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healing
20대의 젊은 여인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험한 산길을 걷는다. 아홉 개의 산맥과 사막과 황무지, 인디언 부족의 땅으로 이루어졌고 3개 주(캘리포니아 주, 오리건 주, 워싱턴 주)에 걸쳐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진 미서부의 도보 여행길(the pacific crest trail p.c.t)로 4,285km의 여정이다. 지옥 같은 이 길을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90일에 걸쳐 당당하게 끝맺음을 한다. 이런 무모한 일을 계획한 동기는 45세에 말기암으로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남편과 이혼에 이르게 되고 섹스와 마약으로 얼룩진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그녀는 수많은 위험과 난관에 부딪힌다. 달랑달랑 소리 내는 방울뱀을 잘못하여 밟을 번하고 텐트 근처에 와 있는 곰과 눈길을 마주치기도 하고 코요테의 울음 소리, 가장 무서운 퓨마의 어슬렁거린 흔적에도 질겁했다. 피곤하여 잠시 썩은 통나무 위에서 누워 쉬다가 흰개미 떼의 공격을 받고 저수지 근처에서 역시 누워 있는 동안 개구리 떼들이 온몸을 뒤덮었다. 40도나 되는 더위에 목표 지점까지 가기 위하여 하루에 약 30km씩 걷다 보면 무엇보다 물이 충분해야 한다. 그러나 한 모금의 물도 다 떨어져 탈수증과 탈진 상태까지 이르러 더러운 저수지 물도 휴대용 정수기로 걸러 요오드 정제 알을 집어넣고 벌컥벌컥 마신 채 겨우 위기를 모면한다. 가장 난감한 일은 잠깐 쉬는 동안 나뭇가지에 땀을 말리기 위해 걸어 놓은 등산화 한 짝이 잘못하여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할 수 없이 나머지 한 짝도 버리고 샌달을 신고 걷기로 했지만 금방 밑바닥이 갈라지고 못 쓰게 된다. 누더기처럼 된 샌달을 테이프로 발바닥과 칭칭 동여매어 걷게 되는 고통을 참아야 한다. 자신의 키만한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지고 오래 걸으니 어깨, 꼬리뼈, 엉덩이 근처 살이 아리고 상하여 닭가죽처럼 되고 발톱도 여섯 개나 못 견디고 빠져 나갔다. -p.c.t를 걸어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냐에 달려 있지 흉측한 내 발에 달려 있지 않았다. 온갖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p.c.t는 내게 길이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 주었다. 나는 어느 길을 만나든 그 앞에서 겸손해졌다.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 마음은 더욱 겸손해졌다. 바람은 고작해야 발 쪽으로 흙먼지를 날릴 수 있는 정도였다. 언제나 내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야 p.c.t는 내리막길을 보여 주곤 했다. 마치 p.c.t를 걷는 일은 스웨터를 짰다 풀었다 끝없이 반복하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 잃게 되는 그런 여정이었다. 와일드(wild)의 저자, 셔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 미국 소설가)는 자신의 논픽션 소설에서 미서부 지역의 험난한 도보 여행길을 마치고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거듭났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힘든 여정 속에서도 반드시 소설책이나 수필집 등을 가지고 다니며 독서나 메모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짐의 무게 때문에 다 읽고 난 책의 부분은 찢어 내 불에 태워 버렸다. 저자의 구멍 난 마음을 회복시켜 준 것은 P.C.T에서 만난 자연과 독서, 친절한 사람들의 배려였다. 같은 도보여행자들 중에 귀한 사과 한 개를 건네주거나 캔 맥주 한 개를 주기도 하고 티셔츠 한 벌을 선물 받기도 했다. 걷기 힘든 지역에서 이동할 때 차를 태워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여러 날 씻지 못한 몸에 머리칼도 떡이 되어 엉겨 붙었는데 어느 친절한 부인을 만나 자기 집으로 데려 가 샤워도 하게하고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며 칭찬과 격려도 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음침한 사내들을 만나 강간하려 덤벼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혜롭게 행동하여 용케 빠져나가기도 했다. 공원 야영지의 인정머리 없는 관리인은 한 밤 중에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텐트를 철거시키고 산 속으로 쫓아냄을 당했다. -내가 울었던 이유는 내 마음이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다. p.c.t에서 보낸 힘들었던 50일과 그 전에 살아 왔던 9,760일이 드디어 내 마음을 채워준 것이다. -지난 60여 일 간 나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걸으며 씹으면 종이 맛이 나는 건조식품으로만 버텨왔다. 때로는 일주일 이상 사람들을 전혀 만나지 못하고 산길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저자의 마지막 고백은 무사히 90일 동안의 p.c.t도보 여행을 마친 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얼마 전 신문 보도에서 우리나라의 제주 올레길에서 여성이 혼자 길을 걷다가 괴한에게 참변을 당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26세, 미모의 여인이 홀로 험난한 여정의 도보여행길에 나선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랴. 아니면 너무나 당돌하거나 대단한 독종이 아닌 듯싶다. 저자는 마침내 도보여행을 통하여 자신의 삶도 신비로우면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고귀한 것으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곁에 있는 바로 그것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불허임을 알려 준다. 요즘 우리 사회는 시쳇말로 ‘힐링’을 화두처럼 내건다. 전에는 웰빙(well-being)바람이 불어 친환경적인 광고며 유기농 음식 등 육체적인 것으로 흘렀다면 이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대인은 도시 생활의 극심한 스트레스, 우울증에서 벗어 나기위한 탈출구로 여기저기 숲속 명상 센터 같은 힐링 캠프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 한다. 내게 있어 힐링은 쫓기는 삶에서 비켜나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한다. 신앙생활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독서나 여행, 산책을 즐기고 무엇보다 꾸준한 글쓰기는 나의 행복한 힐링에 이르는 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