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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믿음 事故 2.

작성자늘 종|작성시간26.06.11|조회수6 목록 댓글 0

믿음 事故 2.

 

오래 전 한 목사님이 성서를 제외한 모든 서적들을 다 버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그분의 생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제겐 그런 그분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지금도 제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들이 즐비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 나온 책들 가운데 흥미가 가는 것들을 기록해두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책을 내다버린 목사님의 수준에 못 다다랐습니다. 아마도 제겐 그 목사님의 수준에 영원히 다다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도 책에 대한 회의마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울이 이렇게 변호하니, 베스도가 큰소리로 “바울아, 네가 미쳤구나.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하였구나.” 하고 말하였다.”(행 26:24)

 

베스도는 바울의 많은 학문이 바울을 미치게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베스도의 말이 실감납니다. 제 경우는 많은 학문도 아닌 얄팍한 제 지식만으로도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잘 압니다. 저는 미쳤습니다. 저는 누구와 말을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전광훈의 추종자들이 생각납니다. 그들도 미쳤습니다. 전광훈이 주입한 지식에 경도되어 다른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그들의 상태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바로 그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들이 전광훈의 지식에 경도되었다면 저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경도된 것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전광훈의 추종자들은 자신들 역시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고 있다고 믿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에 한 번 쓴 적이 있지만 믿음은 입니다. 한 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믿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넌 상태입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하나님께서 그런 저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시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의 집에 제 주소가 올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류피해보상금을 받으러 그곳 주민 센터엘 간 것입니다. 그런데 친구는 대상이 아니어서 받지를 못했습니다.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곳 구민 센터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카페엘 가서 오백 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친구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래도 목사에게 잘 하라는 것이 교회의 오랜 전통이어서 친구도 제게 잘 대해줄 따름입니다. 칠십 년 넘은 친구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믿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도 교회를 열심히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교회를 나가고 있기 때문에 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바울과 베스도는 믿음이 달랐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아 미쳤다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친구와 저는 믿음이 같은 데도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나가는 교회에는 수만 명의 교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입니다. 그래서 미친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저입니다. 분명한 것은 친구도 저도 각자의 믿음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제 글을 읽고 연락을 해왔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만남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믿음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법 오랫동안 만난 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헤어지고, 친구의 경우와 같이 믿음 때문이 아닌 경우에만 만남이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친구에게도 제가 조금 더 강하게 제 주장을 한다면 아마 친구도 저를 만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머지않아 저도 처음에 언급했던 목사님처럼 제가 가진 모든 책들을 내다버릴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제가 아직도 책들을 모조리 내다버리지 않는 이유는 제가 여전히 저를 미치게 만든 제 학문에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도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이련 미련이 어리석은 착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단 한 사람의 길벗도 만나지 못한 채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알고 있는 하나님 나라에 관한 지식이 진리임을 믿기에 그렇게 죽어도 여한은 없습니다.

 

차라리 대형교회를 목적으로 삼았다면 어느 정도 규모의 교회를 이루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오늘날 교회들이 하지 않는 많은 일들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랬다면 제 자아만 부풀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지난 번 공동체에 관한 책을 번역하면서 제가 “미국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동체들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공동체들에게 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았지만 찾아가 보고 싶었던 공동체는 “오두막 공동체” 한 곳밖에 없었고, 그곳도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저를 아는 목사님이 그곳에 가서 저를 그곳 이재영 선생님께 소개하고 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연결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우리 교회의 예배를 멈춘 후에 교회에서 했던 설교가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제 설교를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제 설교가 유료로 이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일이 우연히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통해 제가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글만 쓰고 있는 일 역시 제가 죽은 후 제 설교와 같이 사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제 일은 글을 쓰는 것에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또 제게 주어진 모든 시간에 제 모든 열정을 쏟아 부으려고 노력합니다. 날마다 텃밭 일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이상하게 토마토가 모두 죽었습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토마토는 생명력이 강해서 여간해서는 죽지 않았었는데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더 이상 이상한 일은 없습니다. 제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일어나야 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오직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것은 제가 주님의 인도하심 속에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말씀을 상고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주님을 상고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에든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힘이 들 때도, 기쁠 때에도 저는 늘 제가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힘든 일도, 기쁜 일도 제 인생을 채우는 소중한 역사가 됩니다. 그 삶에서 돈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미쳤다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지만 그 일 역시 제가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시켜주는 믿음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믿음입니다. 그래서 제 인생이 의미 있어지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쳐도 적당히 미치면 이런 믿음를 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웃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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