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ep Sworn Vow)
by William Butler Yeats
Others because you did not keep
That deep-sworn vow have been friends of mine;
Yet always when I look death in the face,
When I clamber to the heights of sleep,
Or when I grow excited with wine,
Suddenly I meet your face.
(깊은 맹세)
그대 깊은 맹세 지키지 않아
나 - 다른 이들과 벗하였다.
허나 죽음에 직면할 때
잠의 언덕을 기어오를 때
또는 술 마셔서 마음이 격앙될 때면 언제나
나 - 갑자기 그대 얼굴을 만나느니. (Jane 譯)
사춘기 때, 아니 대학 때에도 가끔 나는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보고 싶었다.
과묵하고 학구적인 타입의 인상 좋은 얼굴에 마음이 따뜻하고 뿔테 안경을 쓴 목소리가 좋은 남자였으면 했다.
많은 아가씨들의 마음이 그를 향하지만, 그는 일별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할 뿐이라 그녀들의 가슴은 아프고, 그러면 너무 멋있을 것 같았다.
지극히 유아스러운 발상이지만, 누군가의 짝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로 보였다. 그러나 짝사랑을 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정말로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예이츠의 이 시에는 실연(失戀)을 당하고도 평생 사랑했다던 Maud Gonne이라는 여인에 대한 지극한 감정의 응축이 엿보인다. 그녀를 잊고자 다른 이들과 친해지고자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이성(理性)이 무장 해제될 때는 번번이 그대의 얼굴을 떠올리는 어쩔 수 없는 한 사나이의 아픔을 목도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신춘문예 등단 시부터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기형도 시인의 시에도 짝사랑에 우는 아픈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가 있어 소개해본다.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라는 시인을 생각하면, 아니 그의 유년시절이 드러나는 그의 시들과 더불어 그를 생각하면, 너무나 여린 듯한- 착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의 어떤 전형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착한 몇몇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미안해진다.
얼마나 힘들게 마음을 떨며, 얼마나 어렵게 망설이며 흰 종이를 대했을 텐데- 그 마음을 꼭꼭 가두어놓아야 했을 시인의 아픔이 전해오는 듯하다.
앞으로 착한 사나이들을 울리는 깍쟁이 아가씨들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짝사랑을 받아주어 예쁘게 온사랑을 만들어가는 맘씨 고운 아가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by William Butler Yeats
Others because you did not keep
That deep-sworn vow have been friends of mine;
Yet always when I look death in the face,
When I clamber to the heights of sleep,
Or when I grow excited with wine,
Suddenly I meet your face.
(깊은 맹세)
그대 깊은 맹세 지키지 않아
나 - 다른 이들과 벗하였다.
허나 죽음에 직면할 때
잠의 언덕을 기어오를 때
또는 술 마셔서 마음이 격앙될 때면 언제나
나 - 갑자기 그대 얼굴을 만나느니. (Jane 譯)
사춘기 때, 아니 대학 때에도 가끔 나는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보고 싶었다.
과묵하고 학구적인 타입의 인상 좋은 얼굴에 마음이 따뜻하고 뿔테 안경을 쓴 목소리가 좋은 남자였으면 했다.
많은 아가씨들의 마음이 그를 향하지만, 그는 일별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할 뿐이라 그녀들의 가슴은 아프고, 그러면 너무 멋있을 것 같았다.
지극히 유아스러운 발상이지만, 누군가의 짝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로 보였다. 그러나 짝사랑을 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정말로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예이츠의 이 시에는 실연(失戀)을 당하고도 평생 사랑했다던 Maud Gonne이라는 여인에 대한 지극한 감정의 응축이 엿보인다. 그녀를 잊고자 다른 이들과 친해지고자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이성(理性)이 무장 해제될 때는 번번이 그대의 얼굴을 떠올리는 어쩔 수 없는 한 사나이의 아픔을 목도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신춘문예 등단 시부터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기형도 시인의 시에도 짝사랑에 우는 아픈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가 있어 소개해본다.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라는 시인을 생각하면, 아니 그의 유년시절이 드러나는 그의 시들과 더불어 그를 생각하면, 너무나 여린 듯한- 착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의 어떤 전형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착한 몇몇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미안해진다.
얼마나 힘들게 마음을 떨며, 얼마나 어렵게 망설이며 흰 종이를 대했을 텐데- 그 마음을 꼭꼭 가두어놓아야 했을 시인의 아픔이 전해오는 듯하다.
앞으로 착한 사나이들을 울리는 깍쟁이 아가씨들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짝사랑을 받아주어 예쁘게 온사랑을 만들어가는 맘씨 고운 아가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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