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궁남지에 연꽃 구경을 갔다.
점심으로 연밥집을 찾다가
'물총 칼국수'라고 쓰인 음식점 앞에 발이 멈추었다.
손으로 민 국수에 백합 조개를 넣어 끓인 칼국수였다.
칼칼하고 맛이 좋았다.
돌아가신 친정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엄마는 총명하고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넉넉치 못한 살림에도 아들, 딸 구분없이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다.
맏딸인 나에게 기대가 컸다.
학창시절의 자잘한 상장에도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당신처럼 평범하게 살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야 말로 평범한 아이였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고,
시할머니까지 모시는 시집살이를 했다.
"등신이 따로 없다!"
시도때도 없이 곰국이나 끓이고 한약이나 달이는 나를 보고
엄마가 여동생에게 한 말이다.
어느 날 여동생이 심부름을 왔는데,
마침 나는 부엌에서 국수를 밀고 있었다.
임신 중이라 남산만한 배를 안고 국수를 밀어 칼로 써는 중이었다.
속 상한 여동생이 아무말 없이 돌아서 가 버렸는데,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했다.
"국수는 무슨 국수! 그 몸으로 ~"
'물총 칼국수'는 정말 맛이 있었다.
면 자체가 순하고 부드러웠다.
기계로 뽑은 면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맛이었다.
아마도 나도 당시 두 노인네를 위해 국수를 정성껏 밀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일이 엄마를 얼마나 아프게 했을 지는
자식을 키워보니 이제 알겠다.
연꽃을 보며 국수를 건져올리니 목이 메인다.
죄송했다고 말하려니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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