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만 해도 고추장볶음은 최고급 밑반찬이었다. 결혼한 새댁이 신행갈 때 감초처럼 끼게 되는 반찬이기도 했다. 색시집에서는 음식 솜씨를 자랑하는 원로를 모셔와서 그 일을 맡기곤 했다. 쇠고기를 참기름 넉넉히 부어가며 고추장으로 볶는데 새끼손가락 끝으로 찍어 먹어보면 환상적인 맛이다. 짭쪼름하니 달달하여 뜨거운 밥으로 먹는다. 세월이 흘러 신행때가 아니라도 고추장볶음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밥맛이 없을 때나 도시락을 쌀 때도 서비스처럼 고추장볶음을 할 때가 있다. 해외 여행 갈 때는 특히 좋다. 마른 멸치와 함께 가져가면 더욱 좋다. 하루종일 돌아다닌 후 호텔에 들어 샤워 후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때, 마른멸치와 고추장볶음은 술 안주로 환상적인 궁합이다. 눈치없이 젓가락으로 볶음만 먹으면 무식해 보인다. 손으로 멸치를 집어 볶음에 쇠고기 묻혀 찍어먹어야 제맛이다. 스페인에 갔을 때다. 장거리여행이라 고추장볶음을 넉넉하게 준비했다. 햇멸치와 함께 가방에 넣었는데, 공항에서 딱 걸리고 말았다. 음식반입은 불가하니 물품 보관소에 보관해 두었다가 귀국시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화가 났고 몹시 서운했다. 아까웠고, 속이 상했다. 총무가 아이디어를 냈다. 공항 청소 아줌마에게 주는 게 어떠냐고 했다. 일행 모두가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했다. 자기들꺼 아니라고 박수까지 치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 눈을 흘겼다. 한편으로는 나의 불운으로 행운을 맞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 김에 햇멸치까지 내 놓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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