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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내 산 문

마법의 돋보기 / 김용순

작성자작가회|작성시간19.12.18|조회수113 목록 댓글 0
 마법의 돋보기
  글쓴이 : 김용순날짜 : 12-01-23 10:58     조회 : 1900    
마법의 돋보기

 싸늘한 냉기로 가득 채워진 교실에서 여린 햇볕이 기웃거리는 창가에 모여들어 해바라기 하였던 기억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친구가 가져온 작은 돋보기로 빛을 모아 상처투성이 책상에 연기가 피어오르게 하였던 장난이 생각나시나요? 돋보기는 친구의 한쪽 눈을 소 눈알만큼 크게 하기도, 하마(河馬) 입을 만들기도 하여 어린 우리들을 즐겁게 하였던 마법의 유리였지요.
 
 요즈음 부쩍 눈이 더 나빠진 모양이다. 돋보기를 끼어도 활자들이 안개를 품어대며 눈에 잡히려들지 않는다. 몇 년 전 바꾼 돋보기를 더 두꺼운 놈으로 갈아야 할 까보다. 오래전부터 플라스틱 돋보기를 집안 곳곳, 동선에 따라 돋보기 역(驛)을 만들어 놓았다. 외출 시에도 멀리도, 가까이도 잘 보이는 다(多)초점 렌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제 놈이 없으면 시(詩) 한 편도, 컴퓨터 영상도 눈으로 들어오지 않으니, 놈의 마법 덕에 심봉사 꼴은 면하고 사는 셈이다.
 
 콧등에 돋보기를 올려놓은 아내가 무심코 내 뒷머리를 보았는지, ‘언제 이렇게 흰머리가 많아 졌느냐’며 놀란다. 그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나씩 돋아나는 놈들을 돋보기의 힘을 빌려 무논에 피 뽑듯이 솎아내었지만, 이제는 무서리처럼 하얗게 점령하는, 그 기세에 눌려 포기하고 말았다.
 돋보기로 거울과 마주하면 흰머리뿐만 아니라 숭숭 뚫려있는 땀구멍, 주름이 볼을 가르고, 꺼뭇한 검버섯이 자리를 펴고 있는 등, 지저분한 것들이 적나라하게 존재를 과시한다. 더구나 돋보기는 깨끗하였던 집안을 온통 먼지와 머리카락 등으로 더럽혀, 게으른 나를 괴롭게 한다.
 그렇다, 돋보기는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눈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지 않아도 좋은 것까지 적나라하게 보이게 하여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신(神)은 인간의 생존을 위하여 너무 작은 것도, 너무 큰 것도 보지 못하도록 하였다.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도 정해져 있지만, 볼 수 있는 가시(可視)영역도 한정되어있다. 인간은  이런 눈의 영토를 조금이라도 더 넓히기 위하여 돋보기와 현미경,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만들었다.
 
 만약, 우리 눈이 아주 작은 물체까지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세균들 속에 묻혀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균 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도, 일상생활도 힘들다. 손에도, 옷에도, 침대에도, 화장실에도, 칫솔에도, 전철, 버스 손잡이에도 어디에서나 구더기처럼 바글거리는 세균 덩어리가 보인다면 잠시도 견딜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 것이다.
 
 연인(戀人)들이 키스할 때 눈을 감는 이유를 아시나요? 시야를 가리면서 나타난 커다란 얼굴의 파노라마를 보지 않는 것이 사랑 가꾸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입이 작업하는 동안 눈은 연인의 얼굴을 살피게 될 것입니다. 연인의 은밀한 틈새까지 적나라하게 알게 됨은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요. TV에서나 무대의 먼발치에서 본, 화려한 스타들도 가까이 다가가면 평범한 이웃이 되어버려, 그동안 허상을 보아온 듯 허탈 해 질 것이다.
 지난번, 미술대축전에서 아름다운 여체(女體)의 누드 퍼포먼스가 있었다. 화가들은 모델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크로키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곡선 사이로 그녀의 치부가 들어난다. 얇게 가려진 실루엣의, 아슬아슬한 신비감이 없어 실망을 금치 못 하였다. 세상에는 적나라하기 보다는 숨겨져 있어야만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옛말에 ‘모르면 약, 아는 것이 병’이라고 하였다. 평범한 눈으로 본, 세상은 평온하지만 돋보기로 파고든다면, 곳곳에 분란의 불씨들이 보인다. 교외 쪽, 한집 건너 있는 러브호텔을 도덕적인 커플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돋보기 눈으로 이 판도라 상자를 열어 본다면, 우리 사회는 폭풍의 회오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집에서도 버리기 아까운 지저분한 물건들을 숨겨 둘 구석자리가 필요하듯, 세상에도 좀은 어수룩한 구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이런 여유로움이 없다면 평온이 지켜지기는 힘들 것이다.
 
