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너무 비싸다 – Vocabulary for Achievement
제가 추천 내지는 참고로 언급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교재들이 제법 있습니다. 말해봐야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림의 떡밖에 못되거나, 제법 괜찮은 내용이지만 가격이 터무니 없다거나… 등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쨌든 그 중의 대표적인 교재 하나를 오늘 결국은 글로 올리는군요.
이 교재는 Non Native 가 아닌 미국의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단계별 어휘 학습서입니다. 그 중에서 Grade 3 부터 5 까지의 세 권, 특히 Grade 3 와 Grade 4 가 제가 언급하고자 하는 주인공들입니다. 미국에서 어린이 교과서를 많이 출판하는 Houghton and Mifflin 그룹의 한 갈래인 Great Source 에서 2001년에 초판이 나왔구요.
전체적으로 여섯개의 chapter 로 나뉘어져 있고, 각 chapter 는 다섯개의 Lesson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Chapter 의 첫번째 Lesson 은 Skill LESSON 이라고 하여 접두사나 동의어, 어근 등 이어지는 Lesson 들에서 다루는 어휘들을 아우르는 내용의 Introductory 유닛이고, 마지막 Lesson 은 Review, 즉 복습을 위한 유닛입니다. 도입 –> 학습 –> 복습의 단계에 충실한 구성으로 되어 있지요. 성급하지 않게 너무 많지 않은 내용을 차근차근, 반복해가며 다져주는 진행이 아주 마음에 드는 교재입니다. 엄청난 분량의 어휘를 아주 급하게 뭘 이해했는지로 모르게 후딱 후딱 훑고 지나가는 방식의 ‘단어장’ 스타일의 어휘 교재들과는 완전 다르지요.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사랑(!)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어휘 학습의 접근 방법을 어휘 자체만을 학습하거나 암기하는 것이 아닌, ‘READING’을 통해 학습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충실하게 그것을 교재 안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 Lesson 에 제시된 어휘들의 설명과 예문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 어휘들이 모두 담긴 한 페이지 분량의 ‘지문’이 이 교재의 하일라이트입니다. 제시된 어휘가 담긴 지문을 제공하는 교재가 이 책만이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 지문의 분량이 단문 수준으로 짧다는 것이 항상 아쉬운 점이었지요. 이 책에서는 학습한 어휘들을 포함하되 지문의 문장 구조나 내용 등에 막혀서 어휘 복습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쉽고 편안한 문장들로 쓰여진 제법 긴 ‘한편의 완성된 이야기’를 제공합니다. ESL/EFL 교재는 아니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재이기 때문에 초중급 수준의 우리나라 학습자들이 소화하기에도 적합하지요.
504 Absolutely Essential Words 가 어휘와 함께 문장 자체도 상당히 난이도가 있고 압축된 지문을 제공하여 중급 학습자들에게 어휘와 그에 걸맞는 문장에 대한 균형을 요구하고 잡아준다면, 이 교재는 그보다 낮은 Level 의 학습자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Reading 을 통해 어휘를 익히는 습관을 잡아주는 데에 장점이 있습니다.
Native 미국 어린이들을 기준으로 한 교재이기 때문에 어휘의 선정에 있어서 일부 고개가 갸웃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문이나 지문의 내용이 지극히 미국적(?)이라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구요. 그러나, 위에 서술한 장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지극히 미미한 아쉬움이고, 오히려 미국의 문화나 Native 들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창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단, 이런 부분은 독학보다는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생님이 함께 하는 경우에서 더 유리하겠지요.
지식이 급격히 늘고 왕성한 학습 활동이 이루어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재이기 때문에 TOEIC 이나 비즈니스를 목표로 한 학생보다는 TOEFL 같은 Academic 한 성격을 가진 시험을 목표로 하거나 유학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더 적합합니다.
또한 단계적으로 천천히 밟아가는 시리즈 교재이기 때문에 단기 학습보다는 장기적인 학습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Grade 3 부터 5 까지는 보통 기초를 마친 Level 부터 본격적인 중급 학습에 돌입하기 전까지에 적합합니다. 참고로 Grade 1 ~ 2 는 시간 대비 좀 쳐지는 감이 있고, Grade 6 부터는 책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 버립니다.
끝으로 왜 그동안 이 책의 언급을 직간접적으로든 자제해 온 이유를 밝혀야 할 것 같군요. (사실 오프라인에서는 많이 많이 얘기했었습니다. 수업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한 교재 중의 하나구요.)
무엇보다 그동안은 이 책의 ‘구입’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국내 처음 수입시 일반 서점에 풀리지 않고 주로 학원용으로만 유통되었었기에 언급해봐야 ‘염장지르기’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이 책을 오프라인 공부방 수업에서 교재로 활용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구입을 위해 알아보니 인터파크에서 일반 구입이 가능하더군요. 일부 단계는 리스트에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확실하게 검색이 됩니다.
두번째 이유,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도 내내 마음에 걸리는 가장 사항은 바로 ‘가격’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제목까지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달았을까요? 재생지 재질에 컬러도 아닌 120 페이지 남짓한 이 얇은 책이 왜 최고 3만 4천원씩이냐 해야 하는지 저는 이해 불가입니다. (인터파크 해외주문원서 가격 기준) 다행히 일반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티메카코리아라는 영어원서판매사이트에서는 2만 5천원대의 가격도 보이네요. 다만, 여기서는 교사용, 워크북 포함판, 하드커버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그에 대한 설명이나 표시가 잘 안되어 있어 구입에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일반적으로 여러분이 구할 수 있는 다른 원서 교재 대비 가격이 과합니다. 정말 책에 대한 순수한 가격이 아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서 영 찝찝하다는…
이런 이유로 여러분께 대놓고 권하지는 못하는, 그러나 그 존재와 장점은 안 말할래야 안 말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헤매이다(?) 이렇게 뒤~~늦은 글을 토해냅니다. 수입사나 서점 어디든 가격 인하의 결단만 내려 준다면 정말 주저없이 추천을 날려주겠는데 말이죠.
EFL Specialist
Jul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