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희 지음/디오네/264쪽/8,800원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시는지요?'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오히려 ‘사는 낙이 없다'는 푸념이나 ‘로또나 맞아야 사는 맛이 나려나'는 자조를 듣기 일쑤다. 하지만 정말 우리 인생은 그렇게 남루하고 보잘것없는 것일까. ‘마음 한 번 돌리면 극락이 눈앞'이라는 불교의 가르침대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살맛나는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박성희의 산문집 <맛있는 인생>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우리 주위에 무진장하게 널려 있는 인생의 감칠맛을 소개한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푸성귀가 솜씨 좋은 요리사의 손을 거쳐 입맛 돋우는 진미로 태어나듯이 저자는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인 일상의 사소한 경험에서 ‘아, 살아봐야지' 싶게 만드는 삶의 교훈을 길어 낸다.
거리에서 룸살롱 광고지를 나눠주는 젊은 여성에게서 용기를 발견하고 한식집에서 흔히 보는 탕평채에서 타인에 대한 정성과 배려의 의미를, ‘뼈다귀 해장국'이라는 음식이름에서 조급하고 과격한 세상인심을 끄집어낸다. 그런가 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들고 있는 ‘와인잔'에서 삶의 추위를 잊는 법을 들려준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을 잊지 않는다. 앙드레김에 대한 세간의 비아냥에 대해서는 ‘자신의 일을 오래, 성실히 해온 사람을 일 이외의 요소로 비난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고 제안하고 풍수와 운세에 기대는 경제계의 뒷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운명이나 복을 쓸데없는 틀'에 가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특히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불평등을 언급할 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냐'며 반성과 개선을 요구한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언론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시선은 ‘바로 지금 우리 옆의 현실'에 닿아 있다. 정치, 경제, 국제정세, 문화예술, 사회 등 관심의 폭 또한 다채롭다. 하지만 ‘세상을 통째로 바꾸고 싶어 하는 커다란 목소리'가 아닌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작은 행동'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이 책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오랫동안 기사를 써왔음에도 기사 투의 메마른 문장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건네듯 나직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우리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큰누이가 차려 준 소박하지만 입에 맞는 밥상 같다고나 할까. [한경비즈니스 변형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