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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Spring (Edna St. Vincent Millay)

작성자Jane|작성시간05.05.07|조회수411 목록 댓글 1
 

Spring


To what purpose, April, do you return again?

Beauty is not enough

You can do no longer quiet me with the redness

Of little leaves opening stickily.

I know what I know.

The sun is hot on my neck as I observe

The spikes of the crocus.

The smell of the earth is good.

It is apparent that there is no death.

But what does that signify?

Not only underground are the brains of men

Eaten by maggots.

Life in itself Is nothing,

An empty cup, a flight of uncarpeted stairs.

It is not enough that yearly, down this hill,

April

Comes like an idiot, babbling and strewing flowers.

          (Edna St. Vincent Millay)




사월이여, 그대는 어이하여 다시 오는가?

아름다움으로 족한 건 아니다.

그대는 이제 끈끈하게 움트는 작은 이파리의

붉은 빛으로 나를 달랠 수 없다.

나도 알 것은 안다.

크로커스 꽃무더기를 바라보노라니

목덜미에 햇살이 따사롭다.

흙 내음도 향긋하다.

죽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누나.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땅 아래에서는 사람들의 뇌수가

구더기에 먹히고 있지 않느냐. 그뿐인가.

삶 자체가 허무요

빈 잔이요, 융단 깔리지 않은 층계.

해마다 이 언덕으로 사월이

천치처럼 흥얼흥얼 꽃을 뿌리며 온다 한들

그것으로 충분한 건 아니다.

(에드나 슨트 빈센트 밀레이/ 손현숙 역)

 

 

이 시는 봄철의 새 생명에서 오히려 죽음을 예감하는 시라고 합니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사월이 천치처럼 흥얼흥얼 꽃을 뿌리며 온다 한들'( April Comes like an idiot, babbling and strewing flowers. )이라는 구절이 자꾸 눈에 밟히더군요.

 

어렸을 때, 미친 여자가 맨발로 동네를 헤매며 실없이 흥얼대며 빙글빙글 웃는 것을 두어 번 정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어느 계절인지 분명하지 않은데도 제 기억엔 시의 내용과 맞물려 그때가 자꾸 봄같이 생각되더군요. 

 '봄'과 '미친 여자' - 미쳤다는 것은 살았어도 살아 있지 않은 것과 진배 없기에, 제 나름의 상상이 시의 주제에서 그리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밀레이의 시에서 상처가 많은 그녀를 느끼게 됩니다. 하긴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느냐만.... 

 

금요일에 갑상선 수술을 할 예정입니다. '목덜미에 햇살이 따사롭다'는 시구가 예사롭게 느껴지지가 않네요. 이제 목에 상처가 남겠지요.

친정 어머니가 얼마 전에 주신 목걸이 두 개가 너무 길어서 예쁘게 좀 줄이고 남은 알을 반지로 다시 만들었는데, 목에 상처를 내게 될 줄 상상이나 했는지요?

마취하고 죽은 듯 누워 있겠지만, 다시 눈 뜨고 오래 오래 봄을 누려야겠습니다.

 

그럼 수술 잘 마치고 건강하게 다시 까페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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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traight | 작성시간 05.03.27 건강하신줄 알았었는데.. 수술 잘 되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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