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붉은 꽃송이를 피울 여력이 없는 게다
일상의 평화에 흐르는 넋을 내맡기고
미지의 하늘을 위해 구석방의 기도를 하는 게다
동경에 가까운 연민을 품은 눈동자는
영원으로부터 지상으로 전할 몫을 알고
변두리의 좁은 골목에 천국의 씨앗을 기르는
놀랄만큼 부지런한 원예사의 손을 갖고 있다
한때 여름 하늘을 녹적의 치맛자락으로 뒤덮던
짙붉은 야생넝쿨장미의 찌르는 함성에
녹슨 창살을 두 손으로 휘어뜨리고
반지하방으로 부터 스스로 걸어나와
피빛 노을에 온몸을 물들이던 젊은 사자,
저녁햇살이 내려와 춤추던 은빛수면-
저수지의 수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고도
만발한 꽃송이를 허공에 마구 뿌릴 수는 없는 게다
스스로 깨달은 에너지보존법칙에 따라
녹색 친환경의 당국의 정책에 협조하여
화원의 푸른 장미속으로 몸을 섞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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