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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만남이 중하면 헤어짐도 중하다

작성자박종국|작성시간26.06.14|조회수16 목록 댓글 0

만남이 중하면 헤어짐도 중하다

 

 

  처음에는 우연히 만났거나, 지인의 소개로 다소 서먹서먹하게 만났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깝게 지낼 수 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만남만큼이나 헤어짐도 다양하다. 그러나 좋은 모습으로 헤어지면서 아쉬움이 남는가 하면, 애당초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것처럼 헤어지면서 악연이 되기도 한다. 가을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는 잠잠하다가 끝 무렵에야 발을 동동거리며 수선을 떤다. 헤어진다는 것이 그냥 싫은가 보다. 가을이 간다고 특별한 것이 있어서라기보다 외톨이가 되는 것 같아 마냥 가을로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가 보다.

  계절의 뒷자락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시간을 줍고 계절을 줍는다. 계절이 빠져나가며 남겨놓은 발자취를 줍는다. 좀 더 부지런하면 계절을 앞질러 오는 시간을 설레면서 신선하게 맞이할 수도 있다. 지난해를 떠올리고 그 모습을 그려보며 기다리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만이 아니라 시간과 계절과도 만나고 헤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반갑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새삼스럽기도 하고 무뚝뚝하기도 하다.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며 의미가 담기고 새로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특별한 인연으로 기억에 생생하게 남기도 한다. 그래서 싫증 나지 않는다. 때로는 찡한 아쉬움으로 섭섭하기도 하다.

  마치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고만고만하면서 비슷해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도 어딘가 달라 구별이 되듯이, 계절도 매년 반복되면서 그다지 다를 것 없지 싶어도 어딘가 다르다. 계절이라고 단순하게 사계절로 구분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선 내 모습부터 똑같은 상태가 아니다. 몸이 그렇고 마음이 항상 변화 없이 같은 것 같아도 아니다. 여러 각도로 바뀌면서 생각도 달라지고 같지 않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계절 또한 같을 수가 없다. 필연일 수 있고 우연일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계절 따라서 보고 느끼는 모습이라도 같을 수가 없고 여러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싶다.

 

  지난해에 다소 부족했던 것이 올해는 만족할 수 있고, 지난해에 넉넉했던 것이 올해는 뜻밖에 턱없이 모자라기도 한다. 가을날 낙엽이 지면서 나무가 크고 굵고 가지도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토록 무성하던 나무가 곱게 물들었다가 낙엽으로 지고 앙상해지니 갑자기 쓸쓸하게 보이면서 안쓰럽게 다가서기도 한다. 그래서 계절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면 그뿐일 수 있다. 그렇게 아우성을 치며 발을 동동 굴렀어도 막상 별 볼 일 없어 슬그머니 지워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겠지 싶어도 확실하지 않으므로 언제나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한 번 왔다가 지나가면 그뿐인 날들이고 계절이다. 다시 온다고 아무래도 같은 날이거나 계절일 수는 없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날에 계절이라도 그때마다 새로움을 지니고 뽐내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일이라도 할 수 있을 때 놓치거나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 아주 촉박하고 시급하다고 한다. 너무 주춤거리다 그냥 지나치면 낭패라고 한다. 나무가 계절을 건너뛰면 어떨까. 봄에 새싹이 움트지 않고 여름에 할 일을 하지 않고 그냥 가을을 맞이하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순조롭지 않은 과정에 정상적인 과정을 겪은 것과 똑같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수북하게 쌓여가는 낙엽을 밟으면서 가을을 줍고 있다. 계절을 밟으면서 계절을 보내고 있다. 초봄에 새싹이 움트고 꽃이 핀다고 한바탕 설레는 마음으로 아우성쳤는데 어느덧 낙엽으로 모두 내려놓으며 가을을 보내고 있다. 자연 속에서 계절과 만남이고 헤어짐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인간관계로 끌어들이면 훨씬 복잡해진다. 새삼스럽게 “만나는 것도 중하고 헤어지는 것도 중하다.”는 생각이 얼핏 머리를 스치며 낙엽과 자연스레 뒤섞이고 있다. 비워져 초라해진 나무 밑에서 거니는 내 모습도 함께 초라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래도 가을 늦깎이로나마 차근차근 돌아볼 수 있으니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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