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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resentiment - is that long Shadow - on the Lawn - (J 764) - Emily Dickinson

작성자Jane|작성시간06.11.11|조회수274 목록 댓글 0
저는 이 시를 몇 년 전 유종호 씨의 '시란 무엇인가'(민음사)를 읽다가 예문으로 접했지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으면서 생각하게 하는 시 같았습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육필이 아닌, 현대어로 비교적 해석하기 용이하게 편집된 것이지만, 은물결님의 번역과 함께 그 느낌을 더 풍성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옮겨봅니다.


<Presentiment>

-Emily Dickinson-

Presentiment - is that long Shadow - on the Lawn -
Indicative that Suns go down -

The Notice to the startled Grass
That Darkness - is about to pass -


예감은 - 그 긴 그림자 - 잔디밭 위에 -
해가 지는 것을 나타내는 -

깜짝 놀란 풀에게 통지하는 것
어둠이 - 곧 지나갈 것이라는 -

[조호영 역]



Presentiment is that long shadow on the lawn
Indicative that suns go down;
The notice to the startled grass
That darkness is about to pass.

<예감>
-에밀리 디킨슨-

예감은 해가 진다는 것을 알리는
잔디밭의 저 기나긴 그림자;
어둠이 막 지나가리라는 것을
놀란 풀잎에 알려주는 기별.
(유종호 번역)


늦은 하오가 되면 그림자가 길어지게 마련이다.
해질 무렵 잔디밭의 긴 그림자는 곧 일몰이 오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예보이다.
또 곧 어둠이 내리리라는 것을 놀란 풀잎에게 알려주는 기별이기도 하다.
신기할 것 없는 일상의 소묘이다. 그러나 긴 그림자를 예감의 보어로 삼음으로써 작품은 예기치 않은 깊이와 무게를 획득하게 된다.
<기나긴 그림자는 예감>이라고 했다면 이 시의 효과는 궤멸되고 말았을 것이다.
예감이 주어가 되어 있음으로 해서 슬픈 기병의 삶(혼자서 치러내는 고독한 마음 싸움에 관한 에밀리 디킨슨의 또 다른 시의 내용)의 예감이 섬세하나 드러나지 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기나긴 그림자를 접하고 <놀란 풀잎>은 그대로 화자의 자화상이 되어 놀라움을 안겨준다.
슬픔은 슬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 때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유종호, 시란 무엇인가, 10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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