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뜨거운 햇살에 거을린 얼굴들을 뒤로하고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도 가을을 재촉하는듯 이제 을씨년스럽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게하고 깊어가는 가을을 알리듯 풀벌레 소리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에게 인사하듯 구슬프게 들린다
간밤의 싸늘한 기온 탓이었을까? 등교길 교정에는 초롱초롱 구슬방울들이 풀 잎사귀마다 가득 열려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다 적시지는 못했지만 피조물의 영역에서 그들의 이웃하는 식물들은 한가득 이슬을 머금고 있다
어릴적 등교길... 산허리를 타고 내려오면 좁은 오솔길따라 삐져나온 풀들의 손끝에 긴바지자락과 신발등이 온통 이슬에 흠뻑 젖고 때로는 들풀의 씨앗들이 신발들을 타고 먼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성도고의 학교앞 등성이는 현대문명이 가로막아 그런 추억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길옆으로 쭉늘어선 연보라빛 들국화와 강아지풀들이 그때 기억을 되살려 주는것 같다
저 은행나무 가지사이에는 거미들이 쳐놓은 거미줄에 이슬이 영롱하게 맺혀 햇빛에 반사되면 수정처럼 맑게 반사되기도 했었는데.... 지금 그 거미줄이 없다.
내 그림자 머리부분에는 내가 세상에서 정말 특별한 존재임을 알려주듯 태양에 반사되는 후광이 이슬을 통해 빛나곤 했었는데....
눈앞 몇미터도 안보이는 안개속을 지나면 눈같이 하얀 이슬이 머리카락과 눈썹에 쌓여서 할아버지 처럼 보여 친구끼리 마주보며 키득키득 웃곤 했었는데....
이제 그 이슬은 딱딱한 현대문명에 밀려 더이상 손이 닿지 않는곳에서만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자신을 더듬어 느껴보라고 가을이 자신속에서 생동함을 느껴보라고
한방울 크게 뭉쳐진 이슬방울이 떨어지며 강아지 풀 머리가 끄덕인다.
이슬의 촉촉함에 강아지풀이 외로이 화답하고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