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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바람은 먼저 굽히지 않는다

작성자박종국|작성시간26.06.07|조회수14 목록 댓글 0

바람은 먼저 굽히지 않는다

 

 

  바람처럼 천방지축 제멋대로 인 것도 없지 싶다. 때도 시도 없이 달려들어 심술을 부린다. 아니 아예 못살게 굴기도 한다. 조금도 양보하거나 타협이라고는 없이 고집불통으로 제가 가고자 하는 길로 가려고 돌아가거나 굽히는 일이 없다. 홀로 서 있는 늙은 나무를 밀쳐 아슬아슬하게 하는가 하면, 허허벌판을 제멋대로 휘젓고 다닌다. 이따금 바람이 꼭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해도 너무 한다고 할 만큼 막무가내로 설치고 다니며 수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강한 바람이 불면 두렵고 무섭다

  바람이 어찌나 극성스럽고 지독스러운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아랑곳없이 달려들고 불난 집에 불길을 돋우며 미친 듯이 춤을 추는가 하면 빼곡하게 나무가 들어찬 숲속까지 비집고 들어가서 중간에 서 있는 멀쩡한 나무를 넘어뜨리기도 한다. 바위나 절벽쯤이면 모를까 작정한 듯이 직진뿐이다. 부딪쳐 튕겨 나오면 본의 아니게 살짝 비껴가는 것이 전부다. 바람과 바람이 모이면 정말 큰 사달을 낸다. 바람이 점점 강해져서 태풍으로 발달 되고 기고만장이다. 그렇게 한순간에 싹쓸이하기도 쉽지 않다.

  바람이 평소에는 산들산들 볼에 간지러움을 피우는 장난기가 있지 싶어 싫지 않았다. 땀이 줄줄 흐를 때 닦아주는 손길은 한없이 고마운 바람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숲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나무를 닦달하듯이 훈련하는 모양새인가 하면 버드나무 가지를 타고 하늘거리며 즐겁게 노닐기도 한다. 그러나 바람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나간 다음에야 바람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만큼 주위를 망가뜨리며 짓궂은 흔적만을 남겨놓는 셈이다. 그야말로 얼굴 없는 망나니 역할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부드러운 손길로 다정다감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주 다혈질적이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 영역이 매우 넓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고 할 만큼 나무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음껏 흔들어보고 싶은 심술기가 생기나 보다. 얕잡아 보여 못살게 굴고 싶은 짓궂은 면도 있다. 바람처럼 자존심 강한 것도 드물다. 바람이 가다가 뒤돌아가는 일은 없다. 현장에서 스스로 주저앉아 소멸하거나 그렇지 않은 다음에는 굽히는 일이 없다. 어디로 가든지 정면으로 돌파하려 한다.

  그 누구도 그 많은 바람이 어느 곳에 모여 있는지 본 사람은 없다. 쉼 없이 움직이면서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다가 어느 순간에 자취를 감춘다. 다른 것들과 부딪쳐 다리가 부러졌다거나 피를 흘렸다거나 뇌진탕을 걸려 죽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참으로 맹랑하고 끈질기며 강인한 녀석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해에 몇 번씩 작정하고 들이닥쳐 뒤집어놓는 것이다. 그래도 속수무책이고 어디 하소연하거나 손해배상청구 따위는 아무리 인간의 머리가 비상하고 야비할 만큼 잘 돌아가도 엄두를 못 낸다.

  그렇게 툭하면 멀쩡한 사람을 헐뜯고 송사를 즐기는 사람이라도 바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도 바람은 어쩌지 못해 침묵할 뿐이다. 엄청나게 큰 피해를 일방적으로 당해도 억울할 뿐이다. 재물은 물론 이따금 인명 피해도 있다. 그래도 기껏해야 뒷전에서 인재다, 아니 천재라며 입싸움이나 하다가 흐지부지되고 만다. 바람에게는 통이 큰 것인지 너그러운 것인지 아리송하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 바람을 거꾸로 잘 이용해 보려고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풍력발전이다.

  바람이 비교적 강하게 부는 곳곳에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추세에 있지 싶다. 발전기 날개가 돌고 돌아가면서 전력 생산에 일조하고 있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지 싶다. 현재로서는 바람이 스스로 굽히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 먼저 바람과 타협하듯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답답한 때에는 언제 그랬느냐고 하듯이 신선하고도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청아한 바람 소리를 기대해 본다. 참으로 알다가 모를 일이지 싶어 멋쩍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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