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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힘 내세요

작성자송경화|작성시간26.06.19|조회수28 목록 댓글 0

아버지 힘 내세요

 

송경화

 

 중환자실 앞 복도에는 앉아 있을 의자가 없었다.

있어도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의 긴장과 염려로 애초부터 없었나 했다. 면회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환자 가족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침울한 심경은 마스크 밖으로 무겁게 새어 나왔다. 환자 이름과 환자와의 관계를 기재하고 함께 온 가족들과 나직이 속삭이고 있다. 빨리 호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귀를 쫑긋 새웠다. 아버지가 급성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계신 지 6일째다. 작년 여름이 시작되고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시고 몸무게가 줄었다. 단지 기력이 쇠해지시는가 하며 고단백 위주로 식사 하시게끔 부지런히 음식과 영양제를 날랐는데 이제야 생각해 보니 부질없는 짓을 했던 것이었다. 감기나 장염 정도로 가볍게 여긴 어리석은 우리는 뼈아픈 반성으로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눈을 감고 계셨다. 희미한 의식과 약한 맥박과 혈압은 지금의 고통을 대신 말하고 있었다. 산소호흡기와 여러 개의 가는 관들이 아버지의 가슴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간신히 뜬 눈으로

‘아직 살아 있다. 염려하지 말아라.’

하며 짧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내 다시 눈을 감으셨고 이마를 짚어 보니 미열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데는 이마와 얼굴뿐이었다. 이불을 살짝 걷어내고 아버지 손등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앙상히 마른 손을 붙잡으니 나도 모르게 또다시 눈물이 났다.

“아버지 저 왔어요.”

목이 멨다.

‘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진작에 정밀검사를 해봤어야 했는데.’

‘우둔한 자식을 용서하세요’

아버지와의 이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두 손을 모았다. 기적 같은 것을 믿어 본 적이 없지만, 아버지에게 기적이 생기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이번 주가 고비라며 담당 의사가 말했다고 오늘 다녀온 여동생이 전했다.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지금을 두고 한 말이었던가 싶다. 현재 아버지가 너무 쇠약해지셔서 쉽지 않다고도 말씀하셨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엄마는 의외로 차분하셨다. 얼마 전 아버지는 엄마와 함께 옷장 정리를 했다고 했다. 본인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셨나 하며 안타까워하셨다.

“큰바람 없다. 인공호흡기 떼고 병실에 누워서라도 1년 만이라도 더 있다가 가셨으면 좋겠다.”

60년 가까이 함께하신 인생의 동반자로서 아버지와 이별에 대한 엄마의 바람이었다.

 

 

 안부 전화를 할 때면 “밥은 먹었나?” 로 시작해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나의 사위, 손녀까지 두루 물으시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의 순간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순간에도 중환자실에 그 좁다란 침대와 어지럽던 무수한 선들과 눈 감고 계시던 아버지가 자꾸 겹쳐 떠오른다. 꿈이면 좋겠다. 진심 꿈이었으면 좋겠다.

부모님을 일찍 보낸 분들이 한사코 말씀하시기를

‘살아 계실 때 자주 찾아뵙고 잘해라’

‘가시고 나면 못한 것만 기억나 후회가 돼’

나 역시 회한의 눈물을 누구보다 많이 흘리게 될지 모른다. 지금 내가 아버지를 위해 무엇을 해드릴 수가 있을까?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기도하는 수밖에는 없다.

아버지는 어려운 고비의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이겨내셨고 지금 병실에서도 잘 견뎌 내고 계실 것이다.

 

‘아버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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