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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 <봄이다>

작성자김산옥|작성시간20.06.04|조회수50 목록 댓글 1


첨부파일 23. 조윤희 봄이다.hwp

                                  봄이다

 

                                                                   조윤희

                                                                 yhcho55@naver.com

 

…라고 외치고 싶다.

바람은 꽃씨를 물고 어디론가 떠나고, 추신으로 배달된 ‘코로나19’는 곳곳을 다니며 불을 지르고 있다. 침묵의 소리는 도시를 삼키며, 살금살금 족쇄를 채우고 있다. 칼 바람은 살 속을 파고들고, 소문은 잡풀처럼 무성하지만, 햇빛 따스했던 삼월은 기억 속으로 숨었다.

 

뜰 앞의 목련은 꽃봉오리를 피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실속 없이 해만 따라 다닌다. 유령 도시는 바깥의 추억만 그려본다. 만나서 즐거웠고 바라보면 유쾌했던 그 웃음들은 허공에 메아리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멀리하고, 안으로 안에서만 맴돌다가 식탁과 냄비에게도 말을 걸며, 소속된 창문 안에서 정 중앙의 다른 행복을 탐색하고 있다. 차 소리도, 사람들의 왁자함도 형체 없는 백색 공격에 입을 다문다. 마스크에 가린 창백한 얼굴들, 네가 누구든, 내가 누구였든 모두가 모두에게 격리되고, 떨어진 꽃잎처럼 서러워진다. 온 세상이 소독되고 있다. 숨어있는 치부까지도 모두 들춰내어 샅샅이 조사하고, 뿌리부터 흔들어댄다. 하늘에서 오는 소식도, 바다로 가는 이야기도 모두 멈춰버리고, 산 넘어 오는 봄의 길목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오로지 생사를 확인하는 TV뉴스를 지켜볼 뿐이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다들 안녕 하신가요?’ 헛헛한 웃음만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려준다. 마음의 문부터 활짝 열어젖혀야겠다.

새벽은 저 멀리서 따스함을 가득 안고 행군을 하며 달려오고 있다. 봄꽃처럼 모두 활짝 일어나 반기고 있다. 놀이터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유리알 같은 웃음, 각자의 일터에서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심한 몸살이 살아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한꺼번에 강하게 훑고 갔다. 다시는 지지 말자고 어깨동무를 하며 의기를 투합한다.

초록은 무성해지고, 바람은 달콤하다. 진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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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산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6.04 응축된 수필, 시 같은 수필 맛깔스런 수필.
    오늘 이 수필 한편으로 모든 것을 위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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