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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좋은시]아배 생각 - 안상학

작성자화안|작성시간08.08.13|조회수105 목록 댓글 3

아배 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디?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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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재밌으면서도 뻐근하네요.

시인이 안동 사람이라 사투리도 경북북부 사투리네요.

제가 그쪽 지방에 잠깐 살아서 그런지, 사투리가 정겨워서, 나누고자 올립니다^^

 

멋진 가을이 오려고 그런가, 무지 덥네요.

'가을'이라고 읊조리기만 해도 두근거리네요.

단단히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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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estere | 작성시간 08.08.13 경북 사투리랑 경남이 좀 다르다지요.. 니껴형 는교형 깍듯한 경어형.. 저도 개인적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좋아 합니다. 정감이 가요.. ^^
  • 작성자놀란토끼눈 | 작성시간 08.08.13 시가 재미있으면서도 뻐근하다는 화안님 말씀이 와 닿네요. 시에는 이별이 들어 있는데도 담담하고, 경상도 사람의 표정같습니다. 두분다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다니 기분이 좋아요. 왜냐구요? 저는 부산사람입니더예.....현재는 부산에 살고있지는 않지만.
  • 작성자Jane | 작성시간 08.08.17 저도 시가 재미있으면서도 뻐근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는데...저는 결혼 초 1-2년을 경북 점촌에서 살았지요. 그때 안동 출신의 대학 동기가 고향에 살고 있어 점촌에서 가까운 안동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4-5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서 대학 친구 중 처음으로 사망했지요. 그때 안동에서 본 것이 영영 마지막이 되었어요. 신명이 많은 친구였는데, 보수적인 안동에서 사느라 통 동창회도 못 나오고 갑갑해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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