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은 충청권의 공동자산
갈피를 못 잡고 산자락을 정신없이 떠돌던 빗물이다. 이 계곡 저 계곡을 닥치는 대로 헤매면서 부딪치고 깨어지고 찢기고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면서 고을 물이 된다. 짧은 시간에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내면서 물이 불어나고 비로소 냇물이 되고 버젓한 강물이 된다. 세력이 강해진 물은 강물로 부족하여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처음부터 꿈이었던 양 오로지 서해를 찾아 밤낮없이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금강이라는 예쁜 이름표를 가슴에 단다.
묵묵히 흐르는 금강의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 동네가 생기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곳곳에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오랜 전설이 되어 전해오기도 한다. 인류의 발상지가 거대한 강가에서 시작된 것은 물속에 많은 생명체가 있어 먹을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데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꼭 필요한 물을 따라 터를 잡았고 그 물이 식수로 끝나지 않고 점점 농업용수가 되고 공업용수가 되는 등 아주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금강 유역인 공주, 부여, 익산지방을 중심으로 삼국의 하나인 백제가 있었다. 금강은 자연스럽게 백제의 강으로 당당히 흘렀고 제 몫을 다하면서 생명수가 되고 인근은 텃밭이 되었다. 수천 년을 흐르면서 찬란한 유물과 흔적은 같은 생활권의 독특한 풍속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갑천, 유등천, 대전천이란 대전의 3대 하천이 있다. 대전천은 유등천과 합쳐 유등천이 되고, 유등천은 갑천과 합쳐 갑천이 되어 하수구 역할까지 거뜬히 해냈다.
3대 하천은 하나가 되어 대전 시내를 벗어나면서 새일(신탄진)에서 금강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그러면서 일대는 개발이란 달콤한 명목 아래 하천 정비로 그럴 듯 마구 파헤쳐져 숱한 몸살을 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체념한 듯 그냥 받아들이고 금강은 충청과 함께 공동운명체가 되었다. 상류는 상류대로 하류는 하류대로 지켜야 할 의무 같은 책임이 있으며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지니고 있다. 금강이라 천릿길을 굽이굽이 흘러가면서 충청의 젖줄이 되었다.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생명수가 되었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최우선으로 물을 빼놓을 수 없다. 천릿길 거대한 금강이 그 얼마나 많고 많은 생명체를 거느렸겠는가. 그러나 너무 당연하여 금강을 무관심하게 여기는 경향이 여기저기서 수없이 불쑥불쑥 드러나고 있다. 나라에서 치산치수를 잘해야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들도 근심 걱정을 덜면서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다. 금강 유역도 수백만 명이 살고 있어 다를 것 없다. 금강을 가꾸는 것이 나를 가꾸는 것이다.
같은 물을 먹고 사용한다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충청인은 금강 유역에서 금강이라는 거대한 물을 지니고 산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늘 감사하면서 금강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삶의 기본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금강 유역에 살면서 금강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물을 잘 관리하고 제때 공급받아 불편함을 덜어주는 미더움이 있다. 좋든 싫든 금강 물을 함께 마시면서 같은 충청권이라는 공동체가 된 것이다.
금강이라는 자연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충청권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이어온 선조가 그랬듯이 현재는 물론 앞으로 이어질 후손과도 공유해야 할 공동자산으로 후손의 몫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금강 유역에 자랑스러운 백제의 유물이 묻혔다가 발굴되면서 그 문화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우선하여 물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너무 당연해 오히려 소홀하게 여기지 싶다.
물이야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간과하며 살아왔고 그렇게 될 것으로 가볍게 지나친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 일 년에도 몇 차례 가뭄으로 얼마나 고생을 겪는지 어지간하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금강 유역이 살기 좋았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금강물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갈수록 오염되고 있어 그대로는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두려워 먹을 물마저 마땅치 않다고 걱정한다.
물을 언제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게 마실 수 있다고 할 때, 금강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실감하며 금강 유역에 살고 있다는 긍지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금강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강과 숲은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유유히 흘러가는 푸른 물결이 너무 조용하고 태연하다. 다소 부족한 것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서운해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얼굴 붉어지거나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근래에 자꾸 발길이 닿을수록 하루 다르게 망가져 문제가 된다. 소리 없이 조용히 다니면서 깨끗이 하면 될 텐데 너무 난개발에 아무렇게나 오염을 시키고도 뻔뻔한 것은 아닌지. 강과 숲을 둘러보며 많은 것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신비스러우면서 얼굴이 후끈거려 부끄러운 모습도 있고 자랑스러운 모습도 있다. 빼어난 절경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에 악취까지 몸살을 앓으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잘 보살피면서 관리하여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이 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는 어느 고을이나 크게 다름이 없고 변함이 없다. 세계적인 인류문명의 발생지도 4대 강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자연은 무관심한 듯 꾹 입을 다물고 있어도 사람은 잠시도 입을 다물 수 없어 이러쿵저러쿵 심지어는 없는 이야기까지 만들어져 구설수가 떠돌기도 한다. 물을 어떻게 잘 보존하고 관리하며 이용하는지에 따라 그 가치는 사뭇 달라진다. 물을 용도에 따라 요긴하게 쓸 수가 있다.
물은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항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 건설된 행정수도 세종특별자치시는 금강이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없으면 거론조차 되지 않고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물은 생명수로 너무 당연한 기본 조건이다. 사람의 몸 70%가 물이라고 할 만큼 물은 아주 소중한 자원이다. 물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나고 살기 좋아 인심도 좋다. 금강은 충청권의 공동자산으로 슬기롭게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