 공직자의 비리나 범죄에는 정의로운 돋보기가 필요하겠지만, 위키리크스처럼 비밀문서에 불필요한 돋보기를 들이대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둠에 있어야만 했던 문서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세계의 외교가가 혼돈에 휩싸이기도 하였다.
 악의적인 돋보기로 왜곡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유명인들이 억울하게 사회에서 격리 당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돋보기를 들여대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사생활까지 시시콜콜 밝혀내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평화를 깨는 일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모르는 사실들이 훨씬 더 많다. 속담에도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모르고 있어도 우리들의 삶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들추어내어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 괴테는 ‘현미경이나 망원경은 순수한 인간의 감각을 혼란 하게 한다’고 하였다. 세상살이에서 너무 자세히도, 너무 멀리까지도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같이 할 일 없는 삼식(三食)이들은,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늙어 간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작은 일도 돋보기로 확대하여 자꾸 잔소리를 하면, 이제는 마땅히 갈 곳도 없지만, 뛰쳐나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저 0,3쯤 되는 시력으로, 작은 허물은 보지 못하고 넘어가면 가정이 평화로울 터인데.

임재문  12-01-23 11:40
김용순 선생님 ! 이곳은 오늘 설날입니다. 이국의 하늘아래서 설날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저도 눈이 어두워져서 지금 돋보기 안경을 쓰고 이글을 올리고 있답니다.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자각 증상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평소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안경 안쓰고 생활할 수 있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모처럼 저도 안경 구입해서 쓰다가 술취해서 부셔버린 뒤로 안경 장만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즐겁게 설명절 보내세요. 김용순선생님 !
     
김용순  12-01-25 09:24
임재문선생님, 설은 잘 쉬어셨나요? 저는 지금 가평에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완전 철수하였지요. 이제 쉬면서 하고 싶은 일하고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새해에도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쓰십시요. 감사합니다.
박원명화  12-01-23 20:21
창작의열정에박수를보냅니다. 글쓰는일도나이들어감에보람찬일이듯,눈에보이는것의느낌도보는이의생각에따라다르겠지요.제경우가까에것은 아주작은미세한 것보지만 먼곳것은 희릿잘구분하기가좀...,.설명절잘보내셨겠지요.새해건필을기원합니다.
     
김용순  12-01-25 09:28
박선생님,가족들과 행복한 설날 보내 셨겠지요. 지난해에는 각별히 신경 써 주신데 대하여 정말 감사드립니다. 금년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요. 고맙습니다.
강승택  12-01-24 17:08
글의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적당히 모르고 지나쳐도 좋을 일을  굳이 확대경을 들이밀면서까지 드러내는 행위야말로 서로를 위해 삼가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군요. 특히 저처럼 허점투성이 인간에겐 숨을 곳이 없겠지요. 김선생님의 건재가 반갑습니다.
     
