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호수
어둠이 내린 여름 호숫가
나뭇가지에 앉은 반딧불이들
꽁무니에 불이 반짝반짝
여기저기 터지는 플래시들
밤하늘이 온통 땅으로 내려왔어요
숲 속의 성
수통골 빈계산 자락
하늘 향해 쭈욱 뻗은 가지가
우뚝 선 참나무의 튼튼한 줄기와 맞닿았어요
그 밑, 딱따구리가 떠난 둥우리를 동고비가 발견했습니다
하루 50회가량 한 달 동안 풀과 나무껍질, 진흙을 물고 와
입구를 좁히고 벽을 다지며 세상의 위험을 막을 견고한 방패를 세웁니다
봄바람 속 어미의 숨결이 여민 둥우리가 따스한 체온으로 가득 차고 폭풍과 눈보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깊고 포근한 집으로 향하는 내부수리입니다
어느새 딱따구리의 발자국은 지워지고
섬세한 어미 손끝으로 빚어낸 아늑하고 안전한 성
생명의 불씨가 깨어나고 동고비들이 깃들일 요새가
환히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새로이 탄생한 둥우리에서 작은 부리와 부드러운 깃털이 흔들리며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새벽빛을 타고
새 생명을 알리는 속삭임처럼 숲 전체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썩은 나무 틈새에 깃든 생명의 설계
쓸쓸하고 황량하던 공간은
금세 안락한 동고비보금자리로 탄생했습니다
천적의 발톱과 부리보다 단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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