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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부치는 엽서(4)

작성자mount1020(김창환)|작성시간11.02.20|조회수67 목록 댓글 6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며 노래로 불렸지만 인생은 

  그 궤적처럼 그리움이나 씨앗처럼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

  생살이 베어진 것처럼 지독한  아픔일지라도 세월과 버무려지면 그리움으로 풍화되기도 하는데,

  '돌담에 속삭이는 해발같이'라며 시인은 봄을 속삭이기도 하였는데 돌담은 아득한 그리움이나 되었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돌담 아래로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나곤 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 피어나곤 했다.

  푸르고 싱싱한 빛으로 봄이 피어나면 어머니는 돌담 아래로 강낭콩을 심고

  호박씨며 수세미오이씨를 묻고 작은 비닐집을 지어주었다.

  언젠가는 구렁이가 돌담위에서 똬리를 틀고 햇빛보기를 할 때도 있었다.

  어른들은 집을 지켜주는 업구렁이이라고도 했고 해치지도 않았다.

  여름이면 돌담으로 호박이며 박들이 푸르게 울을 가려가기도 했다.

  돌담은 생명들을 품어 올리며 더불어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던 존재였다.

  옥수수며 해바라기는 돌담과 키 재기를 하듯 놀라운 생명력으로 키를 키워갔다. 

  돌담은 결코 도둑을 막기 위한 벽이 아닌 여유 있는 경계로 존재하던 것이었다.

  언젠가로 새마을을 만든다며 돌담을 허물어냈고 블럭이 벽을 만들어냈다.

  돌담은 생명들과 어우러져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기도 하였지만 블럭은

  벽으로만 존재할 뿐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덕수궁가로 난 길을 돌담길이라고 노래했지만 엄밀히 그건 돌담은 아니리라.

  틈을 가지지 않는다면 돌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돌이 울타리의 재료에 불과할 것이니 말이다.

  돌담은 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무덤가에도 밀깡밭가에도 구불구불 이어지는 울도 돌담이다.

  돌도 많은 곳이기도 하니 척박한 생존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돌처럼 많다는 바람도 그 돌담을 허물지는 못하듯이

  그곳의 돌담은 돌 자체로도 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별스런 음식을 만들었다며 돌담너머로 음식이 담긴 그릇들이 전해지기도 했고

  이런저런 세상일들이 넘나들며 옮겨 다니기도 했다.

  밤늦게 밤마실을 다녀올 때도 고양이처럼 담을 넘어 들기도 했다.

  늦가을이면 애호박을 무를 썰어 돌담위로 채반에 얹어지기도 누런 호박이 익어가기도 했다.

  

나의 작은 뜨락에 이제 수선이 새초롬한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수선은 이른 봄꽃을 피우고는 이내 상사화처럼 그 흔적을 지우기도 하는데,

흙에서 생명으로 존재하지만 그 살아있음을 볼 수도 확인할 수도 없으니 그리움이기도 하다.

봄도 그리움의 한 형상일지도 모른다.

기다림은 그리움과 잇대어 있다.

그리움처럼 수선꽃을 기다렸는데, 이제 나의 작은 뜨락에서 이 봄에 마지막일지도 모를 엽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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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강경화 | 작성시간 11.02.21 넉넉하고 아름다운 글입니다. 수선화만큼이나...
  • 작성자美주알考주알 | 작성시간 11.02.21 그 뜨락에 초대 한 번 안해 주실라우?
  • 작성자유성숙 | 작성시간 11.02.21 그리움, 봄날, 그리고 돌담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글입니다. 김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오병미 | 작성시간 11.02.22 잘 읽었습니다.
    이쁜 꽃도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함박웃음 | 작성시간 11.02.22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 봄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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