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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결] 첫

작성자늘 종|작성시간26.06.11|조회수2 목록 댓글 0

 

김결

 

 

처음은 설렘을 데리고 문 앞에 서 있다
기대 없는 처음이 있을까

겨울 숲은 어둡고
나무껍질은 젖어 있다
서리 낀 가지 사이로 바람이 스치며
눈발은 흩어져 사라진다

나는 한때 처음을 믿었다
물끄럼물끄럼, 길을 잃은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은 나이기도 하고
이미 지나온 당신이기도 하다

처음은 그렇게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사라진 것은 처음이 아니라 처음을 믿었던 나였다

종일 비를 맞으면 첫사람이 될까
종일 눈을 맞으면 눈사람이 될까

길을 하루 종일 걸어도 처음에는 닿지 못한다는 것을
계절은 몇 번을 바뀌어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처음은 아니어도 새로운 사람은 있다
되돌림이 아니라 앞으로의 새로움으로
레몬 향기 스미는 빛 속에서
푸른 별 하나를 품은 채 봄은 등대처럼 서 있다

꽃잎은 바람에 흔들리며 길을 밝히고
그 빛을 따라 걷는다
표정을 배우며
나는 다시 나를 시작한다
새롭게, 새롭게

 

《2026 시와소금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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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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