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행복한가
임충빈(任忠彬)
행복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그 누구에게도 싫지 않은 단어이고 많이 듣고 싶어들 한다. 그래서 선거공약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시정 목표로 행복이 단골로 들어간다. 그런대도 사람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기준과 잣대가 다르다 보니 행복보다는 불행하다는 사람이 더 많다.
옛날에는 못 먹어서 ‘탈’이었었는데 오늘날은 풍족하고 너무 잘 먹어서 ‘병’이라는 세상에 사는 우리,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인데 무엇이 모자라서 불평, 불만이 가득차 있을까.
그 이유는 절대적 행복보다 상대적 행복으로 가늠잡고 내가 얼마나 잘사는가보다 남들과 견주다보니 나만 왜 이런가 하고 비교하기 때문이다.
최근 회자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일컫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비롯해 미니얼 라이프(Minial Life),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작은 행복),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이다, 외톨이 삶) 등 신조어만큼이나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밥 먹고 주말엔 여행 다니고 일상에서 잔잔하게 묻어나는 즐거움으로 삶의 질(QOL)을 극대화하며 여가와 쉼이 많아 좋기는 한데 쓰임새가 늘어나 행복도가 오히려 줄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가가 늘어나 씀씀이가 많아지는데 비해 소득이 과거보다 줄어들어 불행감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선진국보다 여가시간이 적다고 정치권이 성급하게 주5일제와 주52시간 근무제를 서둘러 시행하고 있으나 일부이지만, 여가보다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필자 세대는 밤새워 일하여 가계 안정과 국가·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대국을 단기간에 이룬 나라가 되었으나 지금 50~60대는 물론 청년도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법으로 정한 근무시간 규제로 마음껏 일을 못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아이러니하다. 하기야 적게 일하고 돈 많이 받는 그런 일터에서 잘 견딜 수 있다면야 더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세상엔 사람손이 가지않으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친노동 일변도로 삐걱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지 않으니 불편하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고 성취보다는 먼저 편함을, 일보다는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대중매체를 타고 급속하게 번지고 정부 시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니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으나 경제도 삶도 불안한 시험기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면 정서적 행복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라는데 우리도 힘껏 노력해 소득을 선진국 수준으로 어서 빨리 올려야 행복이 지속해 저녁이 있는 여유로운 생활을 이뤄 만족할 것이며 일만큼 가족의 소중함도 균형을 유지할 것이다. 작은 행복을 크게 늘이고 즐기려면 일과 가정, 직장과 가처분 소득을 조화시켜 나가야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이 아닐까.
근심 걱정 없는 좋은 세상에서 너그러운 마음, 옳은 일에 앞장서고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의 즐거움이 쌓여 나만이 느끼는 만족이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해 얻는 성과에 웃음으로 즐길 수 있는 틈을 많이 누리는 것이 행복 아닐까.
행복이란 물질에서만 비롯됨은 아니지만, 부유한 나라일수록 환경이 깨끗하며 일상생활이 편리하고 살기 좋아 건강하고 수명이 길어행복감이 높다고 한다. 질서와 예의 있는 사회의 아름다움, 다양한 취미와 풍부한 정서, 단란한 가족과 안락한 집, 열성으로 일하면 성공하는 생업, 예측 가능한 성과를 목표로 부지런히 노력하는 열정과 끈기만이 우리에게 행복을 듬뿍 안겨줄 것이다.
--이 졸필은 <계간 연인> 2018 겨울호에 기획에세이 특집에 청탁받아 쓴 것입니다. 285쪽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