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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3 아침의 소리 : 깎아내는 고통, 지켜내려는 마음

작성자상욱애비|작성시간26.06.13|조회수23 목록 댓글 0

2026 보디빌딩 도전기_연재 4

EP 03 아침의 소리 : 깎아내는 고통, 지켜내려는 마음

부제: 여명과 일출 사이, 아비와 아들이 걷고 뛰는 새벽길

 

https://www.youtube.com/watch?v=YhX1NlgG_iE

 

 

새벽 430, 가장 정직하고 잔인한 시간

송정 앞바다의 여명이 시작될 때, 우리 부자의 하루는 물 한 잔의 침묵으로 시작됩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뚫고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상욱이의 염색체는 체지방을 꽉 움켜쥐고 놓아주려 하지 않습니다. 그 지독한 고집을 꺾기 위해 선택한 것이 ‘공복 유산소’입니다.

 

하지만 아비의 마음은 늘 복잡합니다. 빈속의 질주는 지방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상욱이가 무거운 쇳덩이를 들며 쌓아 올린 그 귀한 근육마저 갉아 먹기 때문입니다. 깎아내야 할 지방과 지켜내야 할 근육 사이, 그 팽팽한 긴장감이 차가운 새벽 공기에 서려 있습니다.

 

일출과 희망 사이: 어느 하루도 같은 태양은 없다

한참을 걷다 보면 발끝에서부터 불그스레한 먼동이 트기 시작합니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 수평선 너머로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밉니다. 일출의 시작입니다. 매년 새해 첫날,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그들이 카메라에 담으려는 것은 단순한 먼 수평선을 뚫고 솟아오르는 불덩어리가 아니라 내일의 희망일 것입니다.

 

송정해변에서 강문해변 솟대다리까지 왕복 6.8km의 코스. 1년 365일, 어느 하루도 같은 풍경의 일출은 없습니다. 매일 아침 솟아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를 떠올립니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어제의 절망이 어떠했든, 오늘 아침 상욱이와 내가 마주하는 저 태양은 ‘새로운 기회'라는 이름의 희망입니다.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무기력이라는 늪을 건너는 연대

안개가 자욱한 송정 호반을 따라 빠른 걸음을 재촉할 때, 우리는 말을 아낍니다. 대신 서로의 거친 발소리와 숨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빠, 힘들어….”

 

아들의 짧은 한마디에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사실 저도 힘듭니다. 매년 조금씩 잠식해가는 체력으로 아들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이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하지만 저는 짐짓 담담한 척 발걸음을 늦추지 않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상욱아. 조금만 더 가보자.”

 

이 새벽길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고행이 아닙니다. ‘가능성’이라는 한계를 놓고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길입니다. 부자는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무기력이라는 늪을 함께 건너가는 중입니다. 아들이 비틀거리면 제 숨소리를 더 크게 내어 박자를 맞춰주고, 제가 지칠 때면 어느새 아들은 저만치 앞서나가 저를 끌어당깁니다.

 

 

0.1kg의 사투: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체중계의 숫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다이어트 상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독한 정체기. 상욱이는 거울 속 자신의 몸을 보며 말합니다.

 

“아빠, 배가 아직 안 들어갔어. 지방이 덜 빠졌나 봐. 나 더 뛰어야 해.”

 

단백질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걸음 더 내딛으려는 아들의 고집을 보며, 저는 안쓰러움보다 경외감을 느낍니다. 0.1kg의 지방을 덜어내기 위해 1kg의 땀과 눈물을 쏟는 과정. 그것은 신체적인 변화를 넘어, 자신의 한계와 정면으로 승부하는 ‘인간 상욱’의 성장판이 열리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다시 신발 끈을 묶는 이유

지방이 타들어 가는 고통과 근육이 손실되는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무대 위에서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을 ‘우기’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의 유산소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상욱이가 제 손을 꽉 잡으며 웃습니다.

 

“아빠, 오늘 미션 끝이야!”

 

그 웃음 한 번에 아비의 모든 고단함은 씻겨 내려갑니다.

 

“그래 오늘도 해냈어!”

 

기적은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길 위에서 부자가 함께 흘린 정직한 땀방울 속에서, 그리고 매일 아침 어김없이 솟아오르는 저 태양 속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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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다음 5화 “EP 04. 랩과 쇠질 (Beats & Iron)”에서는 상욱이의 설리번 선생님들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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