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말
강영은
너와 나는 같은 모국어를 쓰고도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너는 왜 나를 좋아하니
내가 언제
그러는 너는 나를 왜 미워하는데
그런 적 없어
네가 던진 말은 전혀 다른 목적지에 닿는다 경유지가 다른 말처럼 마주 보기만 한다
누군가 말한다
80억 인구가 각자 다른 말을 한다고
그것이 초원 위를 누비는 언어의 방식이라 할지라도 마디마디 다른 음절을 알아듣는다면 슬픔도 하나가 될까?
말과 말 사이의 거리
말과 말 사이의 깊이
말과 말 사이의 넓이는
바벨의 탑에서 바라본 지형일 뿐이라고, 하늘과 땅을 오가는 목숨의 셈법은 다르다고, 태초의 말씀이 몸을 입어 사랑을 가르친다
불신과 원망의 탑을 생각 밖으로 옮기니 들린다
듣는 귀가 달라도 마음속에 들린다
나 당신 사랑해요
나도요
ㅡ계간 《시와소금》(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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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