한번 대답한
수줍은 새댁이었다. 열 다섯 살이 되어서야, 겨우 남편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서 재가 되고
티끌이 될 때까지 백년해로 할 것을 굳게 다짐하였다. 서방님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미생처럼 굳게 지킬 것을 다짐했건만 장사하러 먼길을 떠나버렸기에 망부대에 올라
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할 줄을 예전에 미쳐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사랑하는 임이 계신 구
당협은 암초가 많아 뱃길이 험한 곳인지라 오월에도 풍랑이 사나워 건너기가 쉽지 않고, 또
한 원숭이 울음소리가 하늘 위로 솟는 험준한 곳이라서 늘 걱정이 태산같음을 노래하였다.
2단은 독수공방의 슬픔이다. 임이 오래 전에 떠나버렸기에 안방 문 앞에는 푸른 이끼가
내 수심만큼이나 무성하게 돋아났다. 차마 이끼를 쓸지 않았는데 그 위에 시간이 무거워져
가을 바람에 우수수 낙엽은 지고, 팔월인데도 나비들이 쌍쌍이 서쪽 동산 풀밭에서 노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정경을 보니 더욱 수심이 쌓여 곱디고운 얼굴에 주름살만 늘고 있
다고 한탄하였다.
3단은 하루속히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다. 님께서 언제든지 삼파로
돌아오신다는 소식을 미리 편지로 알려주시면 님을 마중하는 길이 멀다않고 곧바로 장풍사
로 달려가겠다고 하여 미치도록 보고픈 정을 노래하였다.
이 시는 돈벌러 먼길을 떠난 남편이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염원한 엘레지
로 아낙의 속마음을 꾸밈없이 묘사하였다. 그리움에 지친 여인의 심경을 진솔하게 그려내어
독자로 하여금 생이별의 슬픔을 동감케 한다.
지난 세월을 회상하고 푸른 이끼·낙엽·가을 바람·팔월·쌍쌍이 나는 나비 등의 목전의
사물과 계절의 변화를 투영시켜 자신의 쓸쓸한 처지를 형상화하였다. 가을 바람에 나무 잎
은 지고 팔월인데 나비들이 짝을 지어 날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내 곁에 임이 없음을 속상해
하다 보니“시름에 겨워 곱던 얼굴 늙어가요"(坐愁紅顔老)라고 한탄한 것이다.
이 아낙은 적극적인 여인이라서 속절없이 탄식만 하지 않았다. 하루 속히 님이 내 곁으로
돌아오기를 빌면서 오신다는 소식만 주신다면 불원천리하고 마중 가겠다고 하였다.
춘원 이광수가 시조「님」에서
산 넘어 또 산 넘어 임을 꼭 뵈옵과저
넘은 산이 백이언만 넘을 산이 천인가 만인가
두어라 억이요 조라도 넘어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한 것처럼, 당신이 오신다면 억 만개의 산을 넘어 마중 가겠다는 것이다.
「장간행」제2수에서“어찌하여 장사꾼 아낙이 되어 / 물 걱정 바람 걱정을 해야하는가”
(那作商人婦 愁水復愁風)라고 하여 임에 대한 염려와 생이별의 슬픔을 절묘하게 형상화하였
다.
남녀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사랑하는 임을 생이별하고 추야장 긴긴 밤을
독수공방하며 애태우는 정은 실로 눈물겹다. 그러나 사랑 이야기와 그리워하는 정을 시로
노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는 젊은 장사군의 아낙이 남편을 생이별하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애간장 태우면서 기
다리며 염려하는 정을 구구절절 그려내어 우리들로 하여금 생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
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 출처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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