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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To My Mother (나의 어머니에게)

작성자Jane|작성시간06.11.11|조회수560 목록 댓글 1
 

  To My Mother (1849)


Because I feel that, in the Heavens above,

   The angels, whispering to one another,

Can find, among their burning terms of love,

   None so devotional as that of "Mother,"

Therefore by that dear name I long have called you-

   You who are more than mother unto me,

And fill my heart of hearts, where Death installed you

   In setting my Virginia's spirit free.

My mother- my own mother, who died early,

   Was but the mother of myself; but you

Are mother to the one I loved so dearly,

   And thus are dearer than the mother I knew

By that infinity with which my wife

   Was dearer to my soul than its soul-life.


(Edgar Allan Poe)


어머님에게


저는 저 높은 천국에서 서로 속삭이는 천사들도

그들의 불타는 사랑의 말 속에서

‘어머니’라는 말만큼 그렇게 헌신적인 말을

찾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러기에 이 그리운 이름으로 오랫동안 당신을 불러왔습니다.

저에게는 어머니 이상이신 당신,

당신은 제 마음을 가득 채워 주셔, 죽음이 저의 버지니어의 영혼을

해방시켜 제 마음속에 당신을 앉혀 놓았습니다.

저의 어머니 ― 일찍 세상을 떠나신 친어머니는

다만 저 자신만의 어머니에 불과했지만 당신은

제가 지극히 사랑했던 이의 어머니십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었던 어머니보다 더 소중합니다.

아내가 저의 영혼에게는 그 자신의 목숨보다도

헤아릴 수 없이 더 소중했던 것처럼.

(김기태 역에 아주 약간 Jane이 가필하였음 )




미국 여행을 떠나며, 그간 까페에서 프린트해 놓았던 은밤님과 은물결님의 에밀리 디킨슨 시와 번역들 십여 장, 그리고 얼마 전 영풍문고에서 샀던 포우의 시집 한 권을 챙겨 넣었다. 무료한 비행시간을 나름대로 쏠쏠히 아껴쓰려는 생각에서였다.


시집을 살 때 읽어보니, 내가 평소 포우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생활인으로서의 자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편이라, 알콜에 절어 지냈다는 포우나 포우의 추종자 보들레르같은 사람들에게는 괜한 미움 비슷한 적의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에 알고 있던 애너벨리와 한두 편의 시를 제외하고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carlos님이 까페에 소개했던 ‘To One In Paradise’(천국에 계신 그대에게)가 참 느낌이 좋았고, 기괴한 분위기의 'The Raven'을 비롯해 그의 시가 추구하는 청각적 효과도 괜찮게 느껴졌다.

물론, 동호회원인 만큼, 의무적으로라도 몇 편 읽을 생각은 했는데, 기대 외로 ‘Evening Star’와 몇몇 좋은 시들을 시집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까페 활동에서 얻는 효과란 이렇게 긍정적인 것이 많은 듯하다.


이 시의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시 속의 어머니가 그의 친척이자 애인, 부인이었던 버지니어의 친어머니, 즉 포우의 장모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버지니어가 혹시 크리스천이었다면 그의 영적인 어머니 마리아를 말하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내 생각엔 전자(前者)로 느끼고 싶다.


우리나라가 시댁과의 관계가 밀접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장모가 딸네 집 근처에 사는 경우가 많아 사위와 장모의 관계가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만일 장모와의 관계가 좋은 사위라면 실제 가정생활에도 도움을 적잖을 받을 것이고, 또 정신적으로도 편안하고 여유를 느낄 수 있으리라.

포우와 그의 장모와의 관계가 원만했고 각별했다면 그런 심정을 시에서 토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실제로 사위들이 자기의 친어머니보다 장모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글쎄 - 잘 모르겠다.


시를 읽다 보니, 자연스레 ‘어머니’라는 단어를 따라, 나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친정의 경우, 사위 일곱이 모두 장모를 좋은 분으로 여기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마음이야 자신들의 친어머니에게 더 정은 끌리겠지만, 몇몇 사위는 인품은 당신 어머니보다 장모님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느끼고 부인에게 털어놓은 듯하다.


