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고마움
정영란
변함없이 찾아오는 일상이 행복이다.
직업이 있어 출퇴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의 일과, 일주일의 계획, 한 달의 일정이 있다. 힘들어도 계획은 억지로 마무리하는 편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포기하는 일이 잦다.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미루고 나를 수용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나이 탓일까? 예전 같으면 힘이 들어 끙끙 거리면서 끝까지 해 내던 일들이 나도 모르게 편안하게 내려 놓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가족들이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밤 새 나는 화장실에서 아래 위로 일을 치루느라 기운이 빠졌다. 다른 가족들은 멀쩡하다. 나만 빼고 술을 먹어 알콜의 기능으로 소독이 된 것일까? 내가 먹지 않은 것은 술이다. 나는 온몸이 아프고 추워서 이불을 두툼하게 덮고 있었다. 퇴근하고 온 딸이 엄마는 열이 많이 나는데 병원에 안가고 미련하게 있다고 난리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억지를 부리다가 할 수 없이 병원에 갔다. 의사는
“열이 많이 높아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식중독이 올 수 있는데 병원에 빨리 와야 덜 힘들어요” 하며 꾸지람을 했다.
며칠 전에 친구들과 야외에서 운동을 했다, 강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워머와 팔토시 장갑을 2개씩 하고 단단히 차림을 했다. 그런데 나만 햇빛 알르지가 생겨 목이 간지럽고 따가워 일주일 잠을 못자고 고생을 했다. 모든 기능이 떨어져 예민해지는 내 몸의 반응에 차츰 지친다. 연달아 아파서 계획대로 생활을 못하고 나니 엉망이다. 무엇보다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에 몸이 무겁고 나른해서 누워 있으니 밤에 설친 잠이 봄 볕에 꾸벅꾸벅 거리는 병아리처럼 선잠을 잔다. 소화가 안 되어 속은 더부룩하고 머리는 지끈지끈 해 흐리멍텅한 동태눈 같다. 낮잠을 잘 때는 좋았는데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몸이 더 피곤해지고 짜증이 난다.
오랜시간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나 사물들이 무심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알 수는 없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겠지. 주름진 이마에 저승꽃이 피기 시작한 얼굴, 가지가 휘어지고 옹이가 생긴 나무, 벽이 갈라지고 탈색이 된 건물 모두가 다 내가 맞이하는 일상이다. 힘들어도 내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