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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당선자

통권127호(2026년 5 -6월호) 신인상 수상자 백남조ㅡ 「누렁이와의 슬픈 추억」

작성자조귀순|작성시간26.06.16|조회수48 목록 댓글 0

 백남조 0129baek@naver.com

 경남 의령 출생김해 거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졸업

 산림경영기술자·식물보호기사 등 다수 보유,

 인제대학교 글쓰기교실 수강 중

 

 

누렁이와의 슬픈 추억

                       백남조 

 

    <당선 소감문> 

 

  당선 소식을 듣고 가슴은 뛰었지만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오래전에 꾸었던 꿈이었습니다그러나 이루어진다고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꿈같다는 말이 비로소 진정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글과 인연을 맺었습니다그 인연이 긴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이어져잊고 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그 무렵 새 학기가 무르익던 5월 남녀공학에서 처음 마주한 여학생을 생각하며 철쭉꽃 필 때면이라는 아주 짧은 소설을 습작한 경험이 있습니다그때의 경험이 나를 깨웠고 주춧돌이 되어 수필로 건너오는 징검다리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등단작으로 뽑힌 누렁이와의 슬픈 추억은 철쭉꽃 필 때면보다 훨씬 이전의 기억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이것은 아픔이자 상처입니다추억이라고 하기보다 트라우마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작은아버지는 폐병환자였고강아지는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죽어 약이 되어야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런 것이전혀 문제되지 않는 시절이었습니다그러나 어린아이의 눈에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그렇다고 작은아버지를 미워할 수도 없었습니다내가 강아지를 구원할 입장도 아니었습니다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파하는 것과 그 일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뿐이었습니다그것이 내 환부를 찢고 밖으로 나와 글이 된 것이 누렁이와의 슬픈 추억입니다수필 쓰기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그런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산을 오르면서 숲과 나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그렇다 보니 자연에서 나무와 식물돌 등이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들이 아쉬워서 오래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저의 글 또한 그런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이것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인제대학교 글쓰기교실에서 문학이론과 창작방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일이었습니다큰 행운이었습니다그러나 제 글은 미숙하고 어색한 부분들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그럼에도 저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부족한 부분들은 더욱 정진하여 차츰차츰 채워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그 마음 잊지 않고 오래 쓰는 사람으로 남겠습니다.

  어색하게 책가방을 들고 인제대글쓰기교실에 찾아갔던 첫날따뜻하게 내 손 잡아 주신 송유창 인제수필문학회 회장님과 반겨주신 문우 김소라 선생님의 환한 미소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평소 따뜻한 마음으로 합평해 주신 여러 문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잠자고 있는 나의 문학적 감수성을 일깨워준 지도 교수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그리고 묵묵히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고 기다려 준 가족들과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감사합니다.

 

 

    누렁이와의 슬픈 추억

                       백남조

 

 내가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작은아버지께서 오일장을 다녀오시며 노란 털빛을 가진 예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오셨다. 마치 햇살을 머금은 듯한 노란빛이 눈부셨고 조그마한 체구임에도 눈망울이 맑고 크게 반짝였다. 우리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작은집이 있었는데 작은집에는 사촌 동생과 누나가 함께 살았다. 덕분에 우리는 강아지를 돌보고 놀면서 서로의 우애를 키워갔다.

  그 시절 시골 마을에는 거의 모든 집 마당마다 감나무 한 그루쯤 서 있었다. 계절 따라 잎이 돋고 감꽃이 피고 주황색 감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그 아래서 우리는 강아지와 뛰어놀았다. 그러나 헤어질 때가 되면 강아지는 유난히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마치 왜 가는 거야? 너와 함께 더 있고 싶은데하고 말하는 듯했다. 그 눈빛은 오래도록 내 마음을 붙잡았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떠오르는 모습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알게 된 일이지만, 작은아버지가 강아지를 사오신 것은 폐가 좋지 않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약용으로 기르려 했던 것이었다. 그때는 폐병 치료에 보신탕만 한 약이 달리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 누렁이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나와 만났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플란다스의 개속의 슬픈 이야기와 겹쳐 차마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강아지와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들이 이별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자, 무서운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그 가엾음이 내 마음속으로 숨 막히게 파고들었다.

  시간은 흐르고 강아지는 점점 자라 누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내가 부르면 어디서든 달려와 꼬리로 인사를 하며 반겨주었다. 그 순수한 눈빛은 내 어린 시절의 가장 따뜻한 기억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누렁이는 그 감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원을 그리며 둘러선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몽둥이로 내리치고 있었다. 이미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막상 마주한 눈앞의 현실은 내 마음을 산산조각 내어 버렸다. 그 속에는 생명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라곤 단 한 조각도 없었다.

  그 와중에 누렁이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두려움과 간절함이 뒤섞인 그 눈빛이 내 눈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 순간, 끈이 풀리면서 누렁이는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당황한 작은아버지는 절박한 목소리로 남조야!” 하고 외쳤다. 이어서 누렁이는 남조가 아니면 잡을 수 없다라는 목소리가 마당 가득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가장 피하고 싶은 소리였다.

