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나 한 번 먹자는 말은
박숙경
휴대폰 일기예보 창이 시커멓게 변할 때
그의 입가엔 비로소 볕이 든다
내일은 공치는 날
쉽게 말하면 맘껏 쉬어도 되는 날
그리하여, 미나리를 먹자는 말속엔
모처럼 마주 앉아 삼겹살이라도 노릇하게 구워
소주 몇 잔 기울이자는 말
내일 백 프로 비가 온다고 좋아라 하며
밭둑에 쪼그리고 앉아 캔 달래의 흙을 털어내고
까만 봉지에 챙겨 담을 때부터
그의 내일은 이미 빗소리를 앞질러 가 있었다
달궈진 불판 위에서 삼겹살 기름이 튈 때
투명한 소주잔 속으로
참았던 안부를 툭툭 털어 넣자는 뜻
초록빛줄기를 씹으며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다는 것
ㅡ계간 《시와정신》(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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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