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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덕 수필 <아직도 퇴고 중>

작성자나그네 유|작성시간26.06.11|조회수92 목록 댓글 0

아직도 퇴고 중

 

  아침에 눈을 뜨면 퇴고다. 쓴 글을 읽고 고치고 다듬는 것처럼 밤새 카톡에 쌓인 글을 열어 고치고 지우며 퇴고한다. 모임이나 지인의 애경사, 그리고 필요한 정보만 남기고 대부분 삭제하기 일쑤다. 여러 공지와 안부의 글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붙드는 글귀가 있다. 지난 저녁 합평이 끝난 뒤 문우가 올린 짧은 메시지다.

 

  ‘요즘 우리 수필울*이 너무나 뜨거운 열기로 달아 있는듯합니다. 선생님들의 글도 나날이 성장하고 또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글에 대한 애정도 보입니다.’ (하략)

 

  합평이 있는 날이면 마음 한구석이 늘 서늘해진다. 어떤 지적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이다. 마치 늦가을 들판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나름 원고의 얼개를 짜면서 깊은 고민에 잠긴다. 작품성이 떨어지면 문학이 아니라고 비난받을지 두려워서 문학평론가에게 의견을 묻는다. 하나 작품성이 높고 대중성이 낮으면 독자의 손에 닿기 어려울듯하여 출판사 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 중간 어디쯤 닻을 내린다. 정성껏 써 내려간 문장이 낯선 시선 앞에 놓이고 그 시선들은 조용히 글의 결을 더듬는다. 때로는 아름답다고, 때로는 거칠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합평 시간이 두려웠다. 누군가 내 글의 부족함을 발견하는 순간, 내 삶의 부족함까지 들켜버리는 것 같아서다. 문장에 대한 평가는 곧 나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합평 시간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합평은 글을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라 살려내는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내가 미쳐보지 못한 빈틈을 발견해 주고, 누군가는 흐려진 문장의 방향을 나침판처럼 선명하게 바로 잡아 준다. 그 말들이 처음에는 비수처럼 아프게 가슴에 박히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 속에 스며들어 더 단단한 문장이 되었다. 마치 상처인 줄 알았던 말이 사실은 좋은 수필을 만드는 작은 씨앗이 된 셈이다.

  돌아보면 인생도 하나의 글 쓰는 원고를 닮았다. 우리는 누구나 서툰 첫 문장처럼 삶을 시작한다. 무엇이 옳은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문장을 이어 붙이듯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때로는 잘못 쓴 한 문장 때문에 길을 잃어 방황하고, 지워버리고 싶은 문단 앞에서 오래 머물 듯.

  우리 삶의 모습도 다행히 퇴고의 시간이 있다. 실패를 통해 생각을 고치고, 관계 속에서 마음을 고치고, 후회를 통해 삶의 방향을 고친다. 완벽하다고 인생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듬어지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한편의 좋은 수필이 합평을 거쳐 고치고 다듬은 끝에 태어나듯, 한 사람의 훌륭한 인품이나 품격도 수많은 깨우침 속에 고치고 다듬어져서 완성된다.

  수필은 나의 그림자다. 이제 퇴고 과정에 합평 시간이 조용히 기다려진다. 비판 없는 칭찬보다 진심 어린 지적이 더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시선은 때로 거울이 되어 내가 보지 못한 나를 보여준다.

  창밖으로 계절이 바뀌듯 글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어제의 문장을 오늘 고쳐 쓰듯 어제의 나를 오늘 다시 다듬는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퇴고의 과정인지 모른다.

  오늘도 퇴고할 원고를 펼친다. 그리고 조용히 삶을 얹는다. 아직 미완성인 문장들 사이에서 아직 미완성인 나를 만나기 위해,

아직도 퇴고 중이다.

 

 

 

 

 

 

 

 

  수필울* 수필작가의 한 모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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