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 나무에 관한 책들
류인혜
나무 이야기를 하면서 나무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다. 조금 알고 있던 상식도 잊어버렸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관념으로만 나무를 바라보았다. 다시 나무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을 알아야 되겠다고 작정을 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우선 연재로 쓰고 있는 <나무 이야기>를 막아놓고 나무에 대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 되지만 그동안 메모를 해둔 나무에 관한 책을 주문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무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궁금하여 지금까지는 개인의 책에서 나무의 이야기만 찾았는데, 책 전체가 나무 이야기뿐인 것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무 백가지』는 현암사에서 만든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이란 시리즈의 한 책이다. 살아가면서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나무에 관한 것은 그렇다. 가장 가까이에서 더불어 살고 있는 나무에게 사람들은 너무 무심하다. 당연히 곁에 있는 늙은 마누라 취급이다. 묵묵히 서 있는 나무의 진심을 알아야 된다. 솔직히 무심했던 것은 나 같은 사람이고 참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관해서 나름대로 알고 있었다.
전영우 교수의『나무와 숲이 있었네』는 글도 감칠맛이 나지만 나무를 찍은 사진이 훌륭하고 근사하다. 그 나무의 특성을 알아보기 싶도록 잘 찍었다. 그리고 외국의 나무와 숲을 소개해 두어 독일의 '검은 숲'을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나무관리회사를 만들어 나무의 의사 노릇을 하는 우종영님이 지은 것인데, <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의 소금 같은 지혜들>이란 부제를 달아놓았다. 그 책에는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정다운 나무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팝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아까시나무, 자작나무, 동백나무, 조팝나무, 느티나무, 등나무, 생강나무, 밤나무, 명자나무....이 나무는 잘 모르는데, 정말 모르는 나무가 너무 많다. 아니다. 나무는 눈에 익었지만 그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우연히 알게된 사람과 책인 『사람이 뭔데』와 그 책의 저자인 전우익 옹은 나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마다 봄이 되면 새로운 나무를 구해서 심는 이야기와 좋은 나무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써두었다. <숲과 문화 연구회>에 가입해서 『숲과 문화』는 정기구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무에 관한 수많은 사이트를 방문해서 살펴보았다.
그동안 필요할 때 쓰려고 새 공책들을 생기는 대로 아껴두었는데, 그곳에 나무에 관한 글을 써두기 시작했다. 우선 가나다순으로 나무이름을 적어 나간다. 시작을 하니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앞으로 돌봐야 될 식구가 자꾸 늘어날 것이란 기대로 흥분이 된다. 그러나 나무 전문가가 아닌 내가 나무의 생태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다. 사진을 근사하게 찍을 수 없기에 욕심껏 사진으로 나무를 소개할 수도 없다. 또 많은 나무를 직접 가꾸는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것이란 읽고 쓰는 것인데 우선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읽고, 감동의 색깔에 따라서 실제로 잘 자라는 나무를 구경하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주문해서 읽을 것이라고 눈에 뜨이는 대로 나무에 관한 책을 메모해 두었다. 숙제가 많이 남은 아이처럼 요즘은 분주하다. 마침 은옥진님의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수필집을 얘기하는 분이 있어서 그 책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2002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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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책, 혹은 책과 나무
서미선
싱그러운 6월이 코앞이다. 4월, 새싹이 돋는 자연의 신기를 경험하고, 이제 5월 반짝거리는 나뭇잎을 지나 싱그러운 연두빛이 출렁대는 6월이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이때의 나무는 우리네 삶으로 치자면 청소년 시기에 해당하는 시기쯤? 6월의 나무를 보고 만연체의 문장으로 수다를 떠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무의 미덕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리하여 책과 나무, 혹은 책을 핑계로 나무에게 말 걸기.
나에게 '나무'에 대해서 헌신적으로 기록한 책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현암사에서 나온 『우리가 꼭 알아야할 우리 나무 100가지』를 들겠다. 이 책을 펴놓고 떠듬떠듬 주변의 나무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얼마 전 아주 멋진 책이 나왔다. 보리출판사에서 6년에 걸친 작업 끝에 나온 『나무 도감』이 그것이다. 나무의 부분을 사진으로 찍은 것에 비해 전체 나무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책을 받고서 참 기뻤다. 은은한 황홀, 부자가 된 느낌이 따로 없었다.
