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팔꽃

작성자윤소영|작성시간26.06.15|조회수11 목록 댓글 0



천사가 흘러보낸 노란 관 하나
보이지 않는 물결로 번져
마당 끝을 적신다

매달린 꽃들은
날개의 기억을 접은 채
아래로 기울어진다

식지 못한 저녁이
숯빛 입술을 문지르며
몇 번이나 이름을 태웠을까

끝만 남은 가지에서
천사는 지위지고
향기만 불씨처럼 옮겨 붙는다

잡히지 않는 것의 숨결
그 속에 가라앉아 있던 시간들이
가슴의 어둠을 건드리면
한 올씩 빛으로 풀린다

닫혀 있던 계절의 뚜껑이 들리고
푸른 것들이 다시 돋아나도
돌아오지 않는 것들은
더 선명한 그림자가 된다

고개를 떨군 채
땅을 향해 떨어지면서도
끝내 하늘을 놓지 못하는 꽃

고요가 울음을 삼키는 자리에서
그대는
끝내 닿지 못할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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