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싸랑부리
최두석
어린 내게 처음 맡겨진 일은
토끼 기르기였다
둘러메고 온 책보를 방에 풀어놓으면
들리는 어머니 말씀이
퇴끼 배고프것다였다
나도 배가 고팠지만
소쿠리 들고 들로 나갔다
들로 나가 싸랑부리 보면 눈이 번쩍 뜨였다
뜯어 온 풀을 토끼장에 넣어주면
토끼는 맨 먼저 싸랑부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토끼가 너무나 맛나게 먹는 바람에
나도 입에 넣고 씹다가
쓴 맛에 놀란 적도 있었다
꺾으면 젖물이 뽀얗게 흐르는 싸랑부리
희고 노란 꽃까지 냠냠거리며 먹던 토끼
토끼가 싸랑부리 먹는 모습 보기 좋았는데
이제는 표준말로 씀바귀라 말할 뿐
아무도 싸랑부리라 말하지 않는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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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