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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하여’

작성자박미련|작성시간26.06.08|조회수8 목록 댓글 0

 

사람이 겪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일반적인 통념처럼 일직선상으로 흘러가는 시간 단위가 아니다. 과거는 사건이 완료되어 이미 닫힌 공간도 아니고 흘러가버려 화석화된 때가 아니고, 미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채 미전형으로 머물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는 늘 서로를 끌어당기고 스미고 밀어내며 섞이고 중첩되면서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인다. 이를테면 태어남은 과거, 죽음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과거와 미래는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고 섞인 채 현재에 강력한 자장磁場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현재란 과거를 소비하며 동시에 미래를 빌려다 쓰며 빚어낸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늘의 삶이란 일정 정도의 과거를 머금고 있으며, 미래를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가 과거를 머금는 두 가지 방식은 망각과 집착이다.
망각된 것은 소진된 기억의 시간이고, 집착은 소진되지 않은 채 나를 과거에 매어두는 시간이다. 현재가 미래를 끌어다 쓰는 유력한 방식은 희망과 상상이다. 우리는 망각을 딛고 상상하며 미래로 나아간다. 혹은 많은 것들을 망각 속에 묻으며 희망을 품고 오늘의 역경을 견디는 것이다.


                                                                           장석주 산문지 《가만히 웃고 싶은 오후》 중
                                                                           ‘시간에 대하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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