어제, 그러니까 다시 돌아온 일요일 아침, 짹짹거리는 두 아이들과 함께 그『나무 도감』을 들고서 정릉 숲에 다녀왔다. 5월말의 숲은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말라서 떨어진채 향기로만 자취를 알리고 있었고, 때죽나무(꽃이 너무 이뻐서 책을 찾아 이름을 확인한 책!) 환하게 꽃을 피우고, 무성한 잎파리 아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서울의 한복판, 일주일 내내 딱딱한 콘크리트 위, 상자곽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에게 일요일 아침은 각별하다. 이곳으로 이사온 지 두 해동안 빠지지 않으려고 애쓴 아침 산책에서 폭신한 흙의 감촉과 얼굴을 감싸는 신선한 공기, 사계절 놀라운 모습의 나무를 선물로 받았다. 그 산책길에 『나무 도감』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아! 나는 숲에서 참 많은 것을 받았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나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지난 식목일날 텔레비젼에서도 방영된 장 지오노 원작의 『나무를 심는 사람』(두레)이다. 척박한 황무지를 참나무숲으로 일구어낸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의 노력은 고스란히 나무를 닮았다.
산에서 살고 싶어서 집을 나와 숲 속에서 일년을 지낸 샘의 이야기 『나의 산에서』(비룡소)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구분이 없다. 솔송나무 속을 파서 집을 삼고, 나무가 주는 혜택으로 숲에서 지낸 샘을 보면서 나도 저 남녘의 어느 산그늘 밑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인디언만큼 나무를 친구로 삼은 이가 있었을까. 시튼동물기를 쓴 어니스트 톰슨 시튼이 직접 쓴 성장소설 『작은 인디언의 숲』(두레)에는 숲의 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작가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아름드리)을 읽으면, 나무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주인공 '작은 나무' (나무!)의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긴 말, "내가 죽으면 저기 있는 소나무 옆에 묻어주게. 저 소나무는 많은 씨앗들을 퍼뜨려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나를 감싸주었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걸세. 내 몸이면 이 년치 거름 정도는 될 거야."와, 할머니가 남긴 편지 "작은 나무야, 나는 가야 한단다. 네가 나무들을 느끼듯이,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널 기다리고 있으마. 다음 번에는 틀림없이 이번보다 더 나을 거야. 모든 일이 잘될 거다. 할머니가." 에 나오는 인간의 이웃인 나무들. 그 나무들을 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
일학년 친구들이 많이 읽는 동화책 중에서 『너도 하늘말나리야』(푸른책들)와 『햇볕 따뜻한 집』(창작과비평사)의 겉표지를 기억하는지.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오백 년 묵은 느티나무의 품에 바우와 소희, 미르가 둘러 서있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세 친구에게 느티나무는 어떤 존재일까. 미르는 가지에 밧줄을 동여매고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고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들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햇볕 따뜻한 집』에서 동희가 장애아 솔희를 처음 만난 것은 은행나무의 덕이었다.
이밖에도 신영복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돌베개)와 영국의 숲을 찾아가는 『토토로의 숲을 찾다』(이후)에서도 금강송과 참나무를 만날 수 있다.
송혜교가 <가을동화>에서 다시 태어나면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던가. 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소망을 나무에 담아 그렇게 말했었다.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떤 나무가 되고 싶은가. 음성학적으로 근사한 것은,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가문비나무 정도. 우리 교정에서 찾는다면 뒤운동장에 작년쯤에 심은 느티나무가 나는 마음에 든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그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다가 한 가지 생각에 미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이 나무를 베어 만든다는 사실. 책을 쓰는 일은 곧 나무를 베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앞에 놓인 책을 바라본다. 과연 이 한 권의 책이 나무를 베어낼 만한 가치가 있는가?
* 이 글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서미선 님이 문학서재에 올려 준 것입니다. 나무에 대한 책을 소개해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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