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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깎으며

작성자김은영|작성시간26.06.11|조회수19 목록 댓글 0

손톱을 깎으며

 

김은영

손톱이 조금 길어지면 손이 예뻐지는 것 같다. 그러다 조금만 더 길어지면 곧 거추장스러워진다. 손을 놀리다 다른 곳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가려운 곳을 긁을 때도 긴 손톱으로 피를 보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매번 바짝 들여 손톱을 깎는 습관이 들었다. 인공 손톱을 붙이거나 매니큐어를 발라 본 적도 별로 없다. 요리라든가 바느질 같은 일을 좋아해서 손톱을 기르기 어렵기도 하지만 손톱이 말끔한 것이 좋다. 어떨 때는 너무 들여 깎아 생손앓이를 한 적도 있었다.

 

손톱은 왜 이래 빨리 기노?”

남편이 길어진 손톱에 귀찮은 듯 투덜댄다. 눈이 어두워지니 손톱 깎는 일도 번거로운 일로 여겨지나 보다. 예전에 아이들은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손톱이 긴다는 속설이 있던데 노인이 된 지금도 기분이 좋은 일이 많아서 그러나 보다 했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한다. 몸에 있어 모든 성장이 멈춘 이 나이에 계속 자라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야 할 게 아닌가.

 

마음에도 깎아내야 할 손톱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실제 손톱과는 달리 기분이 나쁠 때마다 길어진다. 다른 이들을 향한 서운한 마음, 원망하는 마음, 남들과 나를 견주어 시기하는 마음 등 자주 깎아내려 애쓰지만, 금방 자라 날카로운 끝을 내밀어 때론 다른 이들을 할퀴기도 하지만 늘 내게 생채기를 내고는 한다. 올 새해에는 내내 해오던 일이 여의치 않아 많은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였다가 백전백패. 여태껏 이런 패배를 맛본 일이 없어 당황해 마음에는 많은 손톱이 자라 나의 속을 할퀴었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머리도 복잡하고 어수선해 긁었더니 머릿밑이 죄 헐었다. 이 또한 손톱 탓이라 여기며 손톱을 깎았다.

 

내려앉는 빛살에 작은 티끌조차 숨을 수 없는, 환하기로는 전등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햇살이 거실 가득 비추는 주말 아침. 부스스한 머리 느슨한 잠옷 차림으로 앉아 손톱을 깎는다. 또각또각 잘려 나가는 작은 손톱 부스러기. 도망가는 녀석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화장지 한 장 잘 펼쳐놓고 조심스럽게 쓸어 모은다. 이제 끝이 무뎌진 손톱은 작은 생채기도 내지 못하겠지. 귀찮아하지 않으리라. 기분이 좋을 때마다 자꾸 자라는 손톱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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