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제목에 혹했다. 사실 내가 궁금한 건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이다.
그러나 딱 집어 500권과 100권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성공한 제목이다.
20만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고양이빌딩을 가지고 있다는 독서광 다치바나 다카시.
그가 읽은 책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우선 그 범위가 놀랍다.
1부는 고양이빌딩의 서가 모습이다. 책의 내용에 따라 분류가 잘 되어있는 듯,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문학은 초기 10년동안 거의 읽었고, 여기서는 논픽션, 종교, 뇌과학, 의학, 과학, 자연환경, 정치, 경제,
역사. 여행.. 춘화 장서까지...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으로 방대하다.
'문예춘추' 기자 시절 각 분야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더욱 깊어진다.
- 진정한 대학자일수록 무엇을 모르는가를 확실히 이야기해준다.
반면 작은 학자들은 자기의 연구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어째서 의미 있
발견인지에 대해서 죽어라고 이야기 한다.
프랑스에 <세계 독설 대사전>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문학작품 안에 나오는 독설을 모아놓은 것이다.
-왜 일본이 이토록 시시한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인가?... 일본 정치가의 질이 낮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는 관료들이 하고 외교는 워싱턴이 해주기때문에, 정치가는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는 일과 자기
지역에 신칸센을 끌어들이는 정도의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경제도 외교도 알지 못하는 정치가에게 나라를 이끌게 해서는 안 된다.
- 2002년 3월
정치 상황은 우리나라와 오십보백보다. 우리가 일본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니.
우리에게 8월 15일은 해방의 날이지만 일본에게는 패망의 날이다. 이날 종전 방송을 들으며 학도병이 한 말을 보니 서늘하다.
이들에게 천황의 절대성과 제국주의의 환상은 대를 잇는 과업인 듯 하다.
무심코 읽다보면 신음소리가 새어나올 정도로 재미있다고 소개하는 책 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책을
몇 권 추렸다.
나도 한때 아무 일도 안하고 책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황홀경에 빠지던 시간이 그립다.
좋은 책을 쓰기위해서는 입출대비가 100대 1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일년에 100권 정도는 읽었을테니... 100권을 들여보내고 제대로 1권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프란시스 베이컨이 그의 에세이에서 이런 말을 했다.
"맛을 음미하며 먹어야 하는 책도 있지만, 들자마자 곧장 삼켜 버려도 상관없는 책도 있다.
그리고 비록 수는 적지만 이리저리 잘 씹어서 확실히 소화시켜야만 하는 책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