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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작성자노정숙|작성시간23.03.08|조회수24 목록 댓글 5

카뮈는 죽기 전, '가장 허망한 죽음은 교통사고'라는 말을 했다. 그가 말한대로 그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1960년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초교를 부인 프랑신 카뮈가 타이핑해서 알렸을때는 출간 불가하다고 했다. 떠난지 34년만에 초교에 불과하다던 유작, <최초의 인간>이 간행되었다. 그의 딸 카트린 카뮈의 지극한 몰두와 열정의 결과다.

낯선 거리 비오는 밤에 태어난 사내 아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가 마흔 살이 되어 자신이 한 살때 돌아가신 어버지의 묘지를 찾으며 지나온 시간을 회상한다.

부록으로 카뮈의 조각글들과 제르맹 선생님과 오고간 편지가 있다. 이 책을 우리나라에 보도한 게 한계레 특파원 고종석이라고 한다. 이 책으로 카뮈의 호평과 재평가 되며 출판 첫 주에 초판 5만부가 매진되고 16개국에 번역되었다고 한다.

<카빌리의 참혹>에 이어 <최초의 인간>을 읽고 나니, 그가 부조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겠다.

나는 이 소설이 카뮈의 자서전으로 읽히는데...

김화영 선생이 극찬한다.

- 마침내 카뮈는 1959년 5월, 『겉과 안』 에 썼던 <그 모든 것>을, 아니 지금까지 서투른 형식으로 썼던 모든 작품들을, 다른 말로 바꾸어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전혀 새로운 형식과 격조와 방대한 서사적 구조로 <다시 쓰는> 기나긴 <우회>의 행로에 오른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여기에 소개하는 『최초의 인간』 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작품이야말로 카뮈에게 있어서는 일생일대의 승부요, 그의 모든 역량의 집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김화영 (옮긴이)

 

* "맞아요. 난 인생을 사랑했어요. 탐욕스러울 정도로. 그리고 동시에 인생이 끔찍스럽고 접근 불가능한 그 무엇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게 바로 내가 인생을 믿는 이유예요. 회의주의 때문에. 그래요, 나는 믿고 싶어요. 살고 싶어요. 항상."

코르므리는 입을 다물었다.

"예순다섯 살이 되면 한 해 한 해가 유예 받은 시간이지. 나는 조용하게 죽고 싶어. 죽는 것은 무서워. 난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어."

" 세상에는 세계를 정당화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지요."

"그렇지. 그리고 그들도 죽지."

그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동안 집 주위에서는 바람이 좀더 거세게 불었다.

" 자네 말이 맞아, 자크" 하고 말랑이 말했다. "나가서 수소문을 해보게. 자네는 이제 아버지가 더 이상 필요 없는 나이 일세. 자네는 혼자서 컸지. 이제 자네가 사랑할 줄 알게 되었으니 아버지도 사랑할 수 있을 걸세. 그러나... "

(44쪽)

* 반대로 할머니 쪽에서는 세상 이치에 대한 훨씬 정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넌 단두대에서 끝장을 보고 말 거야" 하고 할머니는 자크에게 몇 번씩이고 되풀이하여 말했다. (93쪽)

* 학교는 그들에게 단순히 가정생활로부터의 도피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베르나르 선생님의 반에서는 적어도 학교는 어른들에게보다 아이에게 훨씬 더 근원적인 내면의 굶주림, 즉 발견에의 굶주림을 채워주고 있었다. ... 제르맹 선생님의 반에서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신들이 가장 높은 배려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어른들은 그들이 나름대로 세상을 발견해 나갈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56쪽)

* 뼈마디가 튀어나온 자신의 긴 손으로 다따고짜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자크는 그 힘에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 이제 네 자리로 돌아가라" 하고 신부가 말했다. 아이는 눈물을 한 방울 흘리지 않은채(일생 동안 그를 울게 한 것은 선량한 마음씨와 사랑이었지 절대로 악이나 학대는 아니었다. 그런 것은 오히려 그의 마음과 결심을 더욱 굳혀 주었다) 그를 쳐다보고 나서 자리로 돌아갔다. 왼쪽 뺨이 얼얼했고 입 안에 피 맛이 났다. (178쪽)

* 아이란 그 자신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부모가 그를 대표하는 것이다. 그는 부모에 의하여 규정된다. 즉,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규정되는 것이다. 바로 그 부모를 통해서 아이는 진짜로 자신이 판정된다는 것을, 돌이킬 수 없이 판정되다는 것을 느낀다. (212쪽)

* 더위는 끔찍했다. 그리하여 흔히 거의 모든 사람들을 미치게 했고 날이 갈수록 더욱 신경이 곤두서게 하여 마침내는 어떤 반응을 보이거나 소리치거나 욕을 퍼부를 힘도 의욕도 없게 만들어 그 짜증이 더위 그

자체처럼 쌓이고 쌓였다가 마침내 사납고 슬픈 그 동네 이곳저곳에서 돌연 폭발했다. (266쪽)

* 불리한 운명을 짊어지고 가도록 도와주었던 것은 아마도 너무나 유리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도 또한 도와주리라 - (판독불가능한 네 단어) 그리고 나를 떠밀어 준 것은 우선 내가 예술에 대하여 품어 온 엄청난 생각, 아주 엄청난 생각이다.

내게 있어서 예술이란 모든 것 위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예술은 그 누구와도 분리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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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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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산옥 | 작성시간 23.03.09 문득.....저도 지금까지 써온 제 수필 쓰기 방법을 확 뒤집어보고 싶어지네요. 작품을 전혀 새로운 형식과 문체로-
    아,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아무튼 노 선배님 덕분에 수필 공부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노정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3.09 산옥샘 ~~ 잘 하고 있어요. ^^

    카뮈 다시 읽으니 참 재미있네요.
  • 작성자용선 | 작성시간 23.03.10 세계인을 사로잡았던 까뮈가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떠난것은 문학을 사랑하는 세계인에게 크나큰 손실이고 아쉬움이 아닐수 없었을 겁니다.
    사고가 무수한 문학인의 양성은 쉽지 않은데 말이죠.
    모든 훌륭한 사람들은 미련과 아쉬움을 남긴채 홀홀히 떠나는것 같더라구요.
  • 답댓글 작성자김산옥 | 작성시간 23.03.11 용선 회장님 여기서 자주 만나니 너무 반가워요.
    노 선배님이 올려주시는 글 많은 공부가 되어요. 우리 함께 공부해요.
  • 작성자용선 | 작성시간 23.03.11
    저도 너무나 감사하고
    반가워요.
    이제사 자주 카페 글을 읽어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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