김용순  12-01-25 09:31
강선생님, 못 뵈은지도 좀 된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설은 잘 쉬셨겠지요.
이번 30일에 뵐 수 있을 것 같군요. 만나서 막걸리 마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또 급하게 내려 가시지는 않겠지요.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요.
일만성철용  12-01-25 06:04
늙는 것은 인간 신체의 위서 아래로 하 강하는 것 같아요. '머리- 눈- 이- 거시기- 다리' 순으로 서서이 내려오더군요. 그 중 눈이 가장 서러운데 그 눈을 밝히는데 이런 비법이 있더군요.
누구나 눈은 짝짝이입니다. 그걸 안경점에서는 한쪽의 렌즈로 통일시켜 버려요. 이득을 많이 하고자 하는나쁜 족속들이 안경점 주인들입니다.. 그래서 이를 못하게 하고 , 늙으면 누구나 오는 난시도 교정랜즈로 바꾸었더니 신통하게도 새로운 시야가 열리더군요.
설 연휴를 좋은 글로 열게 하여 주시어 감사 감사.
     
김용순  12-01-25 09:40
일만선생님은 언제나 좋은 정보를 주십니다. 새해에는 더 많은 곳을 주유하셔서, 곳곳의 막걸리 맛도 소개하여 주십시요. 저도 선생님처럼 여행을 좋아 합니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잘 떠나지지 않습니다. 훌훌 떠나시는 모습이 정말 부럽습니다. 새해에는 더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임병문  12-01-25 11:11
마법의 돋보기, 확실히 신기했지만 그보다 더 환상적인 것은 유리를 삼각으로 맞대 만든 '요지경'은 어떻습니까. 하나가 셋이되고, 둘이 여섯이되는 요지경 속, 돈도 사람도 그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나이들어 새해 벽두부터 하게됩니다. 추운 날씨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용순  12-01-25 16:37
임선생님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풀려 하나가 셋이되는 요지경처럼 되십시요. 특히 하나가 셋이 되어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셔서 꼭 그렇게 되십시요. 생각하면 좋은 것이 많습니다. ㅎㅎㅎ 며칠 뒤에 뵙도록 합시다.
최복희  12-01-25 17:38
김용순 선생님! 처음 뵈었을 때 청년 같은 인상을 받아
돋보기가 필요없는 분처럼 느꼈습니다.^^*
나이가 듬에 따라 깊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마법의 돋보기'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았구요.
글의 구성, 전개가 심도있게 펼쳐져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많이 읽게 히 주십시오.
     
김용순  12-01-26 08:07
최복희 선생님, 청년같이 보아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내가 위장술에 좀 능하여 분위기를 살려서이지요. 설은 잘 쉬었겠지요. 영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진화  12-01-26 10:29
김용순  선생님, 어릴적에 돋보기로 먹종이 태우며 놀던 일이 생각납니다.
졸보기 쓰는 사람이 좋은 점은 나이가 들어도 안경을 벗으면 가까이 있는
잔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임진년에는 삼식이보다는 자주 두식씨나 한식님이 되시기 바랍니다. 하루
한 끼 재미삼아 요리를 하시는 분을 있는데 부인이 즐거워하며
돋보기를 들이대는 일을 잊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ㅎㅎᆢ^^
     
김용순  12-01-26 16:52
이선생님 설은 잘 쉬었습니까.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요즈음 하루 세끼를 먹기는 하는데, 밥은 저녁에만 먹습니다. 아침, 점심은 좀 간편한 것으로 하고요. 그래도 삼식이가 맞죠? 요리는 못 합니다. 집 사람이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자인  12-01-26 18:26
김용순 선생님 글을 읽으니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이 있습니다.
너무 잘 보여서 걱정인 것이 있고 너무 안 보여서 걱정인 것도 있으니까요. 
마법의 돋보기 잘 읽었습니다.
     
김용순  12-01-27 10:45
김자인 선생님, 시원치 않은 글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돋보기와 살다보니,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십시요.
박영자  12-02-14 04:52
김용순선생님, 돋보기 하나로 큰 의미를 부여하신 글 참 좋았습니다.
거침없이 술술풀리는 문장도 그렇고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시네요.
외모나 겉모습보다는 마음을 들여다 보는 돋보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대방의 자비심과 사랑을  크게 확대하여 볼 수있다면 세상은 좀더 좋아지지 않겠어요?
     
김용순  12-02-14 10:46
박영자선생님, 감사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아직 미숙한 글을 좋게 보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의 일상이 되어 있는 돋보기를 보면서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세상에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돋보기가 있다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부작용으로 세상이 뒤집어 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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