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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Re:[Elizabeth Barrett Browning] If Thou Must Love Me. . .

작성자Jane|작성시간07.10.25|조회수388 목록 댓글 1
 

If Thou Must Love Me


           Elizabeth Browning  

          

If thou must love me, let it be for nought

Except for love's sake only. Do not say

"I love her for her smile--her look--her way

Of speaking gently,--for a trick of thought

That falls in well with mine, and certes brought

A sense of pleasant ease on such a day"--

For these things in themselves, Beloved, may

Be changed, or change for thee,--and love, so wrought,

May be unwrought so. Neither love me for

Thine own dear pity's wiping my cheeks dry,--

A creature might forget to weep, who bore

Thy comfort long, and lose thy love thereby!

But love me for love's sake, that evermore

Thou may'st love on, through love's eternity.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엘리자벳 브라우닝 (손현숙 역)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딴 목적을 갖진 마세요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녀의 미소와---외모와---부드러운 말씨가 맘에 들어

또는 재치 있는 생각이 나와 잘 맞아 사랑한다든가

그런 날은 확실히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든가”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 자체는 임이여, 변할 수 있거든요

당신을 위해서도 변하고, 그리고 그렇게 이루어진 사랑은

깨질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내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는 마음으로 사랑하지 마세요

당신의 위안을 오래 받으면 우는 것조차 잊어버려

당신의 사랑마저 잃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저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을 통해

당신이 언제까지나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어제 문화센터 영시반에서 이 시를 공부했습니다.

대부분 사오십대의 아주머니들이라 그런지 이 시가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중학생 때부터 이 시를 알고 있었고, 젊은 시절엔 제법 마음에 와 닿는 듯도 했습니다만, 언제부터인지 저도 이 시가 세상 모르는 여자의 사랑에 대한 철없는 환상쯤으로 여겨졌던 것은 저도 때가 시커멓게 묻은 중년의 주부가 되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순수함과 영원함에 대한 동경은 모든 인간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고, 더욱이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신기루 같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구원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같은 사랑의 시작이 사실은 이 시에서 배제하고자 했던 사랑하는 감정 (미소나 외모, 부드러운 말씨 등)을 이미 잉태한 채 시작되었을 때 더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 아닐가 싶었습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상대방을 측은히 여기는 연민(pity)의 감정이 있으면 사랑이 더 큰 생명력을 키우고 더욱 애틋해질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마침 수업 듣는 분 중에 브라우닝 부부처럼 펜팔로 시작되어 결혼한 분이 계셨는데, 정말로 아무런 사심 없이 남자 대 여자로 결혼했는데, 그건 정말 바보짓이었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백일장에서 당선된 자기의 시가 신문에 실렸는데, 이 시에 대한 감상을 편지로 보낸 군인 아저씨께 담임 선생님께서 답장을 해 주라고 하신 것이 인연이 되어, 6년 간 일기처럼 그날 그날의 자기 생각의 편린들을 편지를 통해 왕래하다가 고3때 조우했다고 했습니다. 남자들의 세계도 전혀 몰랐고, 이런 저런 조건의 머리도 굴리지 않았으며, 나이 차도 생각 않고 그저 보이지 않는 사랑의 실체를 지향하면서 그가 남자고 자기가 여자이기에 운명처럼 결혼했다고 했습니다. 남들은 그 멋있는 연애에 환호했지만, 그런데 조금 나이가 들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사람이 정말로 맞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캠퍼스가 시끄럽게 떠들썩한 연애를 하고 결혼했던 분도 후회막급이라 하고, 내성적인 자기에 반해 추진력 있고 밀어부치는 화끈한 성격이 맘에 들어 결혼했다던 분은 그 화급한 성정 때문에 숱한 날들을 마음 조려야 했다고 하니, 사랑만을 위해 사랑한 사람이나 이런 저런 생각 끝에 결혼한 사람이나 결국 사랑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앤소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의 사랑에 대한 세 가지 방식을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romantic love(낭만적 사랑)과 confluent love(합류적 사랑)의 중간 정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다음은 설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인터넷의 여러 곳에서 이어 붙인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1) passionate love (열정적 사랑)