사위들 의견인즉, 장모님은 마치 ‘전원일기’에 나온 어머니 김혜자씨같이 진솔하고 어수룩한 성품이라 사위들에게 유난히 잘하거나 기분을 돋우는 재미는 없으시지만, 언제 봐도 편안한 인상에 사위들을 아직도 조금은 어려워하는 충청도 사투리가 조금 느껴지는 반(半)존대의 어법, 사람을 따뜻하게 아껴주는 느낌이 좋아 지식과 교양으로 무장한 어떤 누구의 장모님보다 자신들의 장모님을 최고로 치켜세우게 된단다.


외삼촌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아버지의 대학 동창인 사람을 통해 아버지를 알게 된 외삼촌은 타고난 성실성과 책임감, 똑똑함과 부지런함 때문에 아버지를 좋게 보았는데,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니 그렇게 가난한 줄은 모르고 어머니를 시집보내셨다고 한다.

싣고 온 장롱이 집 안에 들일 정도도 되지 않는 형편없이 주저앉은 오두막집에 사는 것을 아시고, 외삼촌은 좋은 혼처 다 마다하고 당신이 우겨 보낸 결혼을 가슴 아파하고 문설주에 머리를 부딪치며 우셨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사주단자 가지고 오면 집안 형편 다 알고 혼인 안하려 할까봐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신의 사주 적은 것을 가지고 외가 쪽으로 오시면서 길가 주막 근처에서 외삼촌을 만나 사주단자를 교환하셨다고 언젠가 실토하신 적이 있다. 결혼과 직업 선택에 있어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노력을 해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철학이 빛을 보신 것이라고나 할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대신, 양반집 체통을 내세워 규숫감을 선보이지 않고 혼인시키려 한 외삼촌은 신붓감을 본 후에야 결정하겠다는 아버지의 실용적 태도에 굴복하고 고개 푹 숙인 어머니의 모습을 슬쩍 볼 수 있게 외할머니께 청을 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아버지의 욕심은 당신의 별볼일없는 형편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슬기로운(?) 욕심꾸러기의 전형인 듯하다. 아버지 말씀처럼 어떻게 평생을 할 사람을 안 보고 결정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욕심과 용기이지만... 


대학 나온 아버지와 보통학교 나온 어머니지만 두 분은 참 사이좋게 사셨다. 철들 때까지도 부부싸움이 뭔지 나는 통 모르고 살았다. 성질이 급한 아버지의 언성이 가끔 높아져도 어머니께서 일단 사과부터 하고 대거리가 없으니 싸움이 도무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보면 아버지께서 잘 모르고 화부터 내신 급한 당신의 성격을 사과할 때가 많았다.


나도 조금 성격이 나보다 급한 남편에게 이 방법을 쓰니, 싸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처럼 나중에 사과를 받는 것도 똑같다. (물론 상대방 또한 본바탕이 착하기 때문에 사과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 급한 성격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 있는 사람이 이해해주자고 생각하는 편이다.)


우리집에 처음 인사 오는 예비사위들은 장인의 다정다감함, 부지런함, 적극적인 태도, 무궁무진한 대화(출판업을 한 아버지는 깊이는 분야에 따라 높낮이가 있지만, 폭은 넓어 다양한 화제거리를 상대방에 맞게 잘 공급하신다.)에 반한다. 화려한 화술의 장인감에 비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어머니는 옆에 가만히 편안한 인상으로 앉아 계신다. 똑똑한 사윗감들은 비로소 수수하고 기가 세지 않아 보이는 장모감이 눈에 들어오며, 자기가 좋아서 결혼하려는 여자를 장모님의 인성과 동일시하며 흡족해한다.

나중에는 장모만 오리지널이고, 그 딸들은 오리지널을 모방한 위조품임이 금방 드러나지만…


나는 이미 배움이 많은 사람이라 이런 저런 교양이라는 옷을 차려 입지 않을 수 없지만, 이따금 천성의 착함으로 인해 많이 배우지 않고도 배운 사람 이상의 덕을 지녀, 불필요한 교양이 아닌 진정한 교양의 미덕을 느끼게 하는 나의 어머니를 닮고 싶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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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은물결 | 작성시간 04.12.04 저도 carlos님께서 얘기하셔서 "To One in Paradise"를 읽고 참 좋았구요 여기 포우 이벤트 게시판을 계기로 포우의 생애와 작품을 계속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위의 시는 포우의 아내였던 Virginia의 어머니였던 Maria Poe Clemm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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