  작은아버지의 피할 수 없는 요구와 절대 그래서는 안 돼! 하는 주저가 뒤엉키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몽둥이를 든 동네 사람들과 다름없는 행동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누렁이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감정이 복받쳐 목이 멘 내가 끈으로 목 매인 그를 향해 누렁아, 누렁아!” 하고 몇 번이나 불렀다. 바로 그때, 누렁이는 몇 차례 머뭇머뭇하다가 내게로 달려왔다. 그러나 그 순간, 사람들이 누렁이를 붙잡아 끌고 가버렸다. 순간,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더 이상 희망이라고는 없었다. 나는 무작정 뛰었다. 신작로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바보, 이 바보야. 그냥 도망가 버리지 왜 왔냐!” 하고 소리치며, 끝내 참았던 울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개는 매달아 놓고 때려잡아, 약으로 해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그 잔인하고 허망한 속설 아래 몸부림치며 죽어가야만 했던 누렁이였다. 살기 위해 달아나는 누렁이를 내 목소리로 불러 세워 절명케 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악역이자 상처다. 그렇게 누렁이는 떠났다. 떠난 누렁이를 약으로 먹은 작은아버지도 그 몇 년 뒤 떠났다. 누렁이가 남긴 상처는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고, 그때의 후회와 아픔은 여전히, 아니 평생 씻기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그 기억은 조금 희미해진 것 같기도 하나, 바닷물이 빠지면 검은 바윗돌이 물 위로 올라오듯 그 뿌리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작은아버지는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해 주신 분이었다. 누렁이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따라준 강아지였다. 그러나 둘은 먹고 먹힌 관계다. 나는 그 사이에 있었다. 이보다 더 얄궂은 삼각관계는 이후에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세월이 흘러 지금 나는 노년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누렁이와의 슬픈 추억을 끊어내지 못한다. 그때 그 따뜻한 숨결을 다시 느끼고 싶어, 또 다른 생명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끝내 마주해야 할 이별의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생명을 품지 못하게 된다. 어쩌면 여전히 그날의 누렁이 곁에 내 마음을 두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만난 누렁이는 죽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면, 누렁이를 만난 나는 이별과 그리움을 함께 해야만 하는 운명인가 싶어 다만 슬프다. 누렁이가 떠난 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그 얽힘이란 것이 사람과도 아니다. 사람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미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눈빛은 사람 이상의 아우라로 내 안에 살아 있다. 나는 이 일로 깨닫는다. 울면서 이별을 배운 나는 진정한 사랑이란,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슬픔과 책임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심사평]

 

  백남조 작가의 등단작 누렁이와의 슬픈 추억은 어린 시절 강아지 누렁이와의 기억을 중심으로, 사랑과 상실, 그로 인한 윤리적 자각을 깊이 있게 담아낸 글이다. 특히 누렁이를 작은아버지의 약용으로 사 온 순간부터 이미 비극이 내포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 글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운명적 구조를 지닌 서사로 읽힌다.

  작품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인물 간 관계의 역설이다. 작은아버지는 누구보다 화자를 사랑한 존재이며, 누렁이는 화자를 가장 따르던 존재이나 두 존재는 먹고 먹히는 관계라는 냉혹한 운명 속에 놓여 있고, 작가는 그 사이에 있는 중간자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삼각 구도는 단순한 사건을 넘어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누렁이는 남조가 아니면 잡을 수 없다라는 작은아버지의 말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응축하는 핵심 문장이다.

 

  그 와중에 누렁이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두려움과 간절함이 뒤섞인 그 눈빛이 내 눈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 순간, 끈이 풀리면서 누렁이는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당황한 작은아버지는 절박한 목소리로 남조야!” 하고 외쳤다. 이어서 누렁이는 남조가 아니면 잡을 수 없다라는 목소리가 마당 가득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가장 피하고 싶은 소리였다.

 작은아버지의 피할 수 없는 요구와 절대 그래서는 안 돼! 하는 주저가 뒤엉키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몽둥이를 든 동네 사람들과 다름없는 행동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누렁이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감정이 복받쳐 목이 멘 내가 목매인 그를 향해 누렁아, 누렁아!” 하고 몇 번이나 불렀다. 바로 그때, 누렁이는 몇 차례 머뭇머뭇하다가 내게로 달려왔다. 그러나 그 순간, 사람들이 누렁이를 붙잡아 끌고 가버렸다. 순간,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이 글의 장면은 작가가 자기를 가장 따르던 누렁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부분이다. “누렁아, 누렁아!”라고 부르는 그 순간 작가는 사랑의 주체에서 배신의 주체로 전환되고 이 지점에서 발생한 상처는 단순한 슬픔을 넘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양심의 가책으로 남기 때문이다.

  백남조 작가는 이 경험을 통해 개인적 사건을 운명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얽히고 풀리는 관계 속에서 자신 또한 그 운명의 수레바퀴 위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나아가 이 글은 단순한 기억의 기록이 아니라, 내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가는 서사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또한 시골 공동체의 생활 방식 속에서 개를 잡아 보신하는 장면은 당시의 문화적 맥락에서는 낯설지 않을 수 있으나, 어린 작가의 시선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으로 각인된다. 이로 인해 형성된 정서적 응어리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지속되며, 결국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만든 근원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문학적 언어로 환원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글을 밀고 나가는 힘이 좋고 문장의 앉힘이 좋다.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면서도, 내면의 동요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힘이 돋보인다. 감정의 절제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서술 역량은 이미 백남조 작가가 일정 수준의 글쓰기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가슴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확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역량 있는 작가의 출현을 축하드린다. 또한 에세이스트 가족으로 한국 수필의 빛나는 별이 되기를 소원한다.

                                                                                                                  심사평 : 강대선 89kd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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