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D.H. Lawrence
Softly, in the dusk, a woman is singing to me;
Taking me back down the vista of years, till I see
A child sitting under the piano, in the boom of the tingling strings
And pressing the small, poised feet of a mother who smiles as she sings.
In spite of myself, the insidious mastery of song
Betrays me back, till the heart of me weeps to belong
To the old Sunday evenings at home, with winter outside
And hymns in the cosy parlour, the tinkling piano our guide.
So now it is vain for the singer to burst into clamour
With the great black piano appassionato. The glamour
Of childish days is upon me, my manhood is cast
Down in the flood of remembrance, I weep like a child for the past.
피아노
데이빗 허버트 로렌스
부드럽게 한 여인이 내게 노래 부른다 황혼의 시간에.
노래는 먼 추억의 길로 나를 데려가,
나는
피아노 밑에서
페달 밟은 어머니의 발을 누르며 장난치는 아이와
피아노 앞에 앉아
미소 지으며 노래하는 어머니를 본다.
잊은 줄 알았던 옛 노래가
어느덧 익숙하게 되살아나
내 가슴을 울린다.
그 옛날 일요일 밤이면, 밖은 한 겨울일지라도,
아늑한 방에는 찬송가 소리와 피아노 선율이 가득했다.
이제 검은 피아노의 열정적 연주에 맞춰
현실 속의 여인이 소프라노를 뽑아도
회상에 잠긴 내게는 멀게 느껴질 뿐.
내 어린 날의 아름다움이 되살아나
추억의 홍수에 내 어른시절은 떠내려가고,
나는 옛 생각에 아이처럼 목놓아 운다.
(정종화 옮김, 윤지완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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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 영화 “Danny the Dog"을 봤습니다. 액션 영화답지 않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포함시키려 했는데, 그 매개체가 피아노였습니다. 정신박약으로 유아적 수준만 유지한 싸움동물인 대니(Danny, 이연걸)가 우연히 피아노를 접하면서 어머니와의 옛 기억을 살려냅니다. 어머니가 피아노치고 있고, 그 밑에서 어린 대니(Danny)가 어머니 발을 누르며 장난치던 옛 일을 회상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오는데, 그 장면이 로렌스의 ‘피아노’ 분위기와 아주 흡사합니다. 영화감독이 혹시 이 시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정종화씨가 번역한 것이 아무래도 원래 시의 참 맛을 그대로 전하지는 못한 것 같아 스무번 정도 읽고 되새김질하면서 우리말로 옮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