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 영역을 나보다 훨씬 잘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비전공자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소설가 김형경에게 경탄한다. 《천 개의 공감》은 ‘포털 정신분석서’라 할 만하다. 나를 포함해 정신분석 전문가 집단에게 먼저 일독을 권하고 싶을 만큼 깊고 치밀하다. ‘자기’가 궁금한 모든 이에게 김형경의 분석적이고 공감적인 조언은 스나이퍼의 조준사격이기도 하고, 편안한 다락방이기도 하다. 그의 작가적 상상력과 정신분석 경험, 방대한 관련 지식, 섬세한 문장, 정교한 설득력 덕분에 관념적으로 보였던 정신분석학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실용의 학문으로 거듭났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정신분석가의 한 사람으로서 김형경에게 ‘정신분석 작가’라는 새로운 칭호를 부여하고 싶다.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이런 언니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나지막한 목소리, 어떤 이야기든 다 들어줄 것 같은 넓은 가슴, 그러면서도 비밀은 꼭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가는 무거운 입을 가진 언니 말입니다. 《사람풍경》을 읽으며 김형경이야말로 딱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작가가 이번에 표 나게 우리 모두의 언니로 나섰습니다. 상처 입은 뭇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다, 한발 더 나아가 치유 방법을 넌지시 건네줍니다. 내면의 아이를 달래고, 어른을 키워나가며, 가족과 연인과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참 자기"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자기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고,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괴로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금희(방송인)

“유아기 때 부모의 역할이 첫 번째 연금술이었다면,
두 번째 연금술은 정신분석이고, 세 번째 연금술은 사랑이다.”
소설가 김형경의 두 번째 심리 에세이가 우리에게 왔다. 이 책은 <한겨레>의 상담 코너 ‘형경과 미라에게’에서 독자들과 나누었던 질문과 대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가 이십대부터 접해온 심리학적 지식과, 실제 정신분석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관계 맺기’에 절망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정신분석학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이 책의 내용은 독자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 뼈아플 정도로 쓴 약이 되기도 할 것이다.
소설가 김형경과 주고받은 우리들의 다락방 비밀
“내 안에 착한 여자와 창녀, 두 여자가 살아요”, “작은 일에도 너무 큰 상처를 받습니다”, “상사 때문에 당장 회사를 떼려치우고 싶어요.”, “집과 가족이 너무도 싫습니다”, “큰아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아빠입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집착을 끊기 힘들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갈등은 대부분 관계에서 비롯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 갈등을 갈등인 채로 두느냐, 아니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장 친밀한 형제자매조차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놓고 피터지게 경쟁하고, 커서는 혈맹의 동맹군으로 사회라는 거대한 적과 대항한다. 목숨을 나눠가진 부모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비극적인 자신의 원형과 직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이 사회는 변질되고 미화된 이상적인 어머니, 이상적인 가정, 이상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본질과 동떨어진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추느라 인간의 번뇌는 더더욱 증폭된다. 바로 그런 갈등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 폭력적인 부모나 상사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 우정이나 사랑 같은 친밀한 관계 때문에 힘든 사람들의 탄식이다. 비록 모든 것인 개인적인 고민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다.
첫 장은 자기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자신의 내면과 감정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둘째 장은 우리의 성격을 형성하고 관계 맺기를 배우는 가족 관계에 대해서다. 특히 그 시기에 익힌 생존법에 유아적 미숙함이 들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성인으로서의 생존법을 새롭게 터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셋째 장은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정신을 성장시키는 성과 사랑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넷째 장에서는 개별적인 심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자기실현을 이루는 사회적 관계 맺기를 다룬다.
현대인의 잿빛 마음에 행복한 무지개를 띄우는 법
관계에서 비롯한 갈등에 대응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어린 시절에 적절한 정서적 양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겪는 갈등을 과장되게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자살충동을 느끼고, 자신의 생을 내팽개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의 고통이 어린 시절의 부모 탓이라고 해도, 이제 와서 부모에게 행복한 유년기를 보상해달라고 떼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신분석학은 바로 그 지점에 생의 모든 문제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의 힘든 생이 어린 시절 부모의 연금술에 의한 작품이라면, 성인이 된 후에는 스스로 제2의 연금술을 펼쳐야 한다. 자신이 괴로운 것은 모두 자기 탓이다. 부모 탓도, 형제 탓도, 남 탓도 아닌 내 ‘마음’ 탓이다.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자라는 동안 이토록 중요한 마음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다. 학교에서 인간의 신체는 부위별로 외우도록 훈련시키지만, 정작 생에서 훨씬 중요한 마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도, 타인의 마음도 모르는 채 미로 같은 인간관계를 헤쳐 나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을 모르니 자기의 욕망도 모르고, 자기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모르고, 생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도 알지 못한다. 사랑도 이별도 너무 힘들다고 느끼고, 기분이 우울한데 이유도 해결책도 모르겠다고 느끼고, 관계 맺기나 삶 전체에 서투르다고 느낀다.
바로 그 지점에 《천 개의 공감》의 존재 이유가 있다. 저자는 질문자들의 갈등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되는 글쓰기, 질문자의 고뇌에 대한 공감에서 찾아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기 자신을 잘 알게 되고, 자기를 사랑하게 되며, 타인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삶이 편안해지는 지점까지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책머리에
1부 자기 알기
2부 가족 관계
3부 성과 사랑
4부 관계 맺기

김형경
소설가라는 직업은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영역의 일이라 믿으며 이십대 중반부터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어왔다. 지금 책장에는 그 분야의 책이 4백여 권쯤 꽂혀 있는데 그 중에는 한두 장만 읽은 책도 있고 서너 번쯤 반복해서 읽은 책도 있다. 삼십대 후반에는 실제로 약 1백회 가량 정신분석을 받았고, 그 후 여행과 일상생활 속에서 ‘잔존 효과’라 할 만한 긴 자기 분석의 시간을 보냈다. 죽는 날까지 소설가로 살고 싶고, 소설 이외의 글은 되도록 쓰지 않으며, 생애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 되기를 바라는 꿈이 있지만 생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즈음에는 우리가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생이 우리를 어딘가로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더 많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 번도 머릿속에 그려본 적 없는 이번 책의 원고를 끝냈을 때 온몸에 돋던 소름도 그것이었다. 그래도 생이 길을 잃지는 않을 거라는 배짱 두둑한 믿음이 있다.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문예중앙’에 시가, 1985년 ‘문학사상’에 중편소설 〈죽음잔치〉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3년 첫 장편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외출》《성에》《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세월》, 창작집《담배 피우는 여자》《단종은 키가 작다》, 심리 에세이《사람 풍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