  열정적 사랑이란 가장 원초적인 사랑의 형태이다. 앞뒤를 가리지 않는 맹목적인 사랑이 곧 열정적 사랑이다. 과학자들은 열정적 사랑을 뇌의 화학 작용으로 보고 있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시기에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만들어져 행복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 페닐에틸아민이 만들어져 천연각성제 구실을 해서 열정이 분출되며, 그다음에는 옥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성적 충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런 사랑에 빠지면 현실감이 사라지기도 한다. 앞뒤를 가리지 않는 만큼 파괴적인 속성도 지니고 있다. 어떤 희생이나 극단적 선택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정상적인 상태이다. 그래서 오래가지 못한다. 신체에 병균이 침입하면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하여 신체가 스스로 균형을 찾으려 하듯이 사랑으로 인한 비정상적 상태에서도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2) romantic love (낭만적 사랑)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 운명적으로 만난 두 사람이 변치 않는 사랑을 나누며 평생을 함께하는 것이 낭만적 사랑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과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의 유명한 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와 같은 사고는 낭만적 사랑의 핵심이다. 열정적 사랑이 성적 매혹과 불가분의 관계인 반면 낭만적 사랑은 정신적인 것, 영혼의 만남을 우위에 둔다. 이는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의 신에 대한 숭고한 사랑에 열정적 사랑이 더해진 것이다.

  왜 하필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낭만적 사랑에서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이니까. 낭만적 사랑에 있어서 상대방은 자신의 결여를 메워 주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은 불완전한 개인을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에서는 서로의 차이점이나 갈등의 요인들이 간과되고 축소된다. 낭만적 사랑의 관점에서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차이점이나 갈등이 있다 해도 소소한 것이거나 소소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 결과는? 갈등이 커질수록 상대방이 진정한 영혼의 짝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되며 결국 관계는 깨지게 된다.


 3) confluent love (합류적 사랑) : 각기 따로 흘러오던 두개의 지류가 합쳐져 하나의 강물이 되어 흐르듯, 두 사람의 정체성이 과거에는 각기 달랐음을 인정한 위에서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을 향해 사랑의 유대를 공유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협상해 가는 사랑이다.

합류적 사랑이란, 기든스에 의하면, "자기 자신을 타자에게 열어 보이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고 사랑의 유대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이루어 가는 것이 합류적 사랑이다.


    사랑했던 우리. 나의 너, 너의 나, 나의 나, 너의 너.

    항상 그렇게 넷이서 만났지.

    사랑했던 우리.

    서로의 눈빛에 비워진 서로의 모습 속에서 서로를 찾았지.

    (...)

    잊지 못할 그날. 나는 너, 너는 나였었지.

    그렇듯 쉽게 떠나갔던 우리.

    (...)

    이렇게 생각해. 나는 나, 너는 너였다고. 나는 나, 너는 너.


                        - 나는 나 너는 너, 동물원 세 번째 노래 모음, 1990


  나는 곧 너이며 너는 곧 나라는, 또는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사랑이며, 나는 나이고 너는 너임을 확인할 때 사랑이 깨진다는 관점이 낭만적 사랑이다. 이에 반해 합류적 사랑에서는 나는 나이고 너는 너임을 확인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윤리나 관습에 매이지 않기에 섹스 어필했던 점이 좋아 사랑했지만 그 매력이 시들면 떠날 수 있고, 경제적 능력이 강점이라 사랑했지만, 그것이 소멸하면 쿨하게 떠날 수 있는 것, 그것이 합류적 사랑의 일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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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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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은물결 | 작성시간 07.10.29 글을 잘 읽었습니다. 한편으로 사랑을 위하여 나를 사랑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참 비현실적으로 들리는데 다른 한편으로 저는 창조적인 삶에 촛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늘 가능성에 열려있는 것이지요. 잡힐듯 말듯한 아름다움에 인간은 늘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열려있기에 늘 신선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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