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자녀는 사실 나의 분신처럼 소중한 존재다. 늘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따뜻한 방에서 재우며 애지중지 키웠다. 수없이 유치원에 데려다주었고, 학교 운동회 때는 같이 달리며 아이가 상을 받아오길 남몰래 바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초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 두 놈에게 매일 화장실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털어놓았다. 가슴속에서 천불이 나고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다음 날 점심시간, 나는 곧장 학교로 찾아갔다. 교실 복도에서 아들을 찾고 있을 때 마침 화장실 근처에서 세 아이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두 놈은 마치 승자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고 있었고, 내 아들은 완전히 겁에 질려 똥 밟은 표정으로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다가가 두 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이 새끼들, 화장실에서 ○○이한테 무슨 짓 했어? 두 번 다시 내 아들 괴롭히면 너희 부모하고 선생한테 얘기하여 가만 안 둔다!"라며 호되게 훈계를 했다. 다음 날 아들에게 슬며시 물어보니, 다행히 이제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고 했다. 두 놈이 합심해서 한 아이를 힘으로 짓밟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인 짓이다. 결국 아들은 그들과 친구 관계를 끊었다. 시간이 흘러 요즘도 문득 그때 생각이 나 "그놈들이 지금도 괴롭히냐?"고 물으면, 아들은 "걔들 요즘 키도 조그만해요. 그러다 저한테 뒤져요"라며 웃어넘긴다. 다행히 딸아이는 학교 폭력 없이 무탈하게 잘 커 주었다. 자녀를 키우며 가장 두려운 것은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폭력을 당하는 일이다. 그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고 무사히 성인이 되어준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아들, 딸을 우수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나라고 왜 '맹모삼천지교'를 꿈꾸지 않았겠는가.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더 좋은 교육 환경과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려 대구 수성구로 이사까지 감행했었다. 그러나 사정상 2학년 때 욱수초에서 다시 왜관초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런데 전학 간 곳의 담임선생은 자꾸만 아들이 산만하다며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이전 욱수초 선생님은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자신이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로 멀쩡한 아이를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했지만, 우리는 결국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역시나 '이상 없음'이었다. 그럼에도 그 선생은 극성스럽게 부모를 1년 내내 교실로 불러댔다. 이래서 요즘 시대의 '맹모삼천지교'는 그저 순진했던 고대 시절의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맹모삼천지교의 본뜻은 공동묘지 근처에서는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고, 시장 근처에서는 물건 파는 흉내를 내다, 글방 근처로 이사를 하니 비로소 글공부를 하더라는 이야기로, 교육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환경만큼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개성을 보살펴 주는 포옹력이다. 최근 ADHD 판정을 받은 이들 중에 위대한 인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아인슈타인, 에디슨 등 인류를 바꾼 천재들 중에 ADHD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글을 읽고 깊이 공감했다.
이제 학교도 내가 다니던 시절처럼 한 반에 60~70명씩 바글바글한 시대가 아니다.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10명 안팎으로 줄어든 만큼, 이제는 진정한 교육을 해볼 만한 조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교육입국(敎育立國)'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장애가 있는 학생은 그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ADHD 성향이 있는 아이는 산만한 대로 그 넘치는 에너지를 재능으로 키워주면 된다.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품어주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