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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를 내 얘기처럼 들으면?

작성자한용구|작성시간12.01.16|조회수31 목록 댓글 1

  맏며느리로 살아가는 여자분 이야기입니다.

  명절이라고 집안이 들썩 거렸습니다.

  며칠 전부터 음식 장만하느라 뒷골이 딩딩하고 어깨쭉지가 얼얼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운명이려니 생각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시간인데 산더미 같은 그릇들을 보니 끔찍합니다.

  '저걸 언제 치우나?'

  눈치 빠른 동서가 쪼르륵 달려 왔습니다.

  "설거지는 제가 할께요. 형님은 좀 쉬세요."

  철들었나? 기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서라 눈치 하나는 끝내 줍니다. 못 이기는 척 하고 싱크대에서 물러납니다. 식탁에 앉아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서의 설거지 솜씨가 영 어설퍼 보입니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입니다.

  마침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오시더니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둘째야, 설거지 그만 두거라. 돈 버는 일도 힘들 텐데 좀 쉬어야지."

  허걱, 그 순간 속에서 뭐가 쑤욱 올라옵니다.

  '아니 돈 버는 게 누구 위해서 하는 일인데?'

  처음엔 잘 참았습니다. 그러려니 했지요. 그런데 부엌 쪽에서 소리가 나니까 뒤따라 들어온 남편이 눈치를 채고 한마디 뱉었습니다.

  "집에서 노는 당신이 하지 그래."

  으으윽? 남편의 내지른 그 말 한마디에 쑤욱 올라오던 것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뭐라고? 내가 집에서 논다고?"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입니다..

  명절이라고 한 마리에 만 팔천 원씩 하는 굴비를 한 줄 장만해서 아껴 먹으려고 식탁에 두 마리만 올려놨는데 시어머니가 이러는 겁니다.   

  "얘야, 둘째가 좋아하는 굴비 몇 마리 더 해라."

명절날만 되면 시어머니는 그저 '둘째 둘째'가 입에 붙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고 직장에 다니는 동서니 시어머니에게 잘할 수 있는 날은 명절뿐입니다. 아마도 용돈을 두둑이 드리고 푸짐한 선물 꾸러미에 시어머니가 홀라당 해 버린 겁니다.

  그래도 '참아야지, 참아야지'하고 있는데 남편까지 거드는 바람에 수소 폭탄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나는 집에서 노는 줄 알아요? 집 안 일 하는 게 쉬운 줄 알요? 3년 내내 어머님 밥상 차려 드리고 병원 모시고 다녔어도 당신 수고한다고 말 한마디 해 봤어? 뭐? 집에서 노는 당신이 하라고?"

  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싸웠습니다.

  '이리면 안 되는데, 나 하나 참으면 되는데.'

  그러나 그 날은 브레이크가 말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지르고 말았습니다.

  명절은 엉망이 되어 버렸고 동서도 서먹해져 버린 채 떠났습니다. 며칠 지났지만 남편과는 아직도 냉전 중입니다.

  남의 이야기 들으며 깨닫는 게 지혜이겠지요.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일 년에 한 번 배터지게 잘하는 며느리 보다 표시나지 않지만 일 년 내내 잘하는 며느리를 더 귀히 여기자. 이벤트에 속지 말고 날마다 반복하는 일을 즐거워하고 감사하자.'

  '남성들이여, 제발 아내의 머리 뚜껑 열리는 말 좀 삼가자. 아내의 수고를 좀 알아주자. 세상에서 기억력이 가장 좋지 않는 게 여자들이라, 그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 10년 고생을 다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가면서 결정하지 말고 결정해 놓고 가자. 하루는 아침에 결정하고 한 달은 매달 첫날에 결정하자. 참기로 작정 했으면 끝까지 참자.'

  남의 얘기를 내 얘기처럼 들으면 쪼끔 더 현명해지지 않을까요?              (200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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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주일만 같아라^^ | 작성시간 12.01.17 맞습니당!!!!!! -맏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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