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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계절엔 색깔에 향기가 있다

작성자박종국|작성시간26.06.23|조회수21 목록 댓글 0

계절엔 색깔에 향기가 있다

 

 

  계절엔 독특한 색깔이 있고 계절이 내뿜는 향기가 있다. 스스럼없이 계절을 맞고 보내며 동화되듯 휩쓸려 함께 즐긴다.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하며 위안 삼기도 하고 뒤끝이 정리가 덜 된 듯 시원섭섭하다. 그러나 마냥 붙잡고 늘어질 수 없어 가는 계절은 미련 없이 털어내고, 다시 오는 계절에 막연한 기대감일망정 그만 못하랴, 마음 설레기도 한다.

  언제나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그 누구도 감히 투정을 부리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 거부한다고, 싫은 내색을 보인다고 계절이 받아줄 리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다소간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수는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맞춰야 하므로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슴지 않고 돌아설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 싶기도 하다.

  가을은 발길이 닿는 곳마다 풍요가 넘친다. 굳이 봄부터 뿌리거나 심지 않고, 피땀 흘려 직접 가꾸지 않았어도, 부지런하면 자연 속에서 뭔가 많은 것을 거둘 수가 있다. 미처 생각지 못했다가 얻는 즐거움에서 쏠쏠한 맛을 보기도 한다. 산에 가면 알밤을 줍고 도토리를 줍는다. 그뿐인가 맛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눈독을 들이면 발걸음 바빠진다.

 

  무작정 길을 나서 산하를 거닐며 잘 익어가는 가을이며 예쁘게 색칠하는 가을을 넌지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모두 내 것인 양 부듯해진다. 여기에 알록달록 물든 숲은 가히 환상적이다. 자연이 수놓고 색칠한 한 폭 그림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휘젓고 다니며 정겨운 산새 소리에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가을 속에 귀중한 손님 대접이다.

  한겨울이 되면 흰 눈이 사뿐사뿐 소복하게 내리고 쌓여, 온 세상을 깨끗하게 표백한다. 겨울의 추위를 탁탁 털어내면 발길 닿는 곳마다 좀처럼 만나보기 쉽지 않은 온갖 고상한 풍경을 펼쳐놓는다. 봄이면 새싹이 움터 나무마다 빈 가지에 빈 숲으로 삭막했던 산하를 초록으로 갈아입혀 생명을 부여하고 기를 불어넣으며 삶의 기운 넘쳐 생동감이 감돈다.

  그런가 하면 여름에는 무더위에 때를 만난 듯 푸름을 마음껏 토해놓고 쑥쑥 자라 녹음을 만들어 숲을 아주 풍성하게 한다. 지나가는 바람결에 출렁거린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열매를 키워 가을을 준비한다. 이처럼 언제고 어디고 마음만 조금 열면 잊고 있는 것들이 들어 오면서 새삼스럽게 한다. 미처 마음의 준비가 없어도 계절은 가고 또 온다.

 

  반복되는 계절로 새롭기보다는 색깔이 있고 향기가 있어도 게을러진 탓인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겨우 하는 말이 세월 참 빠르다라고 얼버무린다. 자연 속에 흙은 풀이나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풀이나 나무는 짐승과 벌레를 품어주기도 한다. 빌려주고 빌려 쓰는 셈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것 중 하나인 이끼는 햇볕이 너무 싫다면서 그늘진 나무나 바위에 빌붙어 죽은 듯싶다가도 물기를 머금으면 파랗게 감도는 것은 아직은 목숨이 붙어 있음을 확인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깊숙한 계곡에까지 틈틈이 햇볕을 밝히는 것은 단순하게 생물이 계절에 맞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 은근히 궁금해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는 과일이 나오는 시기에 따라서 계절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전천후로 과일만으로는 무의미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딸기나 수박이 여름 과일인지 겨울 과일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나 의미가 없게 되었다. 대중적인 식성에 구매력이 넉넉해지면 언제든지 생산을 할 수 있다. 과일이라고 무조건 크고 푸짐해야 맛이 좋고 비싼 것은 아니다.

 

  다른 상품도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과일의 선택은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수박과 참외 딸기 토마토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과일이다. 단지 그 크기나 외관만 놓고 비교할 수는 없으며, 때때로 쓰임새가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어느 것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으며 순간의 손길에 있다.

  때로는 뚜렷하게 하는 일이 없으면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 달리 생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흘러가는 세월 같아도 오고 가는 계절마다 다르다. 뭔가 차별화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계절에는 색깔이 들어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향기가 들어있어 은은히 풍겨 나오면서 은연중 민감해지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면 저희끼리 아쉬움이 남는지 서로 앞당기고 밀려나지 않으려고 계절끼리 줄다리기하는 것 같아 종종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무렵이면 서두르는 것인지 배짱부리는 것인지 짜증이 나게 한다. 시샘인 것 같기도 하고,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 내 마음이 그렇듯이 계절에 슬